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선거의 개표 기준 투표율을 33.3%에서 50%로 개정합시다. 투표율을 50%로 개정하는 이유는 학우 여러분의 힘으로 믿음직스러운 대표자를 뽑기 위함입니다. 좋은 대표자를 뽑는 방법은 재학생의 참여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참여율은 재학생이 총학생회 선거에 참여한 정도를 말합니다. 구체적인 참여 방법은 후보자의 자질을 치열하게 검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총학생회 선거의 기준 투표율은 학우의 참여 의지를 꺾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전남대 총학생회장은 우리 대학 전체 재학생 중 1/3이 투표하고, 그중에 절반만 찬성해도 총학생회장 당선됐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83.3%(5/6)가 반대하거나 66.7%(2/3)가 투표하지 않아도 투표율만 넘기면 총학생회장이라는 직함을 달 수 있습니다.
투표율이 낮으면 대표자의 대표성과 정당성에 결함이 생기고, 이에 따라 여러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 대표성이 떨어지면 학생회와 학우의 거리가 멀어지는 지름길이 됩니다. 대표성은 학우의 의견을 얼마나 잘 대변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정도입니다. 선거 과정을 살펴봅시다. 몇몇 후보자는 16.7%의 재학생만 설득하면 당선되니, 토론회와 공청회의 자리가 비어도 ‘학우들이 관심 없는 거야. 우리 잘못 아니야.’라며 착각하곤 합니다.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과정에 학우의 참여를 유도하기보다 참여하지 않는 학우를 비판하는 일이 먼저인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학우에게도 전염됩니다. 몇몇 재학생 또한 ‘내가 투표하지 않아도 아무나 당선되겠지.’라는 생각을 익숙하게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둘째, 대표성을 상실한 학생회장은 유권자의 불편보다 자신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학생회장이 자신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 후보자는 학우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학생회장직을 자신의 진로나 여가 생활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2025년 8월에는 B대학교 단과대학 학생회장이 외부업체 지원금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학생들의 참가비를 학생회비로 이관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셋째, 지금 높이지 않으면 앞으로는 기준 투표율이 더 낮아질 것입니다. 한 번 낮아진 투표율을 다시 높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2023년부터 기준 투표율을 다시 높이려는 시도가 여럿 있었으나, 모두 무산된 것이 그 증거입니다. 이러다가 먼 미래에는 33.3%의 투표율도 달성하지 못해서, 33.3%보다 더 낮은 수치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한편, 몇몇 사람들은 투표율을 높이면 학생회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합니다. 저 또한 이 걱정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투표율을 높인 주체가 학생회가 아니라 여러분이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여러분이 주도하여 투표율을 높인다면, 여러분은 이미 총학생회 선거에 관심이 있다는 방증이 됩니다. 학생회가 사라진 건 학우 탓이 아니라, 후보자가 학우를 설득하지 못한 거라는 비판을 정당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함께 총학생회칙과 선거시행세칙을 개정해 봅시다. 여러분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개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총학생회장단도, 중운위원들도 아닌, 바로 학생회의 중심인 여러분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