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우월하기에 존중받아 마땅하며 타인의 필요보다 자신의 욕구가 늘 우선이다. 주위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은 나르시시스트 또는 자아도취형 인간이다. 도취의 성향이 강화되면 자기애성 인격장애로 귀결될 수 있다.

그들은 과도하게 거의 병적으로 자신만을 탐닉(사랑)한다. 대신 눈앞의 타인에 대해서는 냉담하기 그지없다. 타인은 자신의 우월성을 비춰줄 거울이다. 아니면 욕구 충족의 수단일 뿐이다. 당연히 타인은 자신과 대등한 인격이 아니다. 이런 그들에게 공감 능력을 운운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만약 우리가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신에게 타당한 것이 타인에게도 타당하다고 일방적으로 간주해버리는 사고방식이 바로 유아론(Solipsism)이다. 유감스럽게도 자아도취형 인간은 대개 유아론자다. 겉보기에 그들이 타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조차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사실상 독백(Monologue)이다. 아무리 먼 길을 돌고 돌아도 결국 자신의 원래 주장과 입장으로 언제든 회귀해 버리고 만다. 그런 그들에게 설득의 과정은 애초부터 언감생심이요 비판은 무용하다.

흔히 가을을 감수성의 계절이라 한다. 감수성이란 외부(타인)의 자극에 반응하는 성질을 뜻한다. 오직 자신이라는 성채만을 사랑하는 자는 타인의 자극에 둔하다. 아니 어떻게 해도 타인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반면 타인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이야말로 공감의 출발점이다. 경우에 따라 기꺼이 타인에게 설득당할 수 있는 아량 그리고 타인의 뼈아픈 비판조차 너끈히 포용할 수 있는 용기의 토대이기도 하다. 조만간 우리 대학을 이끌 총장을 새로 선출한다. 감히 바라건대, 감수성이 예민한 리더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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