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바마을 가자! 일본 농촌서 찾은 지역소멸 극복법
1. 관광객 모으는 가와바만의 매력 ㊤
2. 관광객 모으는 가와바만의 매력 ㊦
3. 광주·전남 지역소멸 해결법
일자리 찾아 가와바마을로 가는 사람들
도시-농촌 교류로 관광객 유치
"마을이 살아난 이유는 마을 사랑 덕분“
저출생·고령화,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한 인구 감소 등 지역소멸은 한국의 뿌리 깊은 사회문제 중 하나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3곳(49.6%)이 소멸 위험에 처해있다. 특히 광주·전남지역의 22개 시군 중 지역소멸위기 시군은 20개로,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지역소멸위기를 겪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앞서 1970년대부터 지방소멸과 고령화사회를 경험했다. 한국과 유사점이 많은 일본을 살펴보면 지방소멸을 해결하기 위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전대신문>은 지난 7월 28, 29일 이틀 동안 일본 군마현에 위치한 대표적 지방소멸 극복 사례인 가와바마을에 방문하여 마을이 주는 시사점을 살폈다. 지난 연재에 이어 두 번째로 가와바마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보도한다.
농촌 체험 왔다가 사과 농부 되기도
“여러분들도 가와바마을에 와서 일해도 됩니다.”
가와바마을의 토야마 교타로(60) 촌장이 기자들을 보며 말했다. ‘가와바코리아’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가와바마을은 연 1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토야마 촌장은 “졸업을 한 대학생이 필요한 건 결국 돈이다”며 “돈을 벌려면 일자리를 찾아가야한다”고 말했다. 창출되는 일자리가 가와바마을에 인구를 불러오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토야마 촌장은 “다른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가와바마을에 이직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와바마을은 ‘관계 인구’가 많다. 관계 인구는 마을에 거주하진 않지만 각자의 특정한 방식으로 마을과 관계있는 사람들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거주지는 마을이 아니지만, 일자리가 마을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전원플라자 직원인 나카지마 유키코(54)씨도 그중 한 명이다. 나카지마씨는 “여기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가와바마을은 정말 매력 있고 좋아하는 곳이기에 전원플라자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와바마을은 학생들에게 마을의 매력을 알려주는 교육도 진행 중이다. 현재 가와바마을에는 초등학교 한 곳과 중학교 한 곳만 있어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하려면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 토야마 촌장은 “마을을 떠났던 사람들이 언젠가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게 목표”라며 “농촌 체험을 통해 마을에 매력을 느껴 이후 가와바마을로 이사 와 사과 재배를 하고 있는 타 지역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토야마 촌장의 아들이자 통역을 해준 토야마 쇼타씨도 타 지역으로 갔다가 가와바마을에 돌아온 사람 중 한 명이다. 쇼타씨는 “도쿄로 대학을 갔었다”며 “가와바마을의 자연이 좋고, 이 마을의 매력을 더욱 알리고 싶은 마음에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우리가 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묻자 토야마 촌장은 “수제 맥주, 치즈 등 특산품을 제조하는 일을 할 수도 있고 전원플라자의 가게들에서 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 쪽으로는 블루베리, 옥수수 등을 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농촌 체험과 휴양 즐기는 도시민들
가와바마을이 일본의 대표적인 지방소멸 극복 마을이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도시-농촌 교류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가와바마을은 도쿄의 세타가야구와 1980년부터 현재까지 44년 동안 교류 중이다. 세타가야구민들은 정기적으로 가와바마을에 방문하여 휴양을 즐길 수 있고 가와바마을은 세타가야구의 관광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세타가야구는 일명 ‘부자 마을’로 인구 약 92만명이 사는 도시다. ‘제2의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교류는 원래 일본의 다른 도시-농촌들도 상호 협정을 맺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곳은 가와바마을과 세타가야구 한 곳뿐이다. 두 마을의 교류가 오래 이어질 수 있던 이유에 대해 토야마 촌장은 “계속 교류해야한다는 내용을 마을 조례에 넣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세타가야구의 모든 초등학교의 5학년생들은 2박 3일 동안 가와바마을로 정규 농촌 체험을 오는 게 의무다. 토야마 촌장은 “모내기, 사과 꽃 따기, 야채 재배 등 다양한 농촌체험을 할 수 있다”며 “1년에 200여명의 세타가야구민들이 농촌 체험을 하러 가와바마을에 온다”고 말했다. 가와바마을 관광안내소 직원 ㄱ(71)씨는 “초등학생들이 ‘후지야마 빌리지’라는 농촌체험장소에서 카레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타가야구민들을 위한 시설도 있다. 가와바마을에 2개 있는 숙박 시설인 건강촌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 있으나 세타가야구민에게는 더 싸게 제공한다. ㄱ씨는 “방학이면 세타가야구에서 어린이들이 캠프를 하러 많이 온다”며 “세타가야구민들은 싸게 숙박할 수 있으니 여름휴가 때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세타가야구와의 교류 마을로 일본의 여러 지역 중 가와바마을이 선정된 이유를 묻자 토야마 촌장은 “아무것도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어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복잡한 곳보다 공기 좋고 자연이 있는 곳으로 휴양가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와바코리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가와바마을과 교류한 세타가야구민은 누적 200만명 이상이다.
100년을 이어갈 가와바마을
더위를 피해 가와바마을 전원플라자의 가게들을 구경하다 보니 멀리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기자가 가와바마을에 방문했던 지난 7월 28일은 1년 중 가장 바쁜 날인 ‘마츠리(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마을 사람 여러 명이 이동식 신사를 들고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모습이 보였다. 축제를 구경하던 가와바마을 주민 ㄴ씨는 “농사를 짓는 마을이기 때문에 풍작을 기원하는 축제를 한다”며 “다 같이 한마음으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마을을 돌아다니며 가와바마을 주민들을 취재하고 있자니 ‘가와바마을이 참 좋다’는 이야기가 항상 공통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질문하니 토야마 촌장은 “가와바 마을에서 유명한 특산품들을 전부 주민들이 만들고 홍보했다”며 “그걸 자랑스러워하며 마을에 애정을 갖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가와바마을에는 최근 새롭게 건설한 주민센터가 있다. 가와바마을의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콘크리트를 쓰지 않고 나무로 지은 건물이다. 촌장은 “앞으로 100년 동안, 그 후로도 계속 마을이 소멸하지 않도록 지켜서 주민들이 살 수 있게 하자는 마음으로 지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마지막 질문으로 토야마 촌장에게 ‘가와바마을이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물었다. 토야마 촌장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계속 촌장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건 바로 가와바마을을 위하는 마음이다. 일본에는 ‘계속하는 건 힘이 된다’라는 속담이 있다. 토야마 촌장은 “가와바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계속 촌장을 하다 보니 그게 이어져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2024 오만기행 프로그램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통역 토야마 쇼타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