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저녁 필자의 어머니는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겪었다. 피가 멎지 않는 손을 붙잡고 구례군에 하나뿐인 종합병원 응급실로 갔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여기선 못하니 큰 병원으로 가라”였다. 결국 어머니는 40분을 넘게 달려 순천의 한 병원에 갔지만, 수지 접합 전문병원이 아니었기에 간단한 처치만 받고 다음 날 광주의 한 수지 접합 전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골든 타임’이 지켜져야 할 응급 환자에게 구례 응급실은 1차 병원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이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2016년 동생이 태어날 무렵
지난달 29·30일 열린 ‘2025 용봉대동풀이(대동제)’에서 총학생회가 학생회비 납부자만을 대상으로 학생회비 납부자 A·B존(전대존)을 운영하자 논란이 일었다. 총학생회의 이러한 전대존 운영 방식은 저조한 학생회비 납부율 제고와 납부자에 대한 혜택을 주기 위함으로 보인다.하지만 필자는 이같은 전대존 운영을 반대한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대동제는 공동체적 성격을 가진 행사인데 특정 학생에게만 혜택을 주는 방식은 이러한 성격을 훼손한다. 둘째, 대학원생이나 휴학생처럼 학생회비를 납부할 수 없는 구성원에겐 기회조차 없다. 셋째,
지난 9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가 또다시 무산되었다. 2024년 상반기 전학대회부터 벌써 4회나 연속으로 벌어진 일이다. 필자는 올해 대학을 입학한 신입생으로 아직 전학대회가 제대로 운영된 걸 본 적이 없다. 부끄럽지만 전학대회가 있다는 것조차도 의 정기자 승진을 위해 외웠던 시험 족보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정기자가 된다면 나도 전학대회 현장을 담으러 가야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2025년 하반기 전학대회 개최를 기다렸지만 재적 대의원 396명 중 191명만 참석하여 과반수를 넘지 못하고 결국 개최 정족수 미달로
필자가 입학하고 벌써 세 명의 학생이 세상을 떠났다. 한 명은 기숙사에서 쓰러진 채 룸메이트에게 발견됐고, 한 명은 아프리카계 유학생, 한 명은 대학원생이었다. 심지어 입학 전인 2023년에도 한 생명이 떠났다. 왜 학생들이 계속 죽어야 하는가.우리 대학은 원인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죽음은 멈추지 않고 있다. 대학은 대체로 ‘상담’과 ‘정신건강’에 재발 방지의 주안점을 두는 것 같다. 그러나 상담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도와주는 도구일 뿐, 이제는 안타까운 죽음이 없도록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또 그저 그런 기사를 써버렸다. 공정한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겠다는 신입 기자의 다짐은 어디에 두고 온 것인지, 해가 갈수록 타협과 겁만 늘어간다.하나의 기사를 완성하는 과정은 판단과 결정의 연속이다. 무엇을 취재할지, 어떻게 취재할지, 누구의 말을 먼저 적을지, 제목에는 어떤 단어를 넣을지…. 3년째 기자 생활을 해도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마다 작아진다. 이번에도 그랬다.교수 사회의 싸움은 학생-학생이나 학생-본부보다 어렵고, 질겼다. 팽팽한 의견들을 모두 살펴보고 어렵사리 무엇이 옳은 것인지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학생, 설마
지난해 12월 3일,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비상계엄’을 마주했다. 갑자기 내가 1980년대의 사람이 된 듯했다. 새벽 1시 넘어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결의안이 가결될 때까지 핸드폰을 손으로부터 떼어낼 수가 없었다. 지도자 한 명 잘못 뽑은 것이라고 보기에는 참혹한 결과였다. 투표권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탄핵의 강을 건너기까지는 꽤 잡음이 많았다. 일부 극우 단체들은 근거 없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이 정당했다는 터무니없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단호하고
필자는 에 들어온지 약 1년차 그리고 전대신문 부국장이기도 하다. 사실 처음부터 전대신문 소속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으로 들어와 신문으로 옮기게 된 것은 단지 ‘사명감’ 하나 때문이었다.작년 여수보도에 지원한 수습은 0명이었다. 편집위원 선생님께서는 필자가 신문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아마 여수캠퍼스 신문방송사는 통합되었을 것이라 말씀하셨다. 그 때의 사명감이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들었지만, 정기자로 활동하던 것에 비해 부국장이라는 자리는 필자가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곳
“답을 쫓아 왔는데 질문을 두고 온거야.”밴드 잔나비의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노래 가사다. 20살이 되고 대학 진학에 실패하며 1년을 집 안에만 있었다. 남과 비교하며 자신을 갉아먹던 1년이란 시간은 스스로 만든 지옥이었다. 현대사회는 마치 삶에 정답이 있는 듯 우리에게 방향을 가리킨다. 초중고를 나와 대학까지 정형화된 하나의 상품으로 사는 삶의 방식이 정답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탄생부터 죽음까지 삶의 모든 여정은 경쟁과 함께다. 인성 형성과 상상력을 키울 시기에 선행학습을 하고 친구를 사귀며 사회를 배워야 할 시기엔 대
올해 대학교 3학년이 된 필자는 꿈을 찾기 위해 여러 취업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설문과 상담을 통해 적성과 흥미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직업 목록을 추천받았으며 이것을 바탕으로 취업 전략을 설계 받았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이것들은 필자의 진로 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남이 제공하는 정해진 틀이 아닌 직접 발품팔며 겪은 ‘경험’이었다. 직접 부딪힌 경험에서 느낀 성취감과 아쉬움, 후회는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어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처음에는 전공인 사회학과 관련된 꿈을 찾
최근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를 필두로 한 개인형 이동장치(PM)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단거리 이동수단으로 쓰기 편할뿐더러 주차 문제로부터도 자유로워 필자도 가끔 이용하곤 한다. 이러한 수요 증가에 따라 교통사고 역시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PM) 교통사고는 지난 2019년 447건에서 2023년 2,389건으로 5년 사이에 5배가 넘었다. 특히 이 중 대다수는 헬멧 미착용 상태로 발생한 사고다. 그러나 한국교통안전공단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시의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 헬멧 착용률은 23.
지난 10월 7일 발행된 1667호 이후 약 2달 반 만에 이 다시 발행된다. 주간과 편집위원은 신문 편집을 금요일 오후 6시까지 마치라고 주장하며 응하지 않을 시 발행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주장은 기자들의 동의 없이 ‘원칙’으로 통보됐고 결국 신문이 발행되지 못했다. 2025 총학생회 선거 특집호(1668호)에서 싣고자 했던 1차 경선토론회(토론회)가 오후 7시에 있었기 때문이다. 담당 기자였던 필자는 취재 현장에 있었고 취재 도중 제작이 중단된 소식을 접해 허탈했다.기자들이 받아들이기에 현재의 신문 제작 환
우리는 정치를 혐오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추석 싸움을 구글에 검색하면 ‘추석 정치 싸움’이 추천 검색어에 뜬다. 추석에 어른들은 만나기만 하면 정치 이야기를 꺼내고 이는 대개 서로의 감정만 상하게 하고 끝난다.필자는 중학교 시절 부모님들에게 들은 정치 이야기를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다가 서로 의견이 달라 싸운 적이 있다. 그렇게 싸운 후로는 ‘정치 이야기를 꺼내면 싸운다’는 것을 학습하고 정치 이야기 꺼내는 것을 꺼리게 됐다. 이처럼 한국에서 정치 이야기는 싸움과 같은 말이 된 지 오래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피하기 십상이다
“시각장애인이라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학기가 시작될 때 필자는 꼭 수강하는 수업 교수에게 면담을 청한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으로서 수업이나 시험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을 물어보기 위해서다.학내에 있는 장애학생지원센터(센터)는 개강 초 장애 학생이 수강하는 수업의 학과(부)에 ‘교수학습 지원 권고 안내문’을 보내지만, 효용이 없다. 교수들은 해당 안내문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수업에서 필요한 점에 관해 일일이 이야기해야 한다. 교수학습 지원 권고 안내문은 장애 학생의 상황을 알리며 수업이나 시험에 필요한
지난 12일 총장임용후보자선거(총장선거)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취업과 관련한 후보자들의 여러 공약을 보다가 대학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건 무엇일지 고민에 잠겼다.대학교에 갓 입학했던 때 택시 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왜 대학에 갔냐”는 질문을 받았다. 아들이 대학에 가지 않고 사업을 한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꼬리 질문이었는데 필자는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게 조금 어려웠다. 곰곰이 생각하다 “글 쓰는 게 좋아서”라고 대답했던가? 대답한 뒤 마음 한구석이 뭔가 켕겼다. 글 쓰는 게 좋다는 이유만으로 대학에 왔다고 해
올여름 많은 일을 제쳐두고 17박 18일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장기 여행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슬슬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 할 3학년이 학업을 잠시 내려두고 장기간 여행을 가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그러나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하게 되면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물론 젊을 때 여행 많이 다니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도 한몫했던 것 같다.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곳에서 오는 설렘은 생각보다 컸다. 세상은 무궁무진하고 사람은 다양했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자연경관,
“기사 쓰지 마세요.” 학내에서 논란이 된 사안을 취재하다 보면 종종 들려오는 말이다. 사안 또는 그와 관련된 인물에 대한 취재를 거절한다는 뜻이다. 심지어는 취재원이 기자의 연락을 아예 피해버리기도 한다. 사안이 기사로 다뤄지면 학내 구성원들에게 더 주목받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기자는 기사를 쓰지 말라는 말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 학내 구성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계속해서 문제가 된다면 정확한 사실을 취재해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앞의 사례와 반대로 “제발 취재해 달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학내 환경관리원
작년 5월 은 5·18민주화운동(5·18) 전야제를 준비하는 박상은 제43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 집행위원장의 칼럼을 실은 적 있다. “43주년을 맞은 5·18기념행사는 예년과 무엇이 다른가요?”라는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했다는 박 위원장은 칼럼에서 “기념행사의 기본 틀에 큰 변화가 없다 보니 정체되고 반복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43년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는 않았다”고 적었다. 이번호를 준비하며 많은 공감이 됐던 말이다.1980년 이후 광주에서는 매해 5·18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올
지난 2014년 4월 15일 오후 9시 안산 단원고등학교의 2학년 학생들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2학년 학생 325명 △교사 14명 △인솔자 1명 △승무원 29명을 포함해 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인천에서 제주도를 향해 출항했다. 출항한 지 약 12시간 후 배가 침몰하고 있었지만, 선내에는 “이동하지 말라”는 방송만 울렸다. 그러나 기관부 선원 7명은 승객을 버리고 탈출했으며 조타실 선원들도 뒤따라 탈출했다.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까지 172명이 구조됐지만, 침몰한 이후에는 단 1명도 구조되지 못했다.현재까지도 5명의
105주년을 맞은 올해 3·1절 행정안전부(행안부)의 공식 카드뉴스에 “3·1운동이 만주 하얼빈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임시정부)의 독립선언으로 일어났다”는 잘못된 설명이 표기됐다.행안부 포스터 또한 3·1운동을 “1919년 3월 1일, 만주 하얼빈에서 시작된 임시정부의 독립선언과 동시에 만주, 한국, 일본 등에서 일어난 대규모 항일 독립운동입니다”라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게재했다. 논란 끝에 현재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행안부의 잘못된 역사 서술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3·1운동은 행안부가 표기했던 것처럼 임시정
작년, 추석 연휴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새벽부터 기차역에 나와 줄 서 있는 어르신들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읽은 지 몇 개월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난다. 부끄럽게도 기사를 읽기 전까지는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해 몰랐기 때문이다.디지털 소외는 디지털 격차에 의해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현상으로, 본인의 의사가 아닌 사회적 강제성에 의해 디지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에는 고령층, 저소득층 등이 포함된다. 이들 또한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이기 때문에 디지털 소외는 사회 문제다.2019년 11월 중국에서 처음 시작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