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는 학생들을 기계화시키는 교과목 평가 방식을 개혁하라. 전남대학교는 수업에서 △창의 △감성 △공동체라는 핵심역량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실시되고 있는 암기 중심의 교과목 평가 방식은 창의적 사고와 공감 능력, 공동체 참여 의지를 저해한다. 학생의 능동적인 생각을 배제하고 단순히 배운 정보를 그대로 출력하는 것은 인간 고유의 사고력과 창의력, 감수성을 개발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의 선다·단답형 평가 방식이 학생들의 사고력을 비롯한 다양한 역량을 해치고 수동적으로 만든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MBC는 프로그램 ‘교실 이데아’에서 서·논술형 평가 방식에 대해 말한다. 이러한 흐름 안에서 고등교육기관인 대학교가 이와 같은 평가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학생들의 능동적 사고를 제한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다.
평가의 목적은 학생이 수업에서 배운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잘 소화하였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즉 교육 목표 달성 여부의 확인이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선다·단답형 평가 방식은 수업에서 배우는 △지식 △태도 △가치 △역량 등을 학생이 내면화하였는지 평가하기에 큰 문제가 있다. 논문 <학생 평가 방식이 학업성취 수준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서는 “선다형 중심의 지필평가”로 대표되는 “‘전통적 평가’ 방식은 결과 중심의 양적 평가를 활용하여 상대적 차이를 비교하는데 유용하다”며 선다·단답형 평가 방식이 단기적이고 부분적인 평가에 한정됨을 시사했다.
군부독재 당시 학생들은 국민교육헌장으로 인해 사고와 역량이 개발되지 못하고 저해됐다. 이에 1978년 전남대학교 교수 11명은 ‘우리의 교육지표’를 발표하며 “물질보다 사람을 존중하는 교육”으로 학생들을 사회의 능동적 참여자로 만들어야 함을 역설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과목 평가 방식은 능동적 사고를 가로막아 학생들이 사회의 능동적 행위자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 즉 파편화된 지식을 암기하여 문제를 푸는 형태의 평가 방식이 학생들의 공부를 단편적인 수준에 그치도록 조장하고 학생들의 △사고력 △창의력 △공감 능력을 비롯한 다양한 역량 개발을 방해한다. 따라서 현재 평가 방식이 학생들을 민주주의 사회의 적극적 참여자로 성장할 수 없도록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또한 앞서 말한 논문에 따르면 OECD는 21세기 핵심역량으로 △도구의 지적 활용 △사회적 상호작용 △자율적 행동 등을 제시하였고 미국은 이를 반영해 평가 방식을 규준지향 평가에서 성장 참조 평가 및 능력 참조 평가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흐름이 전통적 방식의 이른바 ‘줄세우기식’ 평가를 탈피해 과정 중심의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평가를 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대학교는 과거의 평가 방식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전통적 평가 방식은 지방대학 소멸 상황에서 전남대의 경쟁력을 급속도로 약화하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해결책으로 서·논술형 평가를 제시한다. 서·논술형 평가는 기존 평가 방식이 반영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창의력, 사고력 등을 비롯한 각 학생의 고유한 잠재력을 개발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 주도성과 학업성취 수준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박연진의 7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연구에서는 과정 중심 평가로 대표되는 수행평가가 학생들의 자기 주도성을 향상시킨다고 밝혔다.
물론 공부 과정에서 핵심 개념과 같은 필수적인 배경지식을 숙지하는 데 암기는 필요하며 선다·단답형 평가가 분명히 도움 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의 목적은 암기가 아닌 ‘내면화’와 ‘활용’에 있다. 자신이 배운 것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는 서·논술형 평가 방식은 암기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선다·단답형 평가의 역할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또한 서·논술형 시험에서 학생들은 배운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해 나아가야 한다. 학생들은 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이는 결국 대학의 목적 중 하나인 ‘지식 생산’에 기여할 것이다.
전남대학교는 군부독재 시기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민주사회를 위해 옳은 소리를 냈던 선배들의 정신이 깃든 곳이다. 현재의 전남대는 이를 본받아 학생들이 자신만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역량을 강화해 사회의 능동적인 행위자가 되도록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대학의 고등교육과정은 초·중등 교육과정과 달리 지식 전달을 넘어 지식 생산에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시행 중인 평가 방식은 미래 세대의 역량을 약화하고 나아가 학생들을 수동적 기계로 전락시키는 길임을 역설하며 우리 대학의 평가 방식 개혁을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