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된 1만3천위 중 239위만 신원확인
“이름 모를 헌신,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발굴복을 입고 경례하는 구형회씨.
발굴복을 입고 경례하는 구형회씨.

6·25 전쟁 현장 곳곳을 넘나들며 전쟁의 상흔을 몸으로 겪은 학생이 있다. 2022년 1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유해발굴기록병’으로 복무하며 잊힌 영웅들의 흔적을 쫓은 구형회(사학·21)씨다. 그는 “어렸을 때 TV 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을 다룬 다 큐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후 “사학과에 진학하며 전공과 연계된 의미 있는 군 생활을 하고자 유해발굴기록병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구씨는 △경기도 연천 △경기도 의왕 △강원도 홍천 △충청북도 단양 △경상북도 칠곡 등 전국에 흩어진 6·25 전쟁 격전지를 넘나들었다.

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연천 진명산 일대에서 부사수로 임무를 수행 하던 중, 유해 주변을 확장하다 더는 나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포기하려던 순 간 그의 손으로 직접 골반뼈를 찾아냈던 때였다. 구씨는 “처음으로 유해를 직접 발견했을 때의 전율을 잊을 수 없다”며 “민간인 통제선 안에서 진행된 발굴 현장에선 유품과 유해가 유독 많아 전쟁의 치열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간인 통제선 내부는 지난 70여년간 민간 개발이 엄격히 제한돼 전쟁 당시의 지형과 유물들이 비교적 보존되어 있어 유해발굴의 핵심적인 장소로 꼽힌다. 그는 복무 중 경상북도 칠곡군 가산면에서 국군으로 추정되는 완전 유해 1구를 직접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물론 모든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구씨는 “평소 일머리가 없는 편이라 임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힘들었던 순간들을 토로했다. 그러나 “선임들에게 혼나가며 배우고 동료들과 협력 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한다.

또한 구씨는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평범한 삶은 참전용사뿐 아니라 이름 모를 수많은 분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우리는 그분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해발굴 사업의 안타까운 현실을 알리며 더 많은 관심을 촉구했다. 전사자의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시료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발굴된 1만3천여위의 유해 중 신원이 확인된 분은 239명에 불과한다”며 “더 많은 영웅들이 유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유전자 시료 채취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사자 신원 확인은 발굴된 유해의 DNA와 유가족의 DNA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사자의 친·외가 8촌까지 시료 채취가 가능하며, 보건소나 군 병원 등에서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미 있는 군 복무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역사나 고고학 관련 전공자 중 1년 이상 재학했다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며 “한 번뿐인 군 생활을 특별 경험으로 채우고 싶다면 유해발굴기록병을 강력히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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