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이 만든 창업 생태계
청년만 창업 지원 가능
임대료·홍보·교육까지 공공 지원
수제품·예술품 ‘독창성’이 인기 비결

‘도시재생’이란 쇠퇴하는 도시를 대상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도시를 활성화하는 것을 말한다. 근대화 이후 한국은 수도권 중심화가 심해지며 지방 도시의 쇠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만 또한 고령화, 인구집중으로 지역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지역의 인구는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의 매력을 높이는 도시 재생 사업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중 타이중의 문화창의산업단지(문화단지)와 심계신촌은 버려진 근대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성공적인 도시재생의 사례로 평가 받는다.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장소지만 지역의 매력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지난 7월 8일과 9일 이 두 장소를 직접 방문하 여 각 장소의 매력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지난 7월 9일 비오는 심계신촌 거리.
지난 7월 9일 비오는 심계신촌 거리.

대만 타이중에는 ‘젊은이들의 핫플’이라고 불리는 마을이 있다. 거리에 들어서자 특색있는 가게들이 반겨주는 이곳은 원래 1969년 지어진 공무원들의 기숙사였다. 그러나 정부 구조가 바뀌고 공무원들이 떠나자 이곳은 낙후된 마을이 됐다. 그러다 2015년 타이중 정부가 도시 재생을 위해 심계신촌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며 청년들의 창업 지구로 자리잡았다. 오래된 건물들의 흔적을 그대로 살린 심계신촌은 현재 타이중을 대표하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심계신촌에서 카페 ‘Come True’를 운영하고 있는 웬위(Wenyu) 대표는 “현재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이 건물은 예전에 마을 이장의 기숙사로 쓰였던 건물이다”며 “7~80년 된 역사적인 건물이기 때문에 이곳에 커피숍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비어있었던 곳이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활기찬 곳이 되었다”며 “현재 이곳은 타이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9일 기자가 심계신촌에 방문했을 땐 궂은 날씨로 많은 관광객들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북적일 정도로 사람이 많이 오는 곳이다. 심계신촌에 세 번째로 방문한 거라는 ㄱ씨는 “원래 이곳은 사람이 정말 많이 붐빈다”며 “가끔 거리를 거니는 것조차 힘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이 중심인 입점 조건

이창 사장이 가게의 특별 메뉴를 설명하고 있다
이창 사장이 가게의 특별 메뉴를 설명하고 있다

심계신촌의 여러 가게들을 방문했을 때 눈에 띄는 특징은 가게 사장들이 대부분 청년이라는 것이었다. 타이중 정부는 심계신촌에 가게를 내길 원하는 사람들이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면 평가를 거쳐 최대 6년간 이곳에서 가게를 열 수 있게 한다. 단, 해당 지원을 신청하려면 청년이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그렇기에 심계신촌은 창업을 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심계신촌 지원은 단지 가게를 빌려주는 것만이 아니다. 정부의 지원을 통해 심계신촌에 가게를 열면 다른 일반 거리보다 임대료가 약 1/6 저렴하다. 수제 악세서리 가게인 ‘Wonder Space’를 운영하고 있는 쿵더웨이(Kung De Wei) 사장은 “다른 길거리 상점 임대료와 비교하면 여기는 훨씬 저렴하다”며 “자본이 부족한 신진 디자이너에게는 정말 큰 차이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창업과 관련한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홍보도 도와준다. 쿵더웨이 사장은 “타이중 정부가 비즈니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줬다”며 “필요하다면 누구나 정부에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웬위 대표는 “정부가 이곳 가게들과 지역 사회, 단체와 협력해 공연자나 예술가를 초대해 이곳을 더 활기차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외국인과 여행자가 많이 찾는 가게가 있다면 정부가 더 많은 홍보를 도와준다”고 말했다.

심계신촌의 모든 것은 타이중 정부 소유다. 그렇기에 심계신촌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3년이나 6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다가 이후엔 가게 소유권을 반환해야 한다. 그래서 심계신촌의 많은 청년 사장들은 이곳을 성장하기 위한 발판의 도약으로 생각한다. 6년 후 심계신촌을 나가고서 어떤 일을 할 건지 묻자 쿵더웨이 사장은 “쇼핑몰 가게를 열고 싶다”며 “내 제품이 대만의 아름다움을 대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다”며 “내가 나가고 후대 디자이너에게 심계신촌에 가게를 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곳에 없는 독특한 메뉴가 인기

부부카페에서 방문자들이 식빵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부부카페에서 방문자들이 식빵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심계신촌은 가게들이 서로 경쟁하여 들어오는 시스템인 만큼 팔고 있는 물품들도 독특한 것들이 많다. 청년 창업가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특히 수제품이나 예술과 관련된 제품들이 많았다. 카페도 그냥 카페가 아니다. 심계신촌의 ‘부부 아트’ 카페는 식빵 위에 그림을 그려 먹을 수 있게 해 손님들이 재미를 느끼게 만들었다. 부부 아트의 매니저 파고(Fago)씨는 “원래 그림을 가르치는 일을 했었다”며 “일반 대중들도 그림의 재미를 느끼게 만들고 싶어 식빵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는 예술 작품이 많아서 방문객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다”고 말했다.

점심을 먹으러 방문한 식당 ‘Là JIA BONG’ 또한 일반 식당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메뉴들을 팔고 있었다. 이곳의 메뉴들은 모두 1인분 크기의 작은 전기밥솥에 담겨 나온다. 이곳의 이창(Yi Chang) 사장은 “전기밥솥은 대만에서 매우 전통적인 이미지다”며 “모든 전기밥솥 그릇은 공장과 협력하여 우리가 직접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심계신촌은 기본적으로 공방이 많기 때문에 식당을 열면 오히려 더 독특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음식을 제공하는 동시에 대만의 문화를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 재료를 다른 재료와 결합한 독특한 음료들도 판매 중이다. 메뉴판에는 ‘나나키’라는 빨간 고추 소스를 라떼에 넣은 음료, 대만의 전통 소다와 블랙 커피를 섞은 음료도 보였다. 이창 사장은 “여기는 관광지고, 관광객들은 특별한 것을 찾는다”며 “대만 문화를 음식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이 풍부하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만큼 심계신촌에 가게를 열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쿵더웨이 사장은 착용하고 있는 수제 귀걸이를 보여주며 “정부는 수제품같이 가게 제품이 독특하고, 복제하기 어려운 것들을 원한다”며 “내 제품이 독특하다고 설득해야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계신촌은 매우 유명한 곳이라 인기가 많다”며 “(정부에 사업 계획서를 제출해서 뽑히는)경쟁에서 이기면 내 계획이 나쁘지 않다는 걸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계신촌으로 타이중 알려

많은 이들이 이곳이 과거 기숙사였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 채로 심계신촌에 방문한다. 구태여 역사를 알리지 않더라도 청년 창업가들의 아이디어와 활기로 인해 심계신촌은 어느새 타이중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가 됐다. 파고 매니저는 “예전에는 관광지가 부족해서 타이중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적었다”며 “지금은 심계신촌 덕분에 타이중이 더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ㄱ씨는 “이곳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이곳은 아주 포토제닉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파는 것들은 대부분 수공예품 등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것들이다”며 “사진 찍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웬위 대표는 “대만의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들어 이곳에서 판매하고, 또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에 방문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2025 오만기행 프로그램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