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지방 대학 육성 사업, 일명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논의가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쉽게 말하자면 우리 대학을 포함하여 전북대, 부산대, 강원대 등 9개의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이야기다.지난해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약 6천만원인 서울대에 비하면 다른 거점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평균적으로 약 2천만원이다. 우리 대학은 2023년 기준 학생 1인당 교육비가 2,595만원이었다.교육비만이 아니다. 우수 교원 유치, 지역 인재 양성, 입시 등 모든
지난 6월 저녁 필자의 어머니는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겪었다. 피가 멎지 않는 손을 붙잡고 구례군에 하나뿐인 종합병원 응급실로 갔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여기선 못하니 큰 병원으로 가라”였다. 결국 어머니는 40분을 넘게 달려 순천의 한 병원에 갔지만, 수지 접합 전문병원이 아니었기에 간단한 처치만 받고 다음 날 광주의 한 수지 접합 전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골든 타임’이 지켜져야 할 응급 환자에게 구례 응급실은 1차 병원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이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2016년 동생이 태어날 무렵
기술 경쟁력의 확보와 지역균형발전이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라고 생각된다. 기경학(機經學)의 시대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국제관계와 경제질서가 기술 경쟁력 확보 문제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AI로 대변되는 디지털 기술,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기술 등 신기술을 둘러싼 국제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고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문제가 되었다. 수도권 편중에서 오는 폐해 또한 너무나 크다. 수도권은 과밀화로 인해 주거비 상승, 교통 혼잡, 환경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며, 반대로 지방은 거주 인프라의 낙후와 좋은 일자리의 부족,
엊그제 태어난 것만 같던 우리 아이가 벌써 돌이 됐다. 손자를 보여드리기 위해 3년만에 부모님을 뵈러 고향에 갈 예정이다. 그런데 한 한국계 항공사 사이트에서 예매를 하다 뜻밖의 장벽을 만났다. “유아와 동반 성인의 전체 성, 이름의 합이 31자를 초과하는 경우, 31자 내로 입력해 주시고...”라는 오류 메시지가 뜨며 예약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다행히 아내의 이름이 한국 평균 길이여서 보호자로 표를 끊을 수 있었지만, 만약 아내가 함께하지 않았다면 그 항공사를 이용할 수조차 없었다.우리 아이는 엄마의 성을 따르는데, 그 결
어김없이 아르바이트를 가던 10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평소라면 버스를 탔겠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걷고 싶었다. 조용한 다리를 천천히 따라 걷다 고개를 들었는데, 하늘에 초승달이 떠 있었다. 오랜만에 본 달빛이 유난히 고요하고 예뻐서 한참을 바라봤다. 환하게 비치는 달빛이 내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달을 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시계를 보고 깜짝 놀라 빠르게 달려갔다. 아르바이트에는 늦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문득 아까 본 그 초승달이 생각나 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영화, 라라랜드는 호불호가 강한 편에 속한다. 인생 영화라고 극찬하는 사람도 있지만,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영화라 별로였다는 사람도 있다. 라라랜드가 처음에는 불호였지만 인생 영화가 된 나의 경우, 두 입장이 다 이해된다. 불호였던 이유는 영화가 생각보다 지루했다. 엄마, 오빠와 라라랜드를 보러 갔다가 세 명 다 잠들어버리기까지 했다. 라라랜드는 평범한 일상에서 우연히 만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 미아가 서로 좋지 않은 첫인상으로 시작했던 인연이 이어져 결국 사랑에 빠지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언론은 ‘매체를 통해 정보 전달과 권력 감시, 공론장 형성’의 역할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기성 언론에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그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대학은 어떨까? 우리가 쉽고 간단하게 접할 수 있는 대학의 소식은 본부의 보도자료, 총학생회의 홍보, 익명 커뮤니티에 게시된 출처 미상의 글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결국 찾아 나서지 않는 이상, 진정 대학 구성원으로서 필요하고 시의적인, ‘문제’라고 인식되는 사안은 잊혀지고 묻히기 마련이다. 공론장을 형성하고 소외된 이들을 들여다보는 것, 이번 제1679호 ‘
‘배리어프리’라는 이름의 키오스크 앞에서 장애인은 멈춰 섰다. 뇌병변장애로 손가락을 오래 대고 있지 못해 지문 인증에 실패했고, 결국 필요한 서류는 뽑지 못했다. 법은 이미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의무화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배리어로 가득하다.기획 취재를 해보니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은 매우 낮았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었고 관련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법적으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설치해야하는 기관 관계자들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쩔 수 없다’ 같은 나태한 답을 했다.
지난달 29·30일 열린 ‘2025 용봉대동풀이(대동제)’에서 총학생회가 학생회비 납부자만을 대상으로 학생회비 납부자 A·B존(전대존)을 운영하자 논란이 일었다. 총학생회의 이러한 전대존 운영 방식은 저조한 학생회비 납부율 제고와 납부자에 대한 혜택을 주기 위함으로 보인다.하지만 필자는 이같은 전대존 운영을 반대한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대동제는 공동체적 성격을 가진 행사인데 특정 학생에게만 혜택을 주는 방식은 이러한 성격을 훼손한다. 둘째, 대학원생이나 휴학생처럼 학생회비를 납부할 수 없는 구성원에겐 기회조차 없다. 셋째,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이 쓰이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잠 못 이룬 경험이 있는가? 때로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내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마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때, 감정(emotion)은 기쁨, 슬픔처럼 우리가 이름 붙이고 사회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마음의 상태이다. 반면, 정동(affect)은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에 몸이 먼저 느끼는 강렬한 힘이다. 이유 모를 불안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손발이 차가워지는, 그런 신체적 반응말이다. 감정과 정동 개념을 통해 복잡한 마음의 메
영국 정부는 2018년 ‘외로움’을 다루는 부서를 신설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로 따지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 장관을 겸직하게 되었다. 당시 우리에게 뜬금없어 보이던 ‘외로움부’의 설립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전혀 이상하지 않다. 브렉시트를 겪었던 영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외로움은 우리 사회에서도 개인의 정신 건강과 사회적 안정을 해치는 질병이 되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면서 일본도 2021년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했으며, 2024년 서울시는 ‘외로움 없는 서울’이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접했다. 호그와트의 다양한 비밀과 마법 주문을 알게 될 때마다 늘 즐거웠다. 주문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효과를 알게 되며, 실제로 호그와트에 다닌다면 나는 어떤 기숙사에 배정받을까 상상도 한다. 이런 상상은 내게 즐거운 놀이이자, 마법 세계와 나를 이어주는 통로 같다. 마법 세계는 내 상상력을 끝없이 자극했고, 현실과는 다른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심어 주었다. 그래서 해리포터는 단순한 판타지 작품이 아니라, 내 어린 시절의 행복과 환상을 가득 채워 준 특별한 이야기다
지난달 21일 ‘트레일 러닝’이라는 산을 뛰는 마라톤에 참여했다. 자그마치 11만 원이라는 참가비를 지불하고, 광주에서 춘천까지 먼 거리를 이동한 내 선택에 확신은 없었다. 과연 무엇을 위해 24km에 이르는 산길을 달리려고 한 것일까? 출발하는 그 순간까지 긴장과 걱정에 사로잡혔다.하지만 달리기를 시작하자마자, 곧장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전날 내린 비로 발 딛는 땅은 젖었으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자유롭게 오가며 산의 굴곡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높은 고도에서 내려다본 경치는 이 대회 참가가 후회 없는 결정이었다는 확신을 안
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지하게 된 건 지난 6월, 올해의 한 책 도서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 선정되었을 때이다. 그저 신문 사진에 대문짝만하게 나온 친구 얼굴을 보며 다 같이 웃어넘겼던, 사소한 첫인상이었다. 그다음으로 내 눈에 밟힌 건, 여름방학 끝자락에 친구가 의 기자로 활동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였다. 교양 수업에서 만난 친구는 사회를 유심히 바라보는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기자로 활동할 친구의 행보가 기대되었고, 현재 기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친구의 기사를 읽어보면 역시나 그 통찰력이
“이번 무대 라인업 기대하셔도 좋습니다.”용봉대동풀이 준비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총학생회장과 인터뷰를 한 담당 기자가 듣고 전해준 말이다. 참 반가운 소식이다.우리 대학은 예전부터 ‘축제 라인업이 구리다’는 말이 많았다. 축제가 다가오면 들떠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도 우리 대학은 초대 가수는 기대하지 말자는 결론으로 이야기가 흘렀다. 그러다가 항상 조선대와 같은 축제 라인업이 유명한 대학을 부러워하는 말들이 나왔다. 그랬던 학생들에게 이번 총학생회장의 말은 좋은 소식일 것이다.올해 축제 예산은 2억여원이다. 총장이 외부 지원금도 따
최근 미디어나 캠퍼스에서 한국어와 다른 언어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쓰이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 아이돌 그룹의 노래 가사에 영어, 일본어가 스며들기도 하고,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모어와 한국어가 자유롭게 오가며 새로운 표현이 탄생하기도 한다. 넷플릭스 역대 누적 시청 수 1위에 오른 의 수록곡 ‘Golden’에는 중간중간에 전략적으로 배치된 한국어 가사가 눈에 띈다. 인터넷에서 K-문화를 즐기는 외국인들의 유튜브 댓글에는 다른 언어와 한국어의 결합이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스페인어로 쓰인 댓글에 드라
지난 9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가 또다시 무산되었다. 2024년 상반기 전학대회부터 벌써 4회나 연속으로 벌어진 일이다. 필자는 올해 대학을 입학한 신입생으로 아직 전학대회가 제대로 운영된 걸 본 적이 없다. 부끄럽지만 전학대회가 있다는 것조차도 의 정기자 승진을 위해 외웠던 시험 족보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정기자가 된다면 나도 전학대회 현장을 담으러 가야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2025년 하반기 전학대회 개최를 기다렸지만 재적 대의원 396명 중 191명만 참석하여 과반수를 넘지 못하고 결국 개최 정족수 미달로
“지금 한국은 정서적 전쟁 상태야.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이 만연하다고. 그냥 누군가 트리거만 당겨주면 돼.” 넷플릭스 드라마 (2025) 속 불법 총기 판매 조직 ‘문백’의 대사다. 트리거(trigger)는 총의 방아쇠를 뜻하면서도 방아쇠처럼 어떤 행동·감정·사건을 촉발하는 자극을 가리키기도 한다. 드라마 속 대사일 뿐일까. 우리는 매일 아침 뉴스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의 감정적 도화선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분노와 폭력으로 번지고, 그 여파로 상식 밖의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동기들과 함께 처음으로 국내 여행을 갔다. 대전은 처음 가보는 것이기도 하고 국내 여행은 거의 가보지 않아 오랜만에 여행 전날의 설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식당에 갔는데, 살면서 그렇게 큰 뼈 구이는 처음 봐서 신기했다. 밥을 먹고 나선 대전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성심당에 방문했다. 유명한 빵들은 다 쓸어 담은 쇼핑백과 함께 마음까지 풍족해진 기분이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예쁜 소품샵도 들렀는데, 귀여운 물건들을 보니 전부 사고 싶어져 곤란했다. 옆에서 말려주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돌아갈 때가 되
어제는 챗GPT를 이용해 보고서를 다듬었고, 며칠 전에는 미드저니로 상상 속 이미지를 구체화했다. 코딩 실수를 잡아주고, 이미지를 손쉽게 편집해 주는 AI 도구들은 이제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창의적이고 지적인 활동들이 이제 AI를 통해 손쉽게 구현되고 있다. 때로는 AI가 웬만한 전문가보다 더 뛰어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을 보며, 기술의 발전 속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이러한 경험은 문득 1982년 개봉한 SF 고전영화 를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