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의 아픈 기억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 이후로, 국민들은 안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시작했으며, 대한민국의 재난 관리 체계도 새롭게 재정비되어 가는 과정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이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은 크게 분노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요구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의 기억은 서서히 희미해지고, 다시 일상의 위험에 무감각해지는 패턴을 반복한다. 이런 무지와 분노가 반복되는 사회적 패턴을 벗어나려면, 국민 개개인이 재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그 기억을 마음속 깊이 간직해야만 한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의 한 좁은 골목에서 할로윈을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인해 대규모 인파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에서 수많은 사람이 압사하거나 다치는 안타까운 참사가 일어났다. 초기 대응의 실패와 사전 예방책의 부재가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사회적인 안전 의식과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비록 이태원 참사와 같은 특정 재난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지만, 재난 관리의 전반적인 접근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는 더 넓은 안전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재난 대응 체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재난 대응을 위해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재난 대비와 대응에 관련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난에 대응할 때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재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진정성 있고 교훈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재난에 대응할 때는 'Negative Approach', 즉 부정적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 재난이라는 것은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건이 아니다. 일부에게는 평생 겪지 않을 수도 있는, 뉴스에서만 접하는 이벤트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는, 두려움과 공포를 안겨주는 심각한 사건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재난 시 가장 나쁜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처럼 아픈 과거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치부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두려움을 회피하기보다는 이를 직시하며, 그 속에서 교훈을 찾아 안전한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청설(聽雪)이란 말이 있다. 안방에 앉아 싸리문 밖에서 내리는 눈 소리를 듣는다는 뜻으로 그만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무언가를 살핀다는 뜻이다.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비록 우리가 쉽게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몇 번에 걸쳐서 우리에게 징후나 변화라는 이름으로 경고를 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변화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비록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징조에서도 재난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국민 개개인의 높은 안전의식이 이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극복하고 우리의 안전한 사회를 지켜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