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들어봤을 영화, 라라랜드는 호불호가 강한 편에 속한다. 인생 영화라고 극찬하는 사람도 있지만,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영화라 별로였다는 사람도 있다. 라라랜드가 처음에는 불호였지만 인생 영화가 된 나의 경우, 두 입장이 다 이해된다. 불호였던 이유는 영화가 생각보다 지루했다. 엄마, 오빠와 라라랜드를 보러 갔다가 세 명 다 잠들어버리기까지 했다. 라라랜드는 평범한 일상에서 우연히 만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 미아가 서로 좋지 않은 첫인상으로 시작했던 인연이 이어져 결국 사랑에 빠지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흔한 로맨스 코미디 작법에다가 좋은 노래들이 얹어진 영화로 느껴졌기에 남들이 라라랜드의 이야기를 극찬할 때는 머리만 긁적이게 되었다.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건 재수가 끝난 후였다. 내 시간과 노력을 쏟았던 재수가 끝나 허무함과 슬픔을 느꼈고, 남들보다 1년을 허비했다는 생각에 우울했다. 그러다 다시 보게 된 라라랜드는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재즈 피아니스트였던 세바스찬은 어쩌다 보니 밴드에서 연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미아는 배우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보며 노력하지만,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두 주인공은 자신의 꿈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방황하고, 애쓰는 청춘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미아와 세바스찬이 싸우는 장면이었다. 미아는 배우라는 꿈을 위해 노력하며 오디션을 수없이 보다가, 혼자서 연출, 각본, 연기를 다 하는 일인극을 준비하게 된다. 일인극을 하면서 사람들의 비웃음을 직면한 미아는 부끄러움과 슬픔에 빠져 꿈을 놓고 싶어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이룰 수 없는 헛된 꿈인데 그걸 모르고 집착하는 사람 중 한 명인 것 같아. 6년을 했지만 이제 더는 싫어.” 노력했으나 성과 없는 현실에 지친 미아의 대사. 비슷한 상황이었던 내 마음을 후벼 팠고, 눈물이 줄줄 났다. 나도 헛된 꿈에 집착하는 사람 중 한 명 같았다. 친구들보다 긴 수험 생활 동안 부단히 노력했지만, 노력이 결과로 증명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아에겐 세바스찬이라는 조력자가 있었고, 세바스찬은 다음 날 있을 배역 오디션에 자신이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포기를 목전에 둔 미아는 세바스찬 덕분에 오디션에 갈 수 있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부르고 오디션에서 합격한다.

미아가 오디션에서 불렀던 노래의 제목은 Audition (The fools Who dream) 이다. 꿈꾸는 바보들이라는 부제. 이 노래는 자신을 비롯한, 시행착오 속에서도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을 위로한다. 미아가 꿈을 위해 노력하며 겪었던 굴욕의 순간들은, 중요한 오디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노래할 수 있게 하는 합격의 열쇠가 된다. 영화를 보며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간을 허비한 것처럼 느꼈던 수험 생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내가 노력했던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데, 결과가 아쉽다는 생각에 그 시간들이 부질없다고 느꼈던 것 같다. 라라랜드의 오프닝 곡인 Another Day of Sun에서는 누가 나를 좌절시켜도, 아침은 다시 돌아오며 또다시 해가 뜬다고 한다. 나처럼 좌절의 순간을 겪었을 누군가에게, 이 영화가 새로운 아침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