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아르바이트를 가던 10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평소라면 버스를 탔겠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걷고 싶었다. 조용한 다리를 천천히 따라 걷다 고개를 들었는데, 하늘에 초승달이 떠 있었다. 오랜만에 본 달빛이 유난히 고요하고 예뻐서 한참을 바라봤다. 환하게 비치는 달빛이 내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달을 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시계를 보고 깜짝 놀라 빠르게 달려갔다. 아르바이트에는 늦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문득 아까 본 그 초승달이 생각나 하
지난달 21일 ‘트레일 러닝’이라는 산을 뛰는 마라톤에 참여했다. 자그마치 11만 원이라는 참가비를 지불하고, 광주에서 춘천까지 먼 거리를 이동한 내 선택에 확신은 없었다. 과연 무엇을 위해 24km에 이르는 산길을 달리려고 한 것일까? 출발하는 그 순간까지 긴장과 걱정에 사로잡혔다.하지만 달리기를 시작하자마자, 곧장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전날 내린 비로 발 딛는 땅은 젖었으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자유롭게 오가며 산의 굴곡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높은 고도에서 내려다본 경치는 이 대회 참가가 후회 없는 결정이었다는 확신을 안
동기들과 함께 처음으로 국내 여행을 갔다. 대전은 처음 가보는 것이기도 하고 국내 여행은 거의 가보지 않아 오랜만에 여행 전날의 설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식당에 갔는데, 살면서 그렇게 큰 뼈 구이는 처음 봐서 신기했다. 밥을 먹고 나선 대전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성심당에 방문했다. 유명한 빵들은 다 쓸어 담은 쇼핑백과 함께 마음까지 풍족해진 기분이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예쁜 소품샵도 들렀는데, 귀여운 물건들을 보니 전부 사고 싶어져 곤란했다. 옆에서 말려주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돌아갈 때가 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5년의 시간 동안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 내 대학 생활은 뜻깊고 값진 시간으로 가득했다. 그때의 추억들은 앞으로의 삶에 힘이자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지금껏 함께한 날보다 앞으로 함께할 날이 더 많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응원을 안고 이제는 더 넓은 세상으로 첫걸음을 내디디려 한다.
지난달 3일 1년 만에 엄마와 데이트를 했다. 대학에 들어오고서 학교생활과 알바 때문에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끝마치고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전주에 있는 분식집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전주에서 고등학생 생활을 한 나는 그때처럼 같이 사진을 찍고 길거리 음식을 사 먹으며 열심히 돌아다녔다. 이렇게 오랜만에 엄마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니 더 돈독해지고 관계가 깊어진 것 같아 좋았다. 이런 시간이 있기에 곧 있을 개강에도 힘을 내서 또 한 학기를 버틸 수 있는 것이겠지.
무료한 여름방학, 본가에서 닭가슴살과 계란, 우둔살로 이어지는 정형화된 식단과 일상에 권태가 찾아올 무렵이었다. 마침 ‘2025년도 CNU 대학생 교육포럼’에 참여하면 다양한 도시락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소식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가웠다. 그렇게 나의 전남대학교 교육포럼 도전은 ‘밥’이라는 순수한 동기에서 시작되었다.포럼 첫날, 강의실에 도착하니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원으로 배정된 두 친구가 모두 25학번, 갓 입학한 새내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색한 첫인사 뒤에 이어진 대화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세대 차이라는
이번 여름 ‘2025 나라사랑 독도사랑 국토탐방단’에 참여했다. 이 탐방은 국가 거점 국립대학교 학생들이 모여 울릉도와 독도를 함께 여행하며 교류하고, 나라 사랑의 마음을 새기자는 취지로 운영되었다. 단순하게도 공고에 적힌 “독도에 간다”는 문구 하나만 보고 망설임 없이 신청서를 냈다. 서류와 면접을 거쳐 선발되었고, 그렇게 6월 25일부터 28일까지 3박 4일의 일정이 시작되었다.탐방 첫날에는 울릉도로 바로 가지 않고 근처 선착장에서 독도 관련 강의를 들었다. 이번 탐방은 단순히 독도를 다녀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 여
지난달 24일 4박 5일 일정으로 첫 군대 휴가를 나왔다. 공군으로 입대한 지 두 달 남짓만이었다. 광주공항 근처 자대로 배치된 덕에 한결 편하게 휴가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첫날은 본가가 있는 광양으로 가서 부모님과 함께 오리고기집에서 가족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을 뒤로하고 다음 날에는 여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광주로 돌아왔다. 400일 사귄 여자 친구를 다시 보는 그 순간 그동안의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 모든 시간이 조금이라도 천천히 흘렀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맛있는 것도 먹고 게임도 하며 여자
부처님 오신 날, 가까운 증심사에 방문했다. 초·중등학생 시절 부모님 따라 나들이처럼 갔던 것이 마지막 기억이니 거의 10년 만에 방문한 것 같다. 어린 시절 부모님 손잡고 법당에서 부처님께 절도 드리고 근처 마당 구경을 가볍게 한 후 공양을 받았던 기억이 꽤나 큰 추억으로 남아 있는데, 손발이 다 크고 난 후 다시 가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마냥 커 보였던 법당이 이제는 조금 소박해 보이고, 한없이 길어 보였던 절까지의 길이 이제는 조금 가벼운 산책로처럼 느껴졌다. 학교생활도, 주변 인간관계도, 취업 고민도 모두 잠시 내려놓고서,
지난달 15일, 3박 5일로 우리는 필리핀 세부 여행을 다녀왔다. 중학교 동창으로 만나 그때부터 수많은 여행을 다녀온 우리지만, 해외여행은 처음인지라 여권을 잃어버리는 등 신나면서도 좌충우돌했던 여행이었다. 세부의 꽃인 뽀얀 에메랄드빛 바다, 그 뒤에 숨겨진 석회수가 나오는 샤워기. 그 두 가지가 동전의 앞뒷면이라는 것을 알았을 땐 얼마나 놀랐던가. 숙소에서 물을 마시고 씻을 때는 텁텁한 생활수에 찝찝했지만, 캐녀닝(Canyoning) 투어에서 뽀얗게 물든 에메랄드빛 물에 들어갈 때는 황홀하기만 했다. 신나면서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
지난달 30일 백도 지하 취업강의실에서 ‘취업동문 멘토링 프로그램’이 열렸다. 공공기관 취업동문을 초청하여 대학 생활과 사회진출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KOTRA)에 재직 중인 이수현 선배님께서 후배들에게 2022 채용전형 및 전형별 대비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해주셨다. 이 씨는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시작하는 3학년 학생들에게 “취업준비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우선 관련 분야의 경험과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보며 취업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는 주변에 도움을 받을
동기들과 점심시간에 밥을 맛있게 먹은 뒤,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남아 꽃 구경을 했던 적이 있다. 우리 대학의 홍매화가 예쁘게 폈다고 하여 함께 보러갔다. 매화 옆으로 가니 좋은 꽃 향기가 풍겼고, 그 앞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볐다. 예쁜 꽃과 아름답게 뻗은 가지를 보니 유명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진 찍어주는 것을 좋아해 동기의 인생샷도 찍어주기도 했다. 용봉관 앞의 수선화와 목련도 예뻐서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웃고 떠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홍매화가 핀 모습을 보니, 꽃이 핀 모습을 보고싶어 하셨던 부모님 생각이 떠올라
제가 선정한 올해 마지막 날을 기념할 음식은 바로 달고나입니다. 코로나의 여파로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2021년이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중입니다. 올해 새내기로 입학해 첫 대학 생활을 즐기다 보니 시간이 빠르다는 걸 다시금 실감하고 있는데요. 달고나는 그런 저의 다채로운 대학 생활과 참 닮아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입 베어 물기 전, 곧 찾아올 달콤한 맛을 기다리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는 건 대학교에 처음 입학하던 때의 저를. 언뜻 보기엔 단단해 보이지만 조그만 힘에도 쉽게 부서지는 모습은 새로 만난 친구
2021년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은 특별한 음식은 짜장면입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그동안 저는 수많은 졸업을 경험해왔는데요. 익숙했던 것들과의 이별, 그리고 어쩌면 새로운 시작이 되기도 하는 졸업은 도통 익숙해지기가 어려운 일 중 하나입니다.다가오는 12월 31일, 저는 대학에서 보낸 4년간의 시간에 종지부를 찍으며 ‘학생’이라는 이름에서 완전히 졸업하게 됩니다. 졸업식마다 저, 그리고 우리는 짜장면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학교라는 장소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회인으로 거듭난다는 의미에서 올해의 마지막 날은 저에게 졸업식
어려운 전공 공부에 한가득 쌓인 과제까지… 시험기간은 항상 고통과 스트레스로 가득한 것만 같아요. 스트레스 받을 땐 역시 매운 음식, 그중에서도 떡볶이는 학업으로 지친 저에게 다음 할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답니다!한편으로 떡볶이는 수많은 추억 속에 함께 했던 음식이기도 해요. 수능을 준비하던 고등학생 시절 야자시간에 몰래 먹었던 떡볶이, 대학교 첫 시험을 앞두고 도서관을 벗어나 봉지에서 시켜먹었던 떡볶이까지. 이렇게 보니 시험기간과 떡볶이의 조합은 두 말 하면 입 아픈 수준이네요.시험 스트레스를 늘 날려줬던 저의
전북 남원의 “25시 뼈다귀탕”이라는 숨겨진 맛집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미식’의 ‘미’ 자도 모르는 저에게 진짜 맛을 알려준 아빠께서 자주 데려가 주시던 곳인데요.긴 시간 돼지 뼈를 끓여 만든 육수와 그 사이로 느껴지는 각종 재료의 풍미까지. 밥을 말아먹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습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오이소박이 역시 최고의 배합 양념으로 완성돼 단언컨대 전 세계에서 제일 완벽할 것입니다.지금은 돌아가신 우리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이곳을 찾아가 뼈다귀탕을 시키면, 정말 아빠가 앞에 나타날 것 같아 기분이 묘합니다. 꿈에
우리 집의 특별한 명절 음식은 `꽃게탕` 입니다. 우리 가족은 대체로 빨간 음식을 좋아하지만, 명절에는 갈비탕, 소고기뭇국 등만 먹다 보니, 시원한 국물을 찾아 항상 꽃게탕을 끓이게 됐습니다! 저는 메인셰프인 어머니를 도와 옆에서 채소를 손질하곤 합니다. 가족끼리 이야기도 도란도란하면서 만들다 보면 어느새 꽃게탕은 완성됩니다. 맛있게 식사까지 마치면 `이게 명절이었지~!` 하면서 괜히 흐뭇하게 느껴집니다. 배부를 때까지 먹고 난 후 식혜까지 마셔주면, 게임 끝입니다! 이제 우리 가족이 명절에 즐겨 먹는 꽃게탕 레시피를 소개해 드리겠
우리 집은 그동안 항상 명절에 매년 똑같은 음식 완제품을 사 먹으며 지냈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꼭 한 번씩은 해외여행을 갔었는데요. 요즘은 해외여행을 못 가서 그런지 외국 느낌이 나는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색다른 음식을 먹어보자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크게 다른 건 없고 우리나라 갈비찜 양념에 다른 향신료가 들어간 게 포인트에요! 향신료 한두 개만으로도 이국적인 맛을 낼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오랜만에 가족과 같이 요리하며 즐길 수 있었던 올해 추석, 정말 행복했었답니다.1. 돼지갈비를 찬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