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크게 취소율이 늘어난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이 제도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학업성취도가 낮게 예상되는 교과목을 취소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학습 효과를 높이고 재수강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원래 의도가 변질되고 일부 학생들에 의해 오남용될 가능성도 있음을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어느 제도라 하더라도 장단점이야 있게 마련일 뿐더러 이 제도가 시행된 지 이제 1년이 지나 아직 그 성패를 판가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 개폐를 논하기보다는 그간의 사정을 고려하여 수정보완하는 일이 필요하리라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본지 지난 11일자에는 이 제도 시행에 대한 찬반 토론회 소식이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찬성하는 입장에서의 의견은 "학습자의 자율권을 보장하며 학습의욕이 없는 학생이 빠져나감으로써 수업분위기가 좋아진다"는 것. 그러나 "자율권과 관련되어서는 이미 수강신청 정정이라는 장치가 있으며 취소 후 남은 학생들에게 혼란이 일어날 수 없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또한 찬성하는 측 의견의 하나로서 "교수가 자기성찰을 하게 되어 수업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는 교육 소비자인 학생의 입장에서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취소한 학생 당사자에게 이무런 불이익이 없듯이 기실 해당 교수에게도 ’성찰’을 기대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짐작된다. 도리어 "학생으로 하여금 자기 행동에 대해 아무런 책임 없이" 이루어지는 이 제도는 "교수로 하여금 자괴감에 빠지게 하고 강의 준비 및 욕구 감소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게 된다.
우리 대학이 현재 택하고 있는 수강신청 취소시점은 총수업기간의 1/2선을 지나서이다. 이를 다른 대학과 비교하면 전북대, 부산대의 경우와 비슷하다. 그러나 서울대 1/3선에 비해 길고, 경북대의 3/4선에 비해 짧다. 지난 봄 교육연구처가 이 제도 개선을 위한 자료를 얻기 위해 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328명 가운데 57.6%가 총수업기간의 1/4선을 지나 10일 이내에 허용하도록 찬성하였으며 27.4%는 이 제도의 폐지를 원하였다. 이 결과를 얼핏 보면 우리 대학 교수들은 이 제도 시행에 과반수가 찬성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많은 교수들이 찬성한 1/4선이라는 조건이라면 수업개시 후 3주 이내에 이루어지는 "수강신청 정정제도"에 비하여 최고 1주가 늘어날 뿐이다. 이는 "수강신청 정정제도" 변경 또는 개선이라 할 만한 정도일 뿐이어서 우리 교수들이 실제로는 이 문제에 대해 매우 보수적 태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릇 제도 시행에 앞서서는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는 지혜를 발휘하고 이에 대처하는 대책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이제 교육연구처가 다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제도 찬반을 물을 것이라 하지만 학생과 교수 의견은 크게 다를 수 있을 것이므로 교수 또는 학생 어느 쪽의 의견에도 치우치지 말고 득실을 꼼꼼히 분석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토론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수강신청 취소제도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당장의 불이익은 없더라도 학적부에 기록을 남기게" 한다든지 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결단코 대학은 일단 넘기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우리 사회의 병들고 불합리한 풍조를 미리 연습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대신문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