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들어봤을 영화, 라라랜드는 호불호가 강한 편에 속한다. 인생 영화라고 극찬하는 사람도 있지만,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영화라 별로였다는 사람도 있다. 라라랜드가 처음에는 불호였지만 인생 영화가 된 나의 경우, 두 입장이 다 이해된다. 불호였던 이유는 영화가 생각보다 지루했다. 엄마, 오빠와 라라랜드를 보러 갔다가 세 명 다 잠들어버리기까지 했다. 라라랜드는 평범한 일상에서 우연히 만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 미아가 서로 좋지 않은 첫인상으로 시작했던 인연이 이어져 결국 사랑에 빠지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접했다. 호그와트의 다양한 비밀과 마법 주문을 알게 될 때마다 늘 즐거웠다. 주문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효과를 알게 되며, 실제로 호그와트에 다닌다면 나는 어떤 기숙사에 배정받을까 상상도 한다. 이런 상상은 내게 즐거운 놀이이자, 마법 세계와 나를 이어주는 통로 같다. 마법 세계는 내 상상력을 끝없이 자극했고, 현실과는 다른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심어 주었다. 그래서 해리포터는 단순한 판타지 작품이 아니라, 내 어린 시절의 행복과 환상을 가득 채워 준 특별한 이야기다
어제는 챗GPT를 이용해 보고서를 다듬었고, 며칠 전에는 미드저니로 상상 속 이미지를 구체화했다. 코딩 실수를 잡아주고, 이미지를 손쉽게 편집해 주는 AI 도구들은 이제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창의적이고 지적인 활동들이 이제 AI를 통해 손쉽게 구현되고 있다. 때로는 AI가 웬만한 전문가보다 더 뛰어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을 보며, 기술의 발전 속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이러한 경험은 문득 1982년 개봉한 SF 고전영화 를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은 정말 ‘우리의 것’일까?하루는 빠르게 지나가는데, 끝에 남는 건 별로 없다. 강의는 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고, 과제는 있지만 손에 잘 안 잡힌다. 누워 있는 시간이 많지만, 쉰 것 같진 않고, 놀았지만 뭔가 허전하다.시간은 분명 지나가고 있지만, 그 시간이 나를 통과한 것인지, 내가 그 시간을 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면, 문득 이런 착각이 든다. 나는 내 시간을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설계 안에서 정해진 하루를 이수 중인 건 아닐까?영화 은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을 좋아한다. 그의 영화를 볼 때면 공들여 만들어진 잡지 한 권을 읽는 기분이다. 자주 등장하는 빨간색의 이미지와 같이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초기 걸작이라고 알려진 뿐만이 아니라 , 등 여러 작품이 있는데 이중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2009년 작 다.영화를 왜 좋아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많다. 다만 내가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 바로, 너무 재미있으니까! 강렬한 색채와 영상미, 인상 깊은 연출과 흥미진진한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다가 세계기상기구(WMO)에서 2024년에 전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대비 1.5도 올랐다며 발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국은 그날이 오고야 말았구나.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면 인간의 노력은 소용없어지고 지구온난화가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간다고 한다. 이제는 인간이 노력할 수 없는 경지까지 와버린 상황 속에서 지구온난화는 우리에게 다양한 재난을 가져다줄 것이다. 가뭄이 될 수도 있고 해일이 될 수도 있고 산불이 될 수도 있다. 영화 에서는 그러한 재앙이 덮칠 때 이를
아담 맥케이 감독의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은 현대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풍자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혜성을 발견한 두 천문학자, 케이트 딤보우(제니퍼 로렌스)와 랜디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의 경고가 무시되고, 혜성의 충돌이 다가오는 상황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반응은 현대 사회의 무책임한 태도와 집단적 무지, 그리고 미디어의 왜곡된 현실로 인한 이른바 ‘도파민 중독’을 날카롭게 비판한다.‘돈룩업’은 단
이 세상에서 고난이 없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이 마음 먹은 대로 잘 풀린다면, 내가 외운 부분만 시험에 나온다면, 내가 가려던 식당이 언제나 한적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만사가 늘 이렇게 돌아가진 않는다. 사람들은 불확실함으로 가득 찬 환경에서 각자의 어려움과 씨름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난을 헤쳐나가야 할까? 절대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말할 수는 없지만, 문제를 마주하는 이상적인 마음가짐은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그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을 잘 보여주는 영화인 에 대한 나의 감상을 이야기
롤리타 드레스를 입은 여고생 ‘모모코’와 특공복을 입은 여고생 ‘이치코’가 여름의 시골을 누빈다. 2000년대 초반의 아날로그적인 화면과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부조화를 보인다. 두 사람의 패션과 이미지가 주는 시각적 만족감도 훌륭했으며 그들의 서사에는 동경을 느꼈다.는 시대를 앞서 등장한 여성 서사 영화라고 생각한다. 두 인물이 형성된 방식이 훌륭하게 작용한다. 남성 인물이 그들을 구원하는 것이 아닌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힘으로 나아가며 감동을 준다. 이는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게 느껴진다.모모코는 로코코
초등학교 시절, 만점을 받게 되면 선생님에게 더 칭찬받지 않을까 싶어 커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위법행위는 학교 시험에서 ‘올백’이라는 업적을 세울 수 있었다. 치부에 가까운 이야기이지만 그때의 나는 남을 속이고, 나의 능력을 속여 인정을 받고 싶었다. 우리는 누구나 인정과 관심이 고픈 사람들이다. 영화 는 관심을 갈구하는 주인공이 몰락하는 과정을 통해, 관심이 고픈 현대인들에게 경고를 던지는 영화다.주인공 ‘시그네’는 평범한 카페 아르바이트생이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행위예술가이자 관심을 한눈에 받는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행복에 관해 물어본다면 대부분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돈이 아니더라도 물질적인 가치를 행복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소개할 영화 을 꼭 시청했으면 좋겠다.주인공 ‘팀’은 성인이 된 후 아버지에게 놀라운 비밀 하나를 듣게 된다. 바로 집안 대대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미래엔 가지 못하고 자신이 경험한 과거로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아버지가 팀에게 무엇을 할
약 두 달 전 굉장히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봉했다. 영화의 주연 배우들도 내한하며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화제였다는 걸 상기시켰다. 듄은 코로나 시국에 개봉하여 흥행이 아쉬웠다. 듄 PART 2는 같은 시기에 개봉한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인 것을 감안하고 보면 굉장한 성과이다.듄은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을 바탕으로 영화화된 작품이다. 원작은 1965년에 나온 오래된 소설이다. 지금껏 나온 SF 소설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가진 작품이기도 하다. 그만큼 독자들을 이끄는 듄만의 세계관은 여전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영화를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영화가 다루는 주제 의식은 여러 질문을 낳고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형성한다. 이는 감상 개수로도 연결되는데 많은 작품을 접할수록 나의 시야도 더 확장된다. 나는 대개 하루의 끝을 영화로 마무리한다. 모두가 잠든 늦은 밤, 재생 버튼을 눌러 새벽 중에 엔딩 크레딧이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길티플레져 중 하나다. 방 벽면보다 거대한 스크린에 소리의 파동이 몸을 타고 전해질 만큼 큰 음향으로 가득한 영화관도 좋아하지만, 나의 수많은 무비나잇은 2, 3평 남짓한
이상적인 청춘들의 사랑과 현실적인 인간의 이기심 사이를 아름답고, 때론 아프고 또 시리게 표현한 영화 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 영화는 소설 를 원작으로 하는 중국 로맨스 영화이다.같은 고향 출신인 20대 초반의 ‘린젠칭’과 ‘팡샤오샤오’는 성공하기 위해 시골에서 벗어나 수도인 베이징에서의 험난한 생활을 시작한다. 현실의 벽 앞에서 마음을 터놓지 못했던 둘은 결국 사랑을 확인하고, 베이징에서 함께 지내며 청춘을 보낸다. 가진 것이 없고 초라해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풍부해지는 둘의 모습은 풋풋한 첫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면 무릇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다. 영화 도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진 등장인물을 만나 알아가다 결국에는 사랑에 빠진다. 불의 속성을 지닌 ‘앰버’와 물의 속성을 지닌 ‘웨이드’는 함께 어울릴 수 없었다. 하지만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후에는 달랐다. 가족들의 선입견과 반대를 이겨내고 사랑을 쟁취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3월의 캠퍼스와 많이 닮아있다.‘피터 손’ 감독은 한국계 이민자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본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를
작년 한 해 동안 나는 생에 관련된 시를 여러 편 쓰고 있었다. 그리고 태양이 아주 뜨거웠던 작년 여름날, 네 살 조카에게 한글을 가르치게 되었다. 스물한 살의 청년과 네 살 꼬마가 나란히 앉아있었고 그 앞에는 정갈히 누인 자음들이 있었다. 내가 “니은” 말하면 꼬마도 어렴풋이 나를 따라 “니-은” 하였다. 그러곤 ‘생’의 시옷을 가르치며 혀를 굴릴 때, 나는 차마 심장의 아림까지 알려주지 못하였다. “나에게 혀와 입술이 있다. 그걸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다. 견딜 수 없다, 내가”(해부극장 2) 삶의 기원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 것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한 봄의 끝자락, 영화 를 보러 충장로의 광주극장에 다녀왔다. 광주극장 특유의 어두침침하고 작은 스크린 너머에서 만난 것은 자꾸 넘어지고 좌절하지만 그래도 또다시 일어나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었다. 여름의 초입에서, 나는 실패하는 사람들과 사랑에 빠졌다.스프린터는 육상이나 수영에서 단거리 선수를 이르는 말인데, 영화 속 스프린터는 총 3명이다. 과거 유망주였으나 슬럼프를 겪고 이젠 육상부 해체의 위기에 선 ‘준서’와 수단을 가리지 않고 1위의 자리에 섰지만 도핑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정호’.
언젠가부터 어른이 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생각했다. 무언가를 포기하고, 지쳐버린 발걸음을 이끌어 이리갔다 저리갔다... 그냥 이것이 인생이라고 체념하는 게, 바로 그 순간을 맞이하는 게 철이 든다는 것이고 비로소 어른의 모습이 되어가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비몽사몽 교복을 입고 아빠 차를 타고 설익은 햇살을 받은 아빠의 옆모습을 볼 때, 일을 마치고 장바구니에 저녁거리를 습관처럼 담던 엄마의 오래된 손을 볼 때, 외면하고 싶은 거울 속 나를 볼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많은 해를 산 것은 아니다. 고작 스물 하나다. 바람 없이 잔
의 스토리는 인도 최고의 명문 공학 대학교에 등장한 천재적인 얼간이인 란초 그리고 그와 함께 대학에서 사고뭉치를 담당하는 파르한과 라주. 이 세 사람이 각종 사건 사고를 치르면서 자신들의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스토리만 본다면 클리셰로 범벅된 흔한 영화 같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영화는 흔한 영화가 아닌 보고 싶은 영화가 됐다.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공감될만한 개그를 잘 풀어간다. 영화의 장면 장면은 따지고 보면 아주 유치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개그가 오히려 더 잘 먹힐 때도 있는
“살아 있음, 나는 최선을 다해 산 척을 하는 것 같다. 실패하지 않은 내가 남아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살아있는 게 사실이지만 “산 척을 하는 것 같다”는 표현이 이미 죽어버린 영혼이 실패를 부정하는 육체로 남아, 나아가지도 멈춰있지도 못하는 미련한 형상으로 떠올라 작가가 말하는 여름이 내 여름과 겹쳐 보였기 때문에 주저 없이 시집을 구매했다.안희연 작가의 은 슬프지만 독자를 위로하는 시는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나와 비슷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로가 됐다. 한 페이지, 한 문장을 무겁게 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