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스모스가 제 철이다. 모처럼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학교 안을 돌아다니던 중, 공대 쪽문 근처에 코스모스가 한껏 자라서 환하게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코스모스 꽃이 피는 6월과 10월 사이에 대학교에서는 ’하계 학위 수여식(졸업식)’이 있다. 그래서 이를 두고 ’코스모스 졸업’이라고 하나보다. 이것은 휴학을 한 뒤 ’짝학기 복학’을 했거나 6~7학기를 마치고 조기에 졸업을 하는 학생들을 위한 졸업식이다. 하지만 지금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보면 ’7학기’에 졸업하는 것을 진정한 의미의 ’코스모스 졸업’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지금부터라도 이 ’코스모스 졸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현재 전남대학교는 학칙에도 규정하고 있듯이 4년제이다(전남대학교 학칙 제5조「수업연한」- 각 대학의 수업연한은 4년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공과대학 건축학부 건축학전공은 이를 5년으로 하고, 수의과대학, 의과대학(간호학과 제외), 치과대학은 이를 6년으로 하되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공대의 일부학과와 사범대, 의·치대 등 특수 단과대학을 제외한 전남대 대부분의 학과는 이 4년의 대학생활 동안 130학점을 이수하면 졸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학생이 보통 한 학기에 18학점―전(前)학기 성적 우수자나 복수 전공자는 3학점을 추가로 이수할 수 있으므로 한 학기에 21학점까지 취득할 수 있다―을 이수 할 수 있으니 7학기를 마치면 4학점 정도가 남게 되고(130÷18=7…4), 많은 학생이 성적 우수자이거나 복수 전공을 하고 있으며, 또 계절학기와 학점으로 인정되는 시험 등을 통해 나머지 4학점을 취득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대부분의 대학이,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97년 이후 졸업이수학점을 낮추었기 때문에 98년부터는 굳이 대학을 4년(8학기) 전부 다니지 않고도 7학기만으로 얼마든지 졸업소요학점을 전부 이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학점을 다 채우고도 졸업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전남대학교의 교학규정 제 52 조의 3항에서 「조기졸업」의 자격을 ’6학기 또는 7학기에 정해진 전 과정을 이수하고 졸업논문 등에 합격한 자 중에서 전학년 성적 평균평점이 3.75 이상인 자’로 규정하고 있어서 졸업소요학점을 다 이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성적이 되지 못하면 졸업을 시켜주지 않고 있다. 이렇듯 대학에서 '공부를 못한 학생들'은 반 학기 동안 ’반 학생, 반 사회인’ 신분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의 이러한 ’불분명한 신분’보다도 수업을 전혀 받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업료를 포함한 등록금 전액을 납부해야 한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대학 = 4년제’라는 인식과 성적 때문에 코스모스 졸업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8학기만에 졸업하는 학생들에 비해 ’소수’라는 점에서 공론화가 되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98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새로운 교과과정 하에서는 대학을 4년제(8학기)로 유지하는 것보다는 3.5년제(7학기)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이에 맞게 ’조기졸업 가능학기’, 즉 ’코스모스 졸업’도 현재 6~7학기에서 5~6학기로 한 학기씩 줄인다면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학칙 변경이 어렵고 한국의 모든 대학과 관련된 거시적인 문제라서 많은 시일을 요구한다면, 우선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수업료만이라도 면제해 주는 것이 합당한 처사가 아닐까 한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