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열흘이 지났다. 그의 탄핵을 찬성하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 사이에서 극한의 충돌이 일어나리라고 모두 우려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흠 잡을 곳 없는 판결과 여당의 신속한 승복으로 시민사회는 일단 빠르게 안정되었다. 

위법적 계엄을 막고 내란의 사회적 확산을 저지하는 데에 우리 대학도 크게 이바지하였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지난 14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까지 교수, 단과대, 학과, 학생 개인이 시국 선언문을 10건 이상 발표하였다. 특히 총학생회는 학생총회를 8년 만에 성사하고, 이어서 대규모 가두 행진을 벌여 시민의 호응을 끌어냈다.

광주 시민의 의연한 민주 의지도 빛을 발하였다. 지난 2월 15일, 극우 성향 기독교 시민단체 '세이브코리아'는 민주의 성지 금남로4가역 일대에서 1만 여명의 탄핵 반대 시민을 이끌고서 광주 시민을 도발하였다. 하지만 빛고을의 시민은 극도로 자제력을 발휘하여 무력 충돌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수준 높은 정치의식을 과시했다. 

집권 세력의 반헌법적 내란을 시민이 진압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무력‧사법‧행정의 권한이 모두 그들 수중에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폭력에 호소하지 않고, 오로지 현행의 헌법에 따라 절차대로 내란의 큰 불길을 잡은 대한민국 시민의 역량은 세계 정치사에서 길이 기억될 것이다.

이제 내란의 완전 종식과 국민 통합이라는 모순적 양대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 시점에서 국민 통합을 앞세우는 여러 정치‧시민 세력에 대해 우리는 의심의 시선을 거둘 수 없다. 내란 종식을 통한 헌법 가치의 재확인이야말로 진정한 통합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헌정 수호 시민과 헌정 부인 시민 사이의 통합만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번 내란 사태 기간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이가 산 자를 구한다”라는 한강 작가의 명구가 널리 회자되었다. 5ㆍ18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 현재적 의미를 생생하게 되새기는 학술회의와 기념행사가 교내외에서 다채롭게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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