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은이
토마스 허바드 주한 미 대사는 "한국과 미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추구하는 바에 공통점이 많은 오랜 우방" 이라고 한미 관계를 설명하며 한국의 발전 상황을 극찬했다. "언론 자유, 대통령 선거 운동, 정치 운동의 자유를 보면 민주주의가 잘 정착했음을 알 수 있다"며 한국의 정치, 경제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미 대사관 측의 표면적인 상황 인식과는 달리 한국의 정치·경제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답은 다르다. 경제 문제만 따져 봐도 한국은 IMF 경제 위기, 신자유주의 정책 도입과 미국 자본의 경제 침식 등 부정적 측면이 드러난다.
가장 솔직하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진 주제는 주한 미군 문제였다. 미군 범죄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기자의 말에 미군측은 대부분 "잘 모른다"고 답했고, "미군에 의한 인권 침해가 행해지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 사실을 제시하라"며 대답을 피했다.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여중생 압사 사건에 대해서는 미국 대사가 "비극적인 사고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사고는 종종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덧붙이는 등 미군 관련 사고에 대해 "누구나 실수는 한다"는 식으로 말해 아쉬움을 남겼다. "민주주의 수호가 미국의 큰 역할 중 하나"라는 대사관 측의 말처럼 주한미군 관계자는 "남한이 북한 공산주의 정권에 제압되지 않도록 미국이 노력하고 있다"며 "주한미군은 북의 남침을 방지할 뿐 남북 교류 및 통일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미군의 한국 주둔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해방직후의 미군정, 미군에 의한 양민 학살, 미군 범죄 등 역사적 사실은 물론이고, 현재 미군 기지 주변 지역 주민들이 입는 물리적·정신적 피해와 불평등한 SOFA로 인해 나타나는 인권·경제·정치적 문제들을 살펴보면 주한미군이 '민주주의의 수호자' 보다는 '폐 끼치는 불청객'으로 인식되는 것이 사실이다.
대사관 측은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지만 "한국 국민이 원하는 방식의 통일을 지원한다"며 "현재로서는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취하고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부시 대통령이 방한하여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표명했다"며 적대시 정책을 부인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 개발을 해제 하기 전에는 대화 재개가 힘들 것"이라 전망했다.
제네바 합의 사항 중 미국이 이행하고 있지 못한 경수로 사업에 대해서는 "IAEA의 핵사찰 기간이 6개월이라는 북한의 주장과 달리 IAEA의 통계에 의하면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어 핵심 부품 전달을 못하고 있다"며 미국의 책임 없음을 주장하기도.
미 대사관이 처음으로 대학언론과 대화를 시도한 것에서 대학생들의 반미 의식을 직접 파악해 보려는 미국의 의도가 엿보인다.
사회 전반의 '반미 의식'에 대해 느끼는 바를 묻자 대사관 관계자는 "자기 의사를 말하는 것은 자유이나 미국인으로서 반미를 대하는 것이 좋지는 않다"고 솔직하게 답했고, "한국 국민의 감정적 성향 때문인지 반미 운동이 감정적으로 흐르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한국 사람들이 감정이 풍부한 것은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이지만 현재의 반미 운동은 미국에 대한 막연한 감정적 반대가 아니라 분단 이후 미국이 했던 역사적 사실과 현재 미국이 한반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토대로 한 이성적인 것임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