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이탈, 각시탈, 양반탈, 할미탈’은 무언가 말하는 듯 하고, 장삼자락 길게 늘어뜨린 형형색색의 한복들은 마치 손을 뻗으며 움직일 것만 같다.
수강생들은 일주일에 두 세번 전대 사거리 탈춤 교습소 ‘중요 무형 문화재 34호 강령탈춤’에 모여 장구소리에 몸을 맞춘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강령탈춤’은 바다와 인접한 황해도 강령 지방의 특색이 깊게 배어있기 때문에 ‘바다의 춤’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곳에서 4년 째 탈춤을 가르치는 정재일 씨(32·남)는 “강령탈춤은 어부들의 고기 잡는 모습과 파도가 높이 치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어 춤사위가 마치 바다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며 이 춤의 매력으로 이야기를 꺼낸다. 그는 또 “북한의 탈춤은 남쪽에 비해 활동적이고 남성적이다”고 특징을 설명한 뒤 “특히 강령탈춤은 장삼자락을 고개 뒤까지 휘두르고 무폭 또한 매우 커서 무겁고 장중한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1950년대 한국전쟁을 전후로 남한에 전래된 강령탈춤은 1970년대 국문학 박사 이두현 씨에 의해 복원되면서 체계화 했다. 강령탈춤은 파계승에 대한 조롱, 양반 사회 풍자, 일부 대처첩의 삼각관계 등 다양한 내용을 해학으로 승화 하고 있다.

교습소에는 현재 여섯 명의 수강생을 두고 있어 정규과정 없이 배우는 사람들에 맞춰 탈춤을 가르친다. ‘기본 춤사위’, ‘기본 춤’, ‘배역 춤’, ‘소리와 노래’, ‘대사와 장단’ 등을 가르치는 정씨는 “수강생들의 춤사위가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7개월 째 ‘중요 무형 문화재 34호 강령탈춤’에서 탈춤을 배우고 있는 김성희 양(21)은 “강령탈춤의 활동적이고도 장중한 멋에 끌렸다”며 “탈춤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학교를 자퇴하고 이곳에서 배우고 있다”며 강령탈춤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전통은 박물관에 전시된 박제품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살아 숨쉬는 것이다”.
정 씨는 “일반적으로 전통을 도외시하고 옛것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이유는 전통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전통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많아지면 사람들도 전통에 흥미를 갖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고 전통문화 대중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 사람이 의상이며 대사, 연출, 분장 등 모든 것을 갖춰야 하는 탈춤처럼 전통문화는 다소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안타깝게 곱씹으며 “이러한 전통문화의 비전문성이 전통을 소수의 문화로 전락시키는 것이다”고 지적한다. 그는 “전통을 배우는 데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각 분야별로 분화되어 각자 전문성을 가질 때 전통문화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인다.

우리 대학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 탈춤의 흥겨움과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중요 무형 문화재 34호 강령탈춤’. 일상에 지친 심신을 전통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이곳에서 달래봄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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