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 “홍도에서의 시간”
비나리 선배인 고(故) 김신 동문 추모하는 시 짓기도
대학 때 선암사 합평 여행 떠난 것 제일 기억에 남아
“많이 읽어야 한다.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자 한다면 절대적인 독서량을 늘려야 한다.”
서효인(국어국문·00)씨는 우리 대학 국문과를 졸업해 출판사를 운영하고 시인, 작가로서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삶을 살아간다. 그는 독서를 강조하며 “책과 가까운 일을 하고자 한다면 많이 읽는 것은 필수”라고 말했다.
서씨는 대학교 4학년이었던 2006년 <시인세계>로 등단했다. 그는 스스로 시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홍도에서의 시간 때문”이라며 “책을 빌려오는 것도 싫어서 그 안에서 늘 읽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홍도에서 빌릴 수 있는 만큼 책을 빌려 전부 다 읽어보는 것은 꼭 해보면 좋겠다고 추천했다.
시의 형식을 빌려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서씨에게 글이 잘 써지는 순간은 언제인지 묻자 그는 “걸어가다가 시상이 확 떠오르는 일은 많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감 날이 닥쳐올 때, 마감이 코앞에 있을 때 잘 떠오른다”며 “생각이 나면 쓰고, 생각이 나지 않으면 괴로워하고 다음 날 다시 쓰고 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출판 편집자를 거쳐 지난 2021년 출판사 ‘안온북스’를 창업한 그는 우연한 기회로 출판사에서 편집자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서였다. 서씨는 “한 회사에 계속 있으면서 자기 발전 측면에서 한계를 느꼈다”며 “스스로 나의 월급을 생성해 내는 모험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창업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웃으며 “아직 안 망한 게 성공이라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며 “하루하루 한달 한달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출판계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둔화하여 있고, 큰 출판사와 작은 출판사 간의 차이도 점점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 서씨는 “큰 출판사는 마케팅에 힘을 쓰기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안온북스를 설명하며 ‘친구 출판사’ ‘우정 공동체’라고 말했다. 서씨는 “좋아하는 작가, 출판사, 독자 셋이 우정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개념을 실천하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서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대학 시절의 경험은 국문과 시 창작 동아리 ‘비나리’에서의 활동이다. 그는 “동아리에서 학기 초에 다 함께 선암사로 합평 여행을 갔었다”며 “긴 시간 동안 시 합평을 하고 아침까지 술을 먹고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의 4시간가량 등산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4월의 선암사와 송광사가 너무 예뻐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이야기했다.
지난달 26일 2023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명예졸업장을 수여한 고(故) 김신 동문은 서씨의 동아리 선배다. 서씨가 대학 신입생이던 때 비나리에서 김 동문과 만났다. 김 동문이 저수지에 빠진 여중생 두 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났을 당시 서씨는 <전대신문>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서씨는 “시집 <거기에는 없다>에 김신 선배를 생각하며 쓴 추모 시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배들에게 “진로와 미래의 폭을 좁게 잡을 필요는 없다”며 “경우의 수를 조금 늘리고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더 늘리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인 서효인의 작품에는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거기에는 없다>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아무튼, 인기가요> 등이 있다. 오는 가을에는 출판사 ‘아침달’에서 출간하는 ‘일상시화’ 시리즈 <이웃과 나>가 나올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