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시대정신은 신자유주의여야 하는가? 시장의 글로벌화는 세계 곳곳을 뒤 흔들고 있는 메가 현상으로서 과거 권위주의 국가에서의 자유시장과 민주주의 확산에 직접적인 영향(혹은 압력)을 끼치고 있다.

21세기의 시대정신은 신자유주의여야 하는가? 시장의 글로벌화는 세계 곳곳을 뒤 흔들고 있는 메가 현상으로서 과거 권위주의 국가에서의 자유시장과 민주주의 확산에 직접적인 영향(혹은 압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들이 겪고 있는 저성장,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외환위기 등의 경제침체는 잘못된 발전정책의 선택 즉 국가실패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차후의 정치경제적 과제는 민주주의 정부에 의한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의 성패에 달려있다고 널리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그리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국중심의 다소 민족주의적인 해결책(heterodoxy)이 훨씬 유혹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정책은 성장회복을 위한 정책처방으로 유용할지 모르지만 분배적 측면에서는 사회양극화, 사회간접시설의 하락, 그리고 복지지급의 침체 등의 여러 부정적인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선정부는 효율적인 갈등해결기제의 개발 없이는 민주주의와 경제회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음을 통감하고 있을 것이다.

근래 출간된 선학태 교수의 책 사회협약정치의 역동성은 바로 이러한 글로벌 차원의 정치경제적 질문에 대한 시기적절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선 교수는 위 문제에 대한 서유럽국가들의 경험을 심오한 이론적 접근과 10개국의 경험적 사례에 기반을 두어 우리에게 생경한 사회협약정치의 정치경제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지난 세기말부터 케인즈식 복지국가의 위기에 대처해 온 유럽형 사회협약의 궤적을 되짚어봄으로서 사회적 합의주의(social corporatism)의 변화와 새로운 적응능력을 예리하게 재해석하고 있다.

서유럽국가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노사와 국가간에 3자 사회협의구조를 일구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간의 상충관계를 해소해왔으며, 근래의 글로벌 시장화시대에서도 이러한 독특한 갈등해결 메커니즘은 여전히 유용함을 선언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제는…….3자합의를 통한 정책형성 . 집행 및 연합적 제도를 운용함으로써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동시에 향상시키고…….민주주의를 보다 공고화시키고 있다(p. 30)”.

학계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저자는 다원주의와 국가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코포러티즘 천착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복지국가의 위기와 더불어 드러난 기존의 사회협약모델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이론적 다양성(5가지 형태의 사회협약유형)을 창출해냈다는 점이 선 교수의 지적 탐구심과 창의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서유럽의 정책협의는 공통적인 기제와 유사한 정책결과를 양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에 저자는 서유럽을 앵글로-색슨유럽, 게르만유럽, 그리고 라틴유럽으로 구분하여 각 블록간의 비교연구를 시도함으로써 보다 풍부한 경험적 사례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책의 결론에 이르러 선 교수가 왜 이토록 유럽의 사회협약 경험에 천착하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한국정치에 주는 시사점” 파트에서 풀리게 된다.  저자는 21세기형 사회통합모델에 가장 적합한 패턴으로 “경쟁적 사회협약정치”를 내심 주창하고 있는바, 이를 한국지형에 적용할 수 있는 여러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현재 방향을 잃은 채 신자유주의로의 체질개선이라는 위험한 실험 중에 있는 우리나라가, 시민사회, 정치 및 경제사회, 그리고 국가영역에서 과연 어떠한 정책선택을 통하여 시장과 민주주의의 동시적 발전을 꾀할 수 있는가에 관한 선명한 정책방향과 과업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 볼 쟁점은 진보정당의 제도권정치로의 진입, 기존 선거제도의 개혁과 연립정부안, 지역혁신을 위한 분권화, 그리고 복지와 재벌문제 해소 등인데, 저자는 경쟁적 사회협약 해법을 통하여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개혁방해군의 척결이 가능함을 역설하고 있다. 근래 여러 형태의 국내외적인 딜레마에 직면한 우리나라에서 서유럽의 이른 경험에 대한 사례연구의 출현은, 현존 딜레마 탈출은 물론 향후 미래선택을 위해서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귀중한 지적재산으로 인정받아야 될 것이다. 진심으로 이 책의 출간을 축하하며 많은 이의 일독을 권한다.

윤성석 교수(정외·국제정치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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