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으로 시끄러운 정치권을 보면 개표소에서 고민만 하다가 마지못해 표를 던지는 내 모습이 눈에 훤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지지자 없는 무당파(無黨派)가 34%로 조사되었다.(이스탯·엠브레인·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회사가 공동 실시, 4월 24~26일, 전국 1,006명) 대한민국의 제1당은 거대 양당 중 하나가 아닌 지지자 없음이라는 것이다.

해당 통계는 대부분의 사람이 어떠한 정당도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지 않다고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행정부의 수장이자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이들의 목소리를 잘 대변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부정 평가가 약 56% 정도로 조사되었기 때문이다.(한국갤럽 여론조사, 5월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제1당 무당과 부정적 여론이 큰 대통령.” 이 문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나체와 같아 유권자인 내게 책임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 만일, 늙은 국회와 다양성이 파괴된 정치 테이블이 내년 총선까지 유지된다면 우린 선거라는 뷔페에서 김밥과 탕수육만 접시에 담아 배를 채워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엉뚱한 중앙값을 선거를 통해 경험할지도 모른다.

시민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는 유권자의 지지는 고사하고 현 사회의 문제를 정치적 논의로 견인하기에도 역부족해 보인다. 얼마 전 위의 문장을 증명하듯 국민의 분개를 일으킨 정책들이 있었다. 노동 분야에서는 노동시간 개편 시도와 건설, 화물차 연대 노조 탄압이다. 사회 절대다수가 노동자의 정체성으로 살아가지만 노동시간 연장을 시도해 큰 반발을 산 노동시간 개편안과 노조를 폭압적으로 대하는 정부의 자세는 많은 국민에게 실망감을 주었다. 인구정책에서는 본질적 문제를 회피한 채 임시방편적인 방식을 떠봤다가 큰 반발을 샀다. 노동과 재생산이라는 사회 유지의 기본적 요소를 둘러싼 문제를 주류 정치가 다루는 자세는 유권자들이 정치적 실향민이 된 이유를 설명한다. 시민들은 답답한 현 상황을 타파해 줄 사이다 정치인을 원했지만 리더십과 유능함을 갖췄다고 할만한 정치인도 없는 실정이다. 피 위에 세워진 민주주의가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라면 우린 그들의 목숨을 저버린 것이다.

민주열사들을 추모하는 6월, 고개를 숙여야 할 건 카메라 앞에서 감수성이 충만해지는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유권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도 선거 결과에 책임지지 않고 그저 다음 선거를 전복의 기회로 생각한다면 유권자들도 주류 정당의 수뇌부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우리의 인생이 4년이 아니듯 그들의 공약도 유효기간 4년이 아니라 본질적이고 지속적인 해결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말해야 한다. 거대 양당은 유능하고 다양한 정치인을 양성하여 시민들의 요구를 파악해 현실적이고 중요한 논의를 앞세우기를 적극적으로 소리 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정치적 실향민으로 전락한 지금 같은 절망적인 상황은 해결책이 없는 퇴로가 아니다. 기성 정치라는 주류의 물결을 전면 부정하며 전환을 꾀할 수 있는 변혁의 기회이다. 이는 유권자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소명이 존재함을 의미할 것이다. 5월의 광주와 6월의 민주 항쟁은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얻기 위해 투쟁했다. 민주주의 속성이 그러하듯 취득이 가능한 자격증이 아니다. 권력자를 향한 견제와 끝없는 투쟁의 연속만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그렇기에 오월의 정신과 6월의 민주 항쟁이 우리에게 아직도 뜨거워야 할 까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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