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별에는 술꾼이 살고 있었다. 이번 방문은 아주 짧았지만 어린왕자를 깊은 우울에 잠기게 했다. "거기서 뭘 하고 계시죠?" 빈병 한 무더기와 가득 찬 병 한 무더기를 앞에 놓고 말없이 앉아 있는 술꾼을 보고 어린왕자는 물었다. "마시고 있다." 술꾼은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왜 마셔요?" 어린왕자가 물었다. "잊으려고." 술꾼이 대답했다. "무얼 잊어요?" 어린왕자는 벌써 그를 불쌍하게 여기며 캐물었다. "내가 부끄러운 놈이란 걸 잊기 위해서." 술꾼은 고개를 떨어뜨리며 털어놓았다. "뭐가 부끄러운데요?" 어린왕자는 그를 도와주고 싶어 자세히 물었다. "마신다는 게 부끄러워!"」
전대신문 이번호 6·7면에 기획한 ’대학생 선거참여, 어떻게 할 것인가?’ 간담회를 기획하며 생각나는 이야기였다. 중학교때 읽었던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 속 술꾼이 혹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이번 간담회는 애초 ’대학생 정치 무관심’을 화두로 진행됐다. ’참여하면 바뀌나’는 질문이었다. 왜 참여해야 하는가의 문제였다. 대부분 정치 무관심은 참여해봐도 별반 다를바 없고 바꿀수 있는 것 이 없다는 것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담회에서 토론자들은 이에 대해 이번 대선을 통해 ’참여를 통해 변화의 전초전을 마련하자’, ’참여한다면 희망은 더욱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참여를 주변에서부터 찾아보자’ 등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 이번 간담회를 시작할 때 토론제안서를 앞에둔 토론자들이 시험시간에 시험지를 앞에둔 학생처럼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만큼 이 문제가 심각하고도 중요한 문제였다는 것이겠다. 그러나 토론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고민들을 풀고 토론하며 의견을 모아가고 있었다. 토론문화가 부재한 대학문화 속에서 토론자들은 오랜만에 많이 듣고 또 많이 이야기할 수 있어 시원한 모습들이었다. 앞으로 또한번 ’모태자’면서. 소통의 통로마저 막힌 지금, 간담회는 그 통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참여의 시작일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생들이 점점 나서기에 주저하고 있다. 나서도 바뀌는 것은 없다. 바뀌는 것이 없어 대학생들은 또 다시 나서기에 주저하고 있다. 어린왕자 속 술꾼처럼 대학생들 역시 ’악순환의 고리’를 반복하고 있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이탈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수 있는가. 보다 적극적인 학생들의 자기표현이 중요하다. 무관심하다면 왜 무관심한지, 정치가 싫다면 왜 싫은지, 나와 상관없다면 왜 그런지 생각해 보며 무관심만은 극복하자. 무관심은 챗바퀴와 같다.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다.
전대신문 이번호에 어린왕자를 데려다 놓았다. 자, 이번별에 놀러온 어린왕자가 조용히 묻는다. "거기서 뭘 하고 계시죠?". 어린왕자의 질문에 대비해 각각 대답을 미리 준비해 두시길.

/정설희 (전대신문 편집장) nunai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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