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윤리 강령 필요성 강조
낮아진 우리 대학 위상 안타까워
“우리나라와 대학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퇴임하려니 착잡합니다.”
지난 13일 한 학내 카페에서 만난 양채열 경영학부 교수는 퇴임 소감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29년 2개월 동안 우리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에 매진한 양 교수는 학자의 윤리적 책임과 대학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다.
오늘날 우리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흐려진 세상에 살고 있다. 양 교수는 “서로 가치가 다르고 의견이 다를지라도 최소한의 객관적 사실은 있어야 한다”며 “현재는 동일한 인식이 부족한 세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편 주장만 믿고 반대편 주장은 거짓이 되어버린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사람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먼저 스스로 윤리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연구 활동과 각종 위원회에서 정책과 사업에 대한 자문을 맡고 타당성을 평가하며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양 교수는 “정치, 군, 종교, 언론 등 여러 영역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서도 “학계야말로 이 상황을 타파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언급하며 “학자들이 비윤리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 세금이 낭비되고 심지어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원인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사건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양 교수는 2017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경영경제학회에 윤리 강령을 도입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당시 그는 경영학자들이 엄밀하고 객관적인 보고서가 아닌, 기업 맞춤형 보고서를 짜주는 것을 비판했다. 그는 “연구 윤리 강령은 있지만 사회와 관련된 전반적인 윤리 강령이 없다”며 “경영경제학회에서만이라도 강령을 도입하면 모범사례가 될 수 있길” 바랐다.
양 교수의 선친은 우리 대학 공과대 전기공학과 제1회 졸업생이다.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었던 선친이 모처럼 잘했다고 했을 때가 양 교수의 우리 대학 부임이 결정됐을 때다. 양 교수는 “서울대를 빼면 다른 어떤 대학보다 전남대가 좋았다”며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우리 대학의 위상이 낮아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양 교수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을 인용하며 “‘사랑으로 고무되고 지식으로 인도되는 삶’이 좋은 삶이다”고 말했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 감성과 이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 교수가 보기에 우리 사회는 사랑보다 지식을 강조한다. 그는 “두 가치가 같이 가야 하는데 요새는 너무 지식만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대학에서 산업화를 위한 인재와 사회를 위한 민주 시민 양성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며 “대학의 인재양성상은 ‘취업 능력을 갖춘 교양 있는 민주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 교수는 학생들에게 고아사고 실험을 해볼 것을 제안했다. “만약 부모님이 모르는 사람이고, 대학 졸업 때까지만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양 교수는 “옛날에는 어려운 상황에서 성공한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며 “실제로 어려운 상황이 아니더라도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면 대학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역경을 극복해야 사람이 성숙해진다”며 “경제적 독립이 있어야 성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