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접했다. 호그와트의 다양한 비밀과 마법 주문을 알게 될 때마다 늘 즐거웠다. 주문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효과를 알게 되며, 실제로 호그와트에 다닌다면 나는 어떤 기숙사에 배정받을까 상상도 한다. 이런 상상은 내게 즐거운 놀이이자, 마법 세계와 나를 이어주는 통로 같다. 마법 세계는 내 상상력을 끝없이 자극했고, 현실과는 다른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심어 주었다. 그래서 해리포터는 단순한 판타지 작품이 아니라, 내 어린 시절의 행복과 환상을 가득 채워 준 특별한 이야기다.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는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인물들의 내면과 성장에 집중한 영화다. 화려한 전투 장면 대신, 마법 약 수업처럼 작은 장면 속에서 성장과 상징을 담아내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혼혈왕자 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마법 약 수업이다. 해리가 ‘혼혈왕자’의 낡은 교과서를 발견하고, 거기에 적힌 수정된 내용을 따라 ‘살아 있는 죽음의 약’을 만드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마법 약의 색감과 질감, 그리고 해리가 차분하게 약을 만들어 가는 모습은 이상하게도 편안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그 순간만큼은 나도 호그와트의 학생이 되어 수업에 참여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낀다.

이 수업에서 슬러그혼 교수는 살아 있는 죽음의 약을 가장 완벽하게 만드는 학생에게 펠릭스 펠리시스라는 ‘행운의 물약’을 상으로 준다고 한다. 한 모금만 마셔도 약효가 사라지기 전까지 노력하는 모든 일이 성공한다는 이 물약은 모두가 원하는 약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호그와트 학생들은 각자의 바람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약을 만드는 데 몰두하는데 그 모습 또한 매우 공감된다. 그들을 바라보며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다르고 목표가 다르지만,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실제로 행운의 물약이 있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바랄까, 언제 사용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질문도 해보며, 영화 속 장면에 나를 대입해 상상하곤 한다.

론은 퀴디치 경기 전에 해리의 행운의 물약을 먹었다고 믿지만, 해리가 주스에 물약을 넣은 척하고 실제로는 넣지 않는다. 물론 약을 먹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겼을지 몰라도 론은 자기 실력과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활약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진짜 힘은 약에 의지하는 데서가 아니라 스스로 믿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됐고 자신감은 어떤 약보다 강력한 힘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덤블도어의 죽음이다. 시리즈 내내 해리의 든든한 스승이자 보호자였던 그가 갑작스럽게 죽는 장면은 관객에게 깊은 상실감을 안겨 준다. 나는 당연히 그가 마지막까지 해리 곁에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이 반전이 더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 장면을 통해 ‘영원한 생명이란 없다’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해리의 태도와 그것을 준비했던 덤블도어의 모습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덧붙여 스네이프는 표면적으로 배신자라는 이미지를 그려내지만, 그의 복합적이고 미묘한 감정은 이 행위가 악행이 아닐 거라는 수수께끼로 만들어 이야기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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