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가 슬퍼 연습하다 울컥하기도
합창 호소력 통해 다른 사람 위로
"예비 교원으로서 세월호 참사 당시 순직하신 단원고 교사들의 사명감을 기억하기 위해 합창을 준비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합창단의 지휘를 맡은 박준표(음악교육·21) 음악교육과 학생회장이 합창의 의미를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자신의 전공인 피아노로 반주를 맡았고, 올해는 지휘를 맡았다. 박 회장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지휘를 도전하는 것이 어려웠다"면서도 "교수님이나 지휘를 배운 친구에게 배우며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휘자에 대해 박씨는 "누구보다 곡을 잘 이해하고 박자도 맞춰주며 합창단을 통솔하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반주를 맡은 이준영(음악교육·22)씨와 베이스를 맡은 윤성준(음악교육·22)씨는 지난 2022년부터 4년간 세월호 합창을 하고 있다. 윤씨는 "잊혀지지 말아야 할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합창의 호소력 때문에 4년째 합창을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합창을 듣는 사범대생들이 교사 정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면 좋겠다"며 합창에 참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합창단은 지휘자와 반주자, 그리고 실제로 노래를 부르는 합창자로 구성되어 있다. 합창자는 성별과 음역에 따라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로 나뉜다,합창단은 오는 15일 신상우 작곡가의 '눈물 기도'와 김효근 작곡가의 '내 영혼 바람되어' 두 곡을 부른다. 박 회장과 이씨, 음악교육과 부회장이 같이 곡을 선정했다고 했다. 곡을 선정할 때 박씨는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대 아침 고요히 깨나면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부드럽게 빛난다오. 그 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내 영혼 바람되어'의 가사로 박씨가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이다. 그는 "죽음에 슬퍼할 것이 아니라, 바람과 영혼이 됐으니, 산 자들에게 그 빛과 바람에 쉼과 용기를 얻어 힘차게 살아가라는 당부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며 해당 가사를 꼽은 이유를 밝혔다.
합창은 매주 수요일에 연습한다. 박씨는 "가사가 너무 슬퍼서 저도 그렇고 다른 단원들도 자주 울컥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합창단 모두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있다"며 "희생자분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윤씨는 "합창을 준비할 때 모두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게 가장 힘들다"며 "지휘자의 손짓, 반주,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에 맞춰 합창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씨는 "반주자는 지휘를 보면서 상황에 맞게 반주를 달리하는 임기응변이 중요하다"면서 "역량적으로 부족한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합창은 2019년부터 지금까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4월 16일에 사림홀에서 수업이 있기 때문에 하루 앞당긴 15일에 진행하기로 했다. 교육융합관 1층에서 합창을 하는데 사림홀에서 수업을 하면 합창이 수업에 방해될 수도 있고 합창단의 대기 공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학우들에게 "합창할 때 교육융합관 곳곳에 가사로 연결되는 QR코드를 붙여둘 것이다"며 "합창 들어주시면서 가사도 함께 보며 같이 추모해 달라"고 전했다.
합창은 음악교육과와 사범대 학생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세월호 추모 사업'의 하나다. 합창 외에 사범대 학생회에서 지난 10일부터 오는 18일까지 노란 리본 달기와 스티커 붙이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리본 달기는 교육융합관 중앙계단 난간에 학생들이 직접 리본을 달고 추모 메시지도 적을 수 있다. 스티커 붙이기는 스스로 학습실 문 앞에 보드를 둬 그곳에 학생들이 노란 리본 모양 스티커를 붙이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QR코드를 통해 롤링페이퍼처럼 학생들이 추모 글을 남길 수 있는 행사도 기획 중이다. 이씨는 "점점 사람들에게 합창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 같다"면서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