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투표율을 기록한 선거 첫날 소식에 가슴 졸이며 기다린 탓인지 "너무 궁금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뽑아주면 왜 다 학교 밖에 있느냐?"며 총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추천인 명부를 받으며 만난 학생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는 윤 군.
"2년 연속 총학생회장의 학내 부재에 대해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한총련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는 그의 포부는 이렇게 채 갇히고 말았다. "함께 하는 총학생회장이 되겠다고 했는데…"라는 그의 얼굴에는 벌써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그는 지난 18일 선거유세 때 썰렁한 분위기를 전해들은 후로는 다 자신의 책임인 것 같아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는 표정이었다. 옥중출마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오고, 자신 때문에 자주적 총학생회가 학생들에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소외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자꾸만 커가고 있단다. "많이 부담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다"는 솔직한 심정, 하루 빨리 학생들 곁으로 돌아오고 싶은 그의 바람은 더욱 커진다고 한다. 그는 "이 안에 있으면서 학생들을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2003년을 약속한다는 것이 참 어렵다"며 당선소감도 조심스러워 했다. 20여일 가까이 떨어져서 옥중에서 약속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죄송스러운 그는 돌아와서는 더욱 열심히 발품을 팔며 학생들과 만나서 내년을 설계하고자 다짐하고 있었다.
한편 그는 자신을 이렇게 학생들과 격리시켜 놓은 ’국가보안법’에 대한 이야기도 놓치지 않는다. "이적 규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건만 여전히 뻔한 내용으로 일관한 법정의 판결에 많이 실망스러웠다"고 이번 한총련 의장의 결심 공판 결과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윤 군은 "가끔씩 의무과에서 만나는 김형주 의장의 얼굴이 요즘 많이 안 좋은 것 같다"며 오히려 김의장 걱정을 하면서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고 포근해서 항상 기댈 수 있는 사람이다"고 그를 말한다. 주변 사람에게 한없이 베풀려고 하는 김 의장과 같은 모습으로 내년을 살아가고 싶다는 그의 눈빛이 더없이 정겹기만 하다.
그는 "이런 김 의장이나 나를 억울하게 가두고 옥죄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그리고 한총련에 대해서도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며 어서 교정으로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학생들에게 죄송한 마음과 이러한 다짐들이 재판을 준비하는 원동력이 된다며 "원칙적으로 학생들을 만나는 학생회장으로 학생들 곁으로 빨리 돌아가 열심히 뛰고 싶다"는 윤 군의 밝은 표정에서 희망을 읽는다.
한 사람 한사람의 발길이 더없이 고마운 그의 겨울 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꿋꿋하게 펼쳐가야 할 내년을 그리는 당찬 목소리의 윤군이 전하는 "밖에서 빨리 만나야죠"라는 약속이 짧은 면회 시간을 더욱 아쉽게 만들었다.
백지선 기자 kindplan@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