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운동때처럼 상시적으로 백도, 기숙사 학우들을 만나가겠습니다. 학생회와 학우들과 거리를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좁히겠습니다"
34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지난해 11월 16일. 눈은 붉게 충열됐지만 힘찬 목소리로 학생들 앞에서 약속했던 그였다.
하지만 모든 과와 동아리를 한번씩 방문하겠다는 김형주 군(법학계열·4)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김군은 국가보안법에 의해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한총련) 의장으로 활동하던 중 지난 5월 보안수사대에 의해 연행됐다. 한총련이 공식 출범한지 24일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6개월 동안의 긴 공판 끝에 실형선고를 받은 그를 35대 총학생회 연장선거가 진행된 21일 광주교도소에서 만났다. 접견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김군은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짧은 면회 시간동안 김군은 재판 결과에 대한 심경과 임기를 마치면서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을 털어놓았다.
이번 재판 결과를 꺼내자 김군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10기 한총련 역시 이적단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받은 충격이 커요. 어느 때보다 한총련 합법화를 위해 한총련 이외에 사회단체까지 열심히 뛰어 다닌 한 해였는데..."
"10기 한총련 의장으로서 임기가 끝나지 않아 보내줄 수 없다는 궁색한 말은 마치 육상선수의 아킬레스 건이 끊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석방되면 남은 임기 동안 열심히 활동을 펼치고자 했던 그의 꿈이 아득해지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항소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판결을 대법원에서 뒤짚기는 힘들것이라고 전망해 본다. "한총련 합법화 문제는 이제 11기 한총련의 몫이 더 큽니다. 희망을 잃진 않았습니다"
35대 총학생회 선거와 함께 실질적인 임기를 마치게 되는 김군은 "믿고 뽑아준 2만학우들에게 죄송하다. 34대 총학생회장으로서 제 몫을 못해 아쉽다"는 말을 전했다.
김군은 학생들의 학생회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서는 "학생운동을 끌어나가는 학생회 일꾼들이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요즘 학생들을 보고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요구와 관심 분야에서는 더욱 능동적이다"고 분석하며 "앞으로 이러한 학우들의 의식흐름을 잘 읽어내 학생회라는 그릇에 잘 담아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간적인 제약은 몸과 함께 사고의 자유도 가로 막는다. "정리되지 않은 고민이 많아요. 벽하고 이야기 할 수는 없잖아요"
김군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학생운동 대중화다. "학우들과 거리를 좁히는 문제를 다각도로 고민해서 대중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하자라는 말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행동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답은 듣지 못했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곤란하다는 교도소 관계자에 의해 면회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35대 총학생회 회장 당선자 윤영일 군을 원칙적인 사람, 믿음이 가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제가 느꼈던 것들, 더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잘 할 거라고 믿어요"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