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간단하게 답할 수는 없지만 장애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장애는 인간사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장애인 중 90% 이상이 질병이나 교통사고 등 후천적 요인에 의하여 장애를 갖게 되는 것으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의 흐름은 보호, 재활, 자립생활로 요약된다. 장애인 복지는 전후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하여 의식주를 해결하는 보호로부터 시작되었다.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현 장애인복지법)이 제정된 후에는 다양한 재활 훈련을 통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다시 적응하여 살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2000년을 지나면서 장애인이 보호나 재활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체라는 의식이 생겨나면서 자립생활 이념이 확산되었다. 이제는 장애인의 시민적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보장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타기와 시내버스 타기 투쟁을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하다. 비장애인의 불편을 이유로 장애인의 시민적 권리를 거부해도 되는지, 장애인은 시민의 자격이 없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광주에서는 2005년 4월 이동권 관련 최초 시위가 있었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광주역에서 출발하여 행진하다가 금남로3가 구 한국은행 사거리를 점거하고 시내버스 앞에 드러누운 적이 있다.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대립 구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장애인의 권리나 정부의 책임은 온데간데없고 장애인 대 비장애인의 갈등만 부각 되고 있다. 장애인에게 최적화되지 않은 사회에서 장애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래된 차별의 구조에 저항하고 불화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 세대의 장애인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하여 무관심하거나 무지했다. 장애인이 권리를 주장하면 예전보다 얼마나 좋아졌느냐며 장애인을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한다. 물론 광주만 해도 20년과 지금을 비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사이 광주도시철도 1호선 개통(2004년), 전동휠체어 건강보험 적용(2005년), 저상버스 도입(2005년), 활동지원서비스 제공(2007년), 장애인콜택시 도입(2008년)이 이루어졌다.
중증 장애인의 삶의 질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하지만 장애인은 아직도 허기지고, 장애 인권은 갈 길이 멀다. 장애인은 동정이나 특별대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보장된 시민의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받기를 원한다. 교육도, 이동도, 직업도, 여가도 동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지난겨울 4시간 40분을 기다려서 장애인콜택시를 탄 적도 있었다. KTX를 타고 서울을 왕복하고도 남는 시간을 기다려 조대병원에서 임동에 있는 집으로 갔다. 동등한 이동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30분 내로, 아무리 늦어도 한 시간 내로 탑승해야 할 것이다.
올해 7월 19일부터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장애인콜택시의 24시간 운행, 광역 운행이 의무화되었다. 광주시의 경우 전라남도 전 지역까지 장애인콜택시를 운행해야 한다. 현재 운행 중인 광주시 장애인콜택시는 116대로 법정 도입 대수인 129대에 비해서 13대나 부족하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4월부터 관련 대책 마련을 요구하였으나 광주시나 이동지원센터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8월에야 대책을 내놓았다.
사전 예약제로 전라남도 전 지역(도서 지역 제외)을 평일 일 5건(휠 3건, 비휠 2건), 주말 및 공휴일 일 2건(휠 1건, 비휠 1건) 운행하겠다고 한다. 차량이나 운전원에 대한 확충 없이는 하석상대(下石上臺)에 불과하다. 광주시는 장애인콜택시의 법정대수 도입은 물론 2인 1차 수준의 운전원 확보를 위한 예산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인권도시 광주는 장애인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일까? 인권도시는 광주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아우르는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나 사회나 다양성을 받아들일 때 건강하게 성장한다. 장애인을 사회적으로 분리하고, 제한하고, 배제하고, 거부하는 것은 차별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개성과 속도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물리적 장벽을 제거(Barrier Free)해야 한다. 나아가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안전한(Universal Design)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 인권도시의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 작금의 장애시민의 투쟁은 생존의 최저선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일 뿐 아니라 만인을 위한 투쟁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