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많은 일을 제쳐두고 17박 18일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장기 여행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슬슬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 할 3학년이 학업을 잠시 내려두고 장기간 여행을 가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그러나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하게 되면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물론 젊을 때 여행 많이 다니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도 한몫했던 것 같다.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곳에서 오는 설렘은 생각보다 컸다. 세상은 무궁무진하고 사람은 다양했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자연경관, 인종 그리고 문화까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주는 좋은 에너지를 얻고 싶었고, 삶의 태도를 배우고 싶었다. 눈만 마주쳐도 웃어주고 인사하는 사람들과 여유롭게 태닝을 즐기는 모습에 덩달아 행복했다. 사람들로부터 얻는 행복감이 매우 크다는 걸 알았다.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다양한 곳을 방문했다.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볼 수 있는 미술관, 박물관부터 전망대 그리고 패러글라이딩까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수백 개가 넘는 예술 작품도 감상했다. 초반에는 신기한 마음에 한 작품을 10분 이상 관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에 익어버린 것인지 후반에는 급격히 흥미가 떨어졌다.
어느 날에는 16유로를 주고 프랑스 개선문에 올라가 파리의 전경을 보았다. 그곳에서 바라본 에펠탑과 샹젤리제 거리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많은 돈을 들여 보았던 작품들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말이다.
여행을 통해 예술 작품을 감상하기보다는 광활한 자연과 탁 트인 공간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명한 장소에 가서 많은 입장료를 지불해 구경한다고 해서 그 소비가 내게 가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 말 없이 경치를 감상하고 카메라가 된 것처럼 머릿속에 풍경을 저장했다.
대학생은 성인이 된 후 사회인이 되기 전 과도기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회인이 되어 스스로 번 돈을 가치 있게 쓰기 위해서는 나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에 가야 행복한지, 무엇을 사야 행복한지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한다. 또한 나를 잘 안다는 건 앞으로 다가올 인생의 슬럼프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중 하나다. 대학생 때 떠난 여행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