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라는 물리적 공간의 한계
"지역의 우리가 조금 더 모이고 연결해야“
“가서 뭐라고 따지기에 여긴 너무 광주인 거에요. 싸우려면 KTX 10만원씩 내고 서울 가서 싸워야 해요.”
윤혜경 광주여성민우회(민우회) 활동가가 지난 5일 우리 대학 젠더연구소 주최의 ‘지역 여성주의 활활’ 강연에서 약 6개월 동안 진행하고 있던 디지털 성폭력 특화 프로그램이 다른 상담소로 일방적 이관됐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윤 활동가는 “프로그램을 통해 민우회에서 상담받고 있던 피해자들도 있었다"며 "피해자들에게 묻지도 않고 다른 상담소로 이관하라는 여성가족부의 조치가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에서 일하며 느낀 물리적 공간의 한계에 대해 설명하며 “그럼에도 광주광역시가 여가부와 이야기를 할 의지도 힘도 없어 힘들었다”고 말했다.
신지원 젠더연구소 소장은 “지역사회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활동가들의 삶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며 "우리 지역 여성주의의 현 주소를 탐색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차경희 광주여성인권상담소장은 "50대인 우리 세대의 여성 운동이라하면 평등한 연애, 평등한 결혼, 평등한 양육 등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대면 운동을 해왔다"며 "반면에 지금은 여성주의 의제들이 계속 변화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라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들이 어떤 고통을 갖고 있는지 공부와 간접 경험으로 알고 있다"며 "내 경험으로 아는 게 아니다 보니 이런 새로운 의제들을 만날 때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육수진 헬로우미디어 대표는 "저는 야망이 많은 사람이다"며 "지역에서 활동하며 원하는 목표에 닿지 못한 이유가 나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육 대표는 광주시립미술관에 있던 '애인의 무게' 작품 철거 시위를 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지역에 있는 우리가 조금 더 모이고 연결됐다면 다음 스텝을 더 크게 밟았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여전히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한걸음가게 대표는 "쓰레기를 덕질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만들어진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고 다시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활동을 하며 "'에너지 전환 등 정책적 변화를 만들어야지, 개인 활동으로는 바뀌는 게 없다'는 소리를 주변 활동가들에게서 들었다"며 "10년 정도 일하다 보니 개인의 작은 활동들이 모여 변화를 만드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강연은 젠더-공감-이음 두 번째 프로젝트로 광주광역시 양성평등기금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사회는 추주희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맡았다. 강연은 지난 5일 오후 3시 제1학생마루에서 약 2시간 동안 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