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기사를 읽고 몇 분 동안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한국은 유사이래 최고의 문화적 전성기를 맞이한 듯하다. 오래전 일본의 대중문화가 서구권에서 큰 유행을 일으킨 것처럼 K콘텐츠 열풍도 한때 흥하고 마는 유행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단순히 소비적 차원의 상품으로만 취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희소하고 세계인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는 고유한 문화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최근 들어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또 다른 분야가 있다. 바로 K-방산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의 방위산업은 세계 방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2022년 K-방산이 폴란드와 총 124억달러(약 17조원) 상당의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세계의 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미국이나 독일의 성능에 비해 성능이 뒤지지 않는 고품질의 무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내놓은 한국의 무기들은 세계 방산 시장에서 가성비 제품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한국이 방산 수출 4대 강국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언론으로 발표되고 있다. 국방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액은 약 18조 6천억원에 달한다. 이제 한국의 방위산업은 세계 4위인 중국의 위치를 넘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 방위 산업의 성장을 축하할 만한 일인지 비판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기 수출국 다수는 분쟁 중이거나 독재 및 인권 탄압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예멘 내전 곳곳에서 한국산 무기가 발견되었으며 미얀마 민주화 시위와 스리랑카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데 한국산 최루탄이 사용되었다. 또 한국은 가자지구 집단학살이 본격화된 지난해 이스라엘에 수출했다. 때문에 한국산 무기가 팔레스타인 학살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언론 그리고 심지어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K-방산의 급자탑 뒤에 가려진 어두운 진실을 직시하지 않는 듯 보인다.

한림원 노벨위원회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한강 작가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 작가의 작품이 국가폭력의 비극 앞에 놓인 인간의 아픔을 직시하고 감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K-POP과 K-Drama의 세계적 흥행과 찬사가 주는 기쁨에 취해 우리가 수출한 무기가 야기할 역사적 비극을 K-방산이라는 이름으로 외면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한강 작가가 만들어낸 문화적 기적은 우리가 세계의 분쟁을 지속시키는 폭력의 주체가 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정찬혁(철학과 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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