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따라 노숙인 거주 구역 달라져

과거보단 줄었지만, 추위와 배고픔에 내몰린 노숙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광주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센터)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혹한기 야간 현장 보호 활동’을 진행했다. 센터는 광주 노숙인들의 일상 복귀를 돕는 곳이다. 2025년 2월 기준 센터에서 관리 중인 거리 노숙인의 수는 총 16명으로 남성 13명과 여성 3명이다. 현재 발견되지 않는 노숙인은 추정상 30~40명 정도다. <전대신문>은 지난달 26일, 센터 소속 백지선, 조찬휘 상담요원을 따라 거리 노숙인 집결지인 남광주시장-광주역-어린이공원-유스퀘어를 찾았다.

사라진 사람과 남겨진 흔적

남광주시장 옆 주차장으로 20년째 노숙 생활을 해온 노숙인이 머문 자리다. 그는 현재 정신질환과 고령의 나이로 병원에 입원해있다.
남광주시장 옆 주차장으로 20년째 노숙 생활을 해온 노숙인이 머문 자리다. 그는 현재 정신질환과 고령의 나이로 병원에 입원해있다.

첫 번째로 이동한 장소는 남광주시장 옆 주차장이었다. 이곳에는 두 명의 노숙인이 살았다. 지난달 26일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땐 1명만 있었다. 상담요원은 “3일 전 정신질환과 고령의 이유로 한 노숙인이 병원에 입원했다”며 그 이유를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 살았다던 노숙인은 20년간 거리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자리는 주차장과 본건물 입구 사이 유리문 뒤였다. 그가 꾸준히 기대었는지 흰 벽에 그을린 자국과 남겨진 간 물건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 어린이공원에 있는 노숙인의 생활 흔적이다. 그는 놀이기구 아래 공간에 자신의 짐을 두고 생활한다. 자전거를 옷걸이 삼아 비닐봉지와 옷가지 가방이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이다.
한 어린이공원에 있는 노숙인의 생활 흔적이다. 그는 놀이기구 아래 공간에 자신의 짐을 두고 생활한다. 자전거를 옷걸이 삼아 비닐봉지와 옷가지 가방이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이다.

어린이공원에도 노숙인이 살고 있다. 상담요원과 함께 공원을 훑어보았지만, 노숙인 박아무개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공원을 향하던 조찬휘 상담요원은 자연스럽게 공원 화장실로 발을 옮겼다. 깨끗해 보이지 않는 1평 남짓한 곳. 화장실 특유의 꿉꿉한 냄새를 맡으며 들어섰다. “리모델링 이후로는 바닥을 덥힐 수 있는데 요즘은 불은 안 트는 것 같아요”라는 상담요원 말에 만져본 바닥은 차가웠다. 백 상담요원은 “지금도 혹한기지만 더 추운 날이 있다”며 “그럴 땐 거리에 계신 노숙인 분은 화장실 안에 있다”고 말했다. 박아무개씨는 없었지만, 상담 요원들에게 박아무개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공원 안 놀이터가 그의 본 보금자리였다. 상담요원이 가르친 놀이터 구조물 아래쪽 틈새 공간에는 박아무개씨의 짐이 쌓여있었다. 낮은 위치에 몸을 반으로 접어야만 그의 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옷걸이가 된 자전거 위로 갖가지 비닐봉지와 옷가지, 가방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노숙인 이동 반경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이도 있었다. 상담요원들과 함께 두 번째 노숙인 집결지인 광주역 고객 대기실로 향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노숙인의 모습은 찾아보지 못했다. 어제까지도 자리를 지켰던 그. 오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백 상담요원은 “이분은 걸어서 다니셔요. 아마 터미널에 있을지도 몰라요”라고 말했다. 따뜻하게 틀어진 히터와 기대 쉴 수 있는 의자, 심심하지 않도록 뉴스가 틀어져 있다.

백 상담요원은 “노숙인들의 활동반경도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겨울에는 날씨가 춥기에 노숙인들의 이동이 적다. 그렇기에 센터에서도 노숙인 거점을 집중적으로 순찰한다. 3월이 되면 노숙인들의 생활 반경이 더 넓어져 어린이공원이나 첨단 지역까지 탐색을 확대하며 발굴에 나선다.조 상담요원은 “보금자리를 여럿 두고 이동한다는 노숙자도 있다”며 “광산구와 송정역, 유스퀘어 등을 몇 시간씩 걸어서 이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65세가 넘는 노인의 경우 기찻값이 무료기에 이동에 더 자유롭다”고 덧붙였다.

일상에 녹아든 노숙인

유스퀘어 2층에 위치한 CGV에 한 노숙인이 앉아 있다. 상담요원은 음식 키트를 나눠주며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그의 이야기를 듣기는 어려웠다.
유스퀘어 2층에 위치한 CGV에 한 노숙인이 앉아 있다. 상담요원은 음식 키트를 나눠주며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그의 이야기를 듣기는 어려웠다.

노숙인은 우리가 자주 다니는 곳에도 있다. 상담요원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유스퀘어 2층에 위치한 CGV로, 두 남성을 사이에 둔 테이블이었다. 그곳엔 검정 롱패딩을 입은 남성노숙인이 있었다. 그는 겉으로 봤을 때 전혀 노숙인으로 보이지 않아 일반인과 구분하기 어려웠다.

1층 버스 대기석에는 사람 여러 명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상담요원들은 “이곳에 많으면 5~6분 계신다”며 사람들의 행색과 얼굴, 옷차림을 살피며 그들을 찾았다. 이어 의자에 앉은 채 TV를 시청하던 중년 남성에게 조 상담요원은 ‘식사는 하셨냐’는 말과 함께 먹거리 키트를 내보였고 그는 조용히 도시락을 건네받았다. 상담요원이 그에게 준 것은 △빵 △과자 △식혜 △핫팩이었다. 유스퀘어 안 서점에서도 상담요원은 다른 노숙인에게 신속하게 먹거리를 건넸다.

일상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노숙인

기자와 상담요원 2명이 유스퀘어 버스 대기 공간에서 노숙인 ㄱ씨와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고향인 안산에서 지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해 약 8개월째 거리 노숙을 하고 있다.
기자와 상담요원 2명이 유스퀘어 버스 대기 공간에서 노숙인 ㄱ씨와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고향인 안산에서 지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해 약 8개월째 거리 노숙을 하고 있다.

버스 대기석에서 기자는 센터에 일자리를 구한다는 김아무개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안산에 있다가 광주로 내려와 살고 있는 집은 없었지만, 행정상 주거지가 등록되어 있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엄격하게 따지면 행정상 주거지가 등록되어 있으면 살고 있는 집이 없더라도 노숙인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만남 당시 김아무개씨와 함께 노숙인 ㄱ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전날 광주에서 처음 만나 송정역에서 유스퀘어까지 도보 기준 9.9km가 되는 거리를 함께 걸어왔다. 50대 중년의 남성인 김아무개씨는 “원룸에 살며 배달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사기를 당해서 8개월째 거리 노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숙 생활을 해 오던 그는 목포에 있을 때 지갑을 잃어버렸고 어제는 광주송정역에서 센터로 연락했었다. “광주송정역에서 노숙하며 역을 청소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 백 상담요원은 “시설 입소나 거주지 없이는 일자리를 연결해 줄 수 없다”며

시설 입소를 권했다. 그가 입소를 거절하자 상담요원은 “주소지인 안산에 가면 다른 지원을 더 빠르게 받을 수 있다”며 “버스비를 드릴 테니 가보시는 건 어떠냐”고 말했다. 그러나 김아무개씨는 “사기를 당한 곳이 안산이다’며 “가고 싶지 않고 가려 했으면 벌써 갔을 것”이라며 자리를 떴다.

상담요원이 대화하는 10분 동안 ㄱ씨는 입을 벌린 채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빼거나 다리를 떨며 기다리던 그는 지퍼형 후드와 공항 점퍼,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비교적 깔끔한 옷차림과 파마가 돼 있는 머리. 그러나 맨발로 슬리퍼를 신은 채 바지 끝이 정리돼 있지 않았던 그는 “가족과 함께 살았는데 제 정신질환을 이해하질 않았어요. 그래서 집을 나왔어요”라며 노숙 계기를 말했다

노숙인에 대한 대처와 광주 노숙인 주요 집결지

노숙인들이 많이 찾는 곳은 각 구마다 다르다. 남구에서는 △남광주역 △월산근린공원 △광주공원 △광주공원 푸드존이 주요 거점으로 꼽힌다. 동구는 금남로 4가·5가역과 남광주시장이, 북구에서는 광주역, 서구는 유스퀘어가 대표적이다. 광산구는 △송정역과 △터미널 △보라매공원을 중심으로 노숙인이 이동하며 생활한다. 그중에는 고객 대기실 같은 ‘역사’에 비교적 많은 인원이 발견된다.

백 상담요원은 “유스퀘어는 최근 관리자가 바뀌면서 노숙인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유스퀘어 안에 노숙인은 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유스퀘어 내 동상 겸 의자 앞을 지나가면서 상담요원은 “노숙인이 앉지 못하도록 동상 의자에 테이핑을 두른다”고 말했다. 이어 “낮에 정해진 시간에 특정 게이트 앞에서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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