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핵심 ‘쏟아내는 것’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지난 10일 광주광역시청 시민홀에서 애도 문학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지난 10일 광주광역시청 시민홀에서 애도 문학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애도 문학은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어도, 죽음을 계속 살아있게 할 수는 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 겸 서울대 교수(영어영문학)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함께 축하하는 ‘광주에서 온 편지’ 행사에서 △사적 애도 △공적 애도 △애도 문학의 역할 등 애도에 대한 강연을 펼쳤다.

신 교수의 말에 따르면 애도란 상실한 대상을 보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상실한 대상을 잘 보내고, 살아있는 사람은 일상으로 복귀하는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 애도는 △진실 △치유 △기억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진실’이다. 신 교수는 9·11 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조너선 사프란 포어(Jonathan Safran Foer)의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예로 들었다. 주인공은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야 상상을 멈출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즉 상실에 대한 모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왜’라는 물음에 답하지 못하면 그다음 단계로 갈 수 없다는 뜻이다.

진실을 밝혔다면 그다음 단계는 ‘치유’다. 치유 단계의 핵심은 ‘쏟아내는 것’이다. 상실에 대해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을 때까지, 얘기해도 눈물이 안 날 때까지. 억누르지 않고 쏟아내며 그 지점까지 도달하는 것을 ‘시간이 지났다’라고 말한다. 신 교수는 “사람들이 보통 ‘시간이 해결해 준다’라고 말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흘려보내는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며 치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 단계인 ‘기억’은 상실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는 아니다. 노력을 통한 기억이 아닌 그저 기억이 되는 상태, 상실이 객관적 사실로 확정이 되어 물질화된 상태다.

공적 애도에서는 △국가 △시민사회 △당사자 세 주체가 존재한다. 국가와 상실의 당사자가 같은 뜻을 가지는 평화로운 상태에서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크지 않다. 시민사회의 역할은 국가와 당사자가 대립할 때 중요하다. 시민사회와 당사자가 연대해 진상규명과 책임을 확인하는 ‘진실’ 단계, 그리고 ‘치유’의 단계로 나아갈 때에도 시민사회의 인정과 공감은 필수적이다.

애도의 과정에서 문학은 시민사회를 연대의 주체로 통합하고, 시민사회 내 암적인 이견에 개입한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하는 시민사회의 기조를 다시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신 교수는 “소설 <소년이 온다>가 기억의 훼손을 막아 상처의 재발을 막았다”며 “진실, 치유, 기억 애도의 세 단계를 모두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문학이 상실의 상태에 놓인 사람의 감정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그는 “문학은 특정한 감정 상태가 되게 하는 정서적 공감, 관점을 배우게 하는 인지적 공감을 인간에게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강연은 지난 10일 오후 8시 광주광역시청 시민홀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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