대학은 지식의 전당이라 불려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위계가 진리를 짓누르고, 권위가 학문을 삼킨다. 교수의 말은 법이 되고, 대학원생의 삶은 그 법 아래서 부서진다. 대학은 이제 갑질의 온상이다. 갑질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며 오래 쌓인 습속이자 집단이 공유하는 음습한 망탈리테다.

이 망탈리테의 구조는 견고하다. 직위는 곧 권력이다. 복종은 예의가 된다. 부당한 명령 앞에서 입은 닫힌다. 침묵은 생존의 몸짓이다. 그러나 그 몸짓은 동의로 이어져 폭력을 떠받친다. 권력은 그렇게 돌처럼 굳는다. 어떤 이는 그런 권력을 욕망한다. 언젠가 자신도 그 자리에 서리라는 기대가 폭력을 정당화한다. 공적 규범은 힘을 잃고, 사적 인연이 폭력을 덮는다. 피해자는 가해자로 변한다. 악순환이다.

지난 7월, 교수의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한 대학원생이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 저 악순환의 구조와 그의 죽음이 무관하다고 말하기 곤란하다. 그러나 분노는 잠시이고 사건은 잊혀진다. 예의 고질적 관행을 운운하며 무감각이 다시 자리를 차지한다. 이 무감각이야말로 대학사회의 가장 깊은 어둠이다. 그 안에서 비극은 언제든 되풀이 된다.

악순환은 깨져야 한다. 피해자와 약자가 침묵에서 벗어나 분노를 드러낼 때, 권력은 더 이상 견고하지 않다. 침묵은 폭력을 지탱한다. 반면 목소리는 폭력을 흔든다. 을들이 제 목소리를 모아 행동할 때이다. 비로소 권력의 둑은 균열을 일으킬 것이다. 저항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대학은 이 사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선언도 강령도 공허하다. 권력의 남용을 감시할 제도, 피해자가 숨죽이지 않고 호소할 수 있는 길, 불이익을 차단할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학문은 권력이나 위계가 아니라 존중과 연대 속에서만 살아남는다. 대학이 지성의 장으로 남으려면 악순환과 무감각의 뿌리를 도려내야 한다. 단언컨대, 갑질은 학문공동체의 암(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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