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생태계 다양성’ 무엇보다 중요
교육과 연구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힘써
코로나19, 위기이자 기회로 삼아

지난 2021년 제21대 총장으로 취임한 정성택 총장의 임기가 다음달 14일 끝난다. 후보자 시절부터 “당당하고 자유로운 전남대”를 강조해 왔던 정 총장.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취임식부터 우리 대학 개교 70주년을 지나 현재까지 지난 4년간의 소회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19일 오후 2시 30분 대학본부 5층 총장실에서 진행됐다.

내년이면 총장 임기가 만료된다. 그 소회는?

“총장으로서 출근 첫날의 기억이 선하다. 눈이 많이 내리던 금요일이었는데, 당시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대학 정문을 걸어서 들어왔다. 80학번 신입생으로서 대학의 첫발을 내딛던 순간도 다른 의미의 마스크를 쓰고 정문에 들어섰는데, 40년이 지나 총장으로서 또다시 마스크를 쓰고 첫걸음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설렘보다는 참으로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지난 시간 세계 속에서 우뚝 선 전남대학교를 만들고자 했던 당찬 포부로 시작했고, 참으로 치열했던 순간들을 보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이었다. 전남대학교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과 함께했기에 많은 것들을 이뤄낼 수 있었다.

수많은 성공과 때론 아쉬운 결과마저도 최선을 다했기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성원과 격려를 해주신 분들, 따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모든 분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나 철학은 무엇인가.

“학문생태계의 다양성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점국립대학교인 전남대학교는 다양한 학문이 살아 숨 쉬는 마지막 보고다.

다양한 학문은 최첨단 융복합 시대에 오히려 더욱 필요한 자산이며, 기계와 인간을 구분 짓는 지점이 ‘사유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오랜 세월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총체인 기초학문을 통해 기를 수 있다. 풍부하고 건강한 학문생태계라는 기초 체력이 갖춰져야만, 융합과 응용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질 수 있다.”

임기 동안 핵심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이 있다면?

“대학이 존재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교육과 연구다. 교육과 연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통합 시스템이라는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

교학부총장 직제를 새롭게 도입하면서 탄탄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자 했으며, 다양한 학문생태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AI대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을 개관했다.

교육과 제도 부분에 있어서는 ‘5만 기행’을 실시하여 코로나19로 청소년 시기 해외에 나갈 기회가 없었던 학생들에게 5만원의 여권 비용만 부담하면 해외 탐방이 가능하게 했다. 전국적인 유행을 이끈 ‘천원의 아침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시험기간 ‘이천원의 저녁밥’까지 선보이며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기존 국제협력본부와 대외협력본부를 합친 ‘글로벌대외협력처’를 신설해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과 추진력을 높여왔다.

시설 부분에 있어서는 △제1학생마루 학생 식당 리모델링 △스토리움 개관 △제2학생마루 리모델링과 아띠끄 재단장 △24시간 열람실 백야 개관 △단과대학별 학생 라운지 마련 △여수캠퍼스의 기숙사 신축 △학생성공홀 착공 △도서관 리모델링 등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에 취임하면서, 구상했던 많은 일들을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대학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강의실의 절반가량을 온라인 강의가 가능한 하이브리드 강의실로 전환하며 새로운 교육환경을 신속하게 조성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메타버스 캠퍼스 사이트를 새롭게 조성하면서, 비대면 입학식과 졸업식을 해야 하는 우리 학생들의 아쉬움을 다소나마 달래기도 했다.

코로나19 시기의 학생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아프다. 대학의 낭만이나 추억은 비대면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런 안타까움이 5만 기행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됐던 것 같다.”

학생과의 소통에 있어서 어떤 부분에 가장 주력했나?

“천원의 아침밥을 학생들과 먹기도 하고, 졸업식을 맞은 학생들과 인증 사진을 함께 찍기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더욱 친근한 총장으로서 학생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많이 해왔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전주기 교육 관리라는 학생처의 역할을 재편하며, 근본적인 소통 시스템 구축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이어왔다. △학생회 △동원 라이프 아카데미 학생들 △대학원생 △외국인 유학생 △총장명예학생 △홍보대사 △동아리 △학군단과의 여러 차례 간담회나 소통의 장을 통해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또한 학생성공테이블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학생들의 정책 제안을 직접 들었다. 이 자리를 통해 나왔던 제안을 학위복 개선, 정보마루 운영시간 연장, 아띠끄 개관, 24시간 열람실인 백야 개관 등으로 실현했다.”

우리 대학의 발전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전남대학교의 10년, 20년을 넘어 100년의 미래를 바라보는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년 전 개교 70주년을 맞아 ‘진리로 이끈 70년, 창조로 이끌 100년’이라는 구호를 선보인 바 있다. 전남대학교의 명성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진행형이어야 하고, 미래에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또한 대학의 본질은 교육과 연구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전남대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단기 성과와 목표에 치중하지 않고,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인류 발전을 이끄는 기초 연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퇴임 후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이와 비슷한 애정 어린 질문을 해주시는데, 저 역시도 궁금하다. 다만, 과거를 보면 미래를 유추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80년대에 입학해서 전남대를 떠났던 순간은 3년 간의 군복무 시절밖에 없을 정도로 △학생 △전공의 △교수 △총장으로서 45년을 전남대에서 보냈다. 비록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지만, 무엇을 하든 전남대학교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지난 네 번의 입학식과 여덟 번의 졸업식에서 결국 여러분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도전’이라는 키워드다. 언젠가 우리 학생들에게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여획’을 설명하며 ‘자신의 한계를 짓지 말라’고 말했었던 기억이 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도전을 망설이게 하는 것 같다. 성공이나 실패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역경을 이기고 용기를 내는 도전 경험이 하나하나 쌓일 때, 학생들은 결국 빛나는 꿈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전남대학교는 도전을 위한 최적의 무대이니 무엇이든 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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