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리오균 유전체(게놈)를 완전 해독한 전남대 의대 최현일 교수는 “유전체 지도의 완성은, 그것을 들고 치료제를 만드는 길을 찾아가는 일만 남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팀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장관계 감염세균 연구센터’로 지정받아 20여명의 연구진이 연구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세계 최초의 비브리오균 유전정보 해독이라는 성과를 냈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여름철에 발생해 막대한 인명 손상은 물론 어민과 횟집 등을 운영하는 상인들에게 한해 1조원의 피해를 주고 있다.
최 교수는 “전남대는 1984년부터 비브리오 연구센터를 만들어 비브리오균을 연구해 왔다”며 “비브리오균에 감염된 환자를 많이 치료해 경험이 축적된 것과 바이오벤처 (주)제노텍의 기술 협력이 유전자 정보지도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비브리오균의 유전자 정보지도 작성은 전세계적으로 세균 유전체 가운데는 100번째다.
최 교수는 그러나 “항균제나 백신이 아직 만들어진 것은 아닌 만큼 비브리오 패혈증은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패혈증이 발생하면 환자는 쇼크 상태에 빠지고 피부가 썩어들어가 일주일 안에 사망에 이른다.
최 교수는 “패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산물이나 어패류를 익혀서 먹어야 한다”며 “전남대병원도 지금은 비브리오균 패혈증의 치사율을 50% 아래에 낮추는 것이 목표일 만큼 무서운 병”이라고 말했다.
전남대 의대에서 지난해 연구 결과, 10만마리의 비브리오균은 100도에서 1분 정도 끓이자 모두 죽었으며, 75도에서는 5분 걸렸다. 또 비브리오균은 염분을 좋아하기 때문에 수돗물에 약해 해산물을 잘 씻어 조리하면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내년 여름에는 비브리오균에 의한 패혈증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최 교수는 “이른 시일 안에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도록 연구 결과를 전세계 연구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