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문주희(문화인류고고·20)
삽화 문주희(문화인류고고·20)

오늘날 온라인 미디어 공간은 알고리즘 추천에 의한 ‘친숙한 정보’만을 주목하거나 혹은 혐오표현이 확산·증식되는 이분법적인 논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이용자들은 정보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 클릭 하나로 자신의 메시지를 광범위하게 그리고 즉각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이러한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으로 인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미 혐오표현 및 의제가 어떤 경로를 통해 노출되는가를 분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디지털 공간에서 극단적 대립과 혐오적 비난이 이뤄지는 만큼 현실에서도 대자보 내용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 훼손하는 방식으로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캠퍼스 내 게시판 대자보가 뜯기고 찢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기보다는, 찬성할 수 없는 글이 게시판을 통해 ‘전시’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한다. 캠퍼스 대자보와 온라인 커뮤니티는 연관성을 지닌다. 이용자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에브리타임 게시판은 종종 문제적 사례로 언론의 주목을 받곤 한다. 온라인 게시판의 역할, 게시판에서 언급되는 혐오적 표현이나 내용의 원인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기존의 세대 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디지털 공간에서 등장하는 혐오 표현은 신화와 같은 ‘기회의 평등한 보장’에 기반하며, 차별을 정당한 결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여기에 온라인 커뮤니티 구성원들 간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는 기능이 겹치면서, 극도로 축소된 사회적이동의 가능성을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하기보다 타자화할 수 있는, 대상화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 혐오표현이나 악성 댓글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그리고 혐오표현이 담긴 게시물이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서 전시됨으로써 구성원들로 하여금 혐오와 차별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게 하거나 회피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경쟁과 성과주의가 이제 ‘정당한 차별’과 ‘정당한 혐오’에 대한 인식을 정당화하고 공고하게 만드는 현실은 청년 세대의 불안감과 분노를 유발하게 한다. 그리고 그 분노는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일상적으로 생산되고 노출되며, 문제적 글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혹은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에브리타임에서 나타나는 청년 세대들의 분노는 단순히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이나 빈곤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청년 자신들에게 안정적으로 주어질 것으로 기대되었던 오랜 중산층의 가치를 획득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위 경쟁의 과정에서 자신의 지위 상승에 대한 주관적 기대와 그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피나는 노력’과 고단함이라는 현실 사이의 극단적인 괴리는 이를 더욱 심각한 것으로 만든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경쟁의 이데올로기가 승리한 사람으로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극소수와,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거나 못난 낙오자로 규정하고, 그들은 불평등을 감수해야 하고, 또 차별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머지 대다수로 우리 자신들을 구분 짓곤 한다.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을 ‘극소수의 존중받을 사람’과 ‘대다수의 무시해도 좋을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회적 규범의 정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청년 세대는 연령만으로 규정될 수 없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연령을 가장 큰 기준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계급, 젠더, 지역, 종교, 가족관계, 결혼제도 등 다양한 이슈를 관통하는 것이 청년 세대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드러내고, 청년 세대가 스스로 이야기하고 사회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학 내의 토론문화의 현재를 진단할 수 있는 다각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공정성에 민감한 청년 세대가 불만 표출로서의 혐오 인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실천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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