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종 총장이 지난달 18일로 취임 2주년을 맞았다. 대학 본부는 “조용한 행보 속에 대학의 위상 강화와 경쟁력 제고, 교육 및 연구여건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내실을 거두고 있다”고 자평하는 A4 용지 5매 분량의 홍보자료를 내놓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그간 “대학의 세계화, 교육 및 연구 수준 일류화, 교육 및 연구 여건 개선, 발전기금 조성, 위상 제고” 등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정 총장과 그를 도와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보낸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몇 마디 고언을 덧붙임으로써 남은 임기 동안 더욱 정진하길 바란다.
우선 연구 분야에서 2000년 8월부터 2002년 7월까지 교육인적자원부, 학술진흥재단, 한국과학재단 등으로부터 총 2천467개 과제에 761억5천8백여만원의 연구비 지원이 결정되었으며, 이 달에도 호남문화연구소, 유선자제어의과학연구센터 등이 121억원을 더하였다 한다. 이 수치가 2년에 다 쓰는 연구비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연구기간은 1년에서 9년 사이로서 다양하다. 그런데 연구비는 따는 것도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기실 따낸 연구비를 사용하여 소기의 결과를 얻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물론 연구를 수행하는 교수의 자질과 노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대학행정의 책임자로서 연구자의 역량 증진과 동기 촉진을 위한 구체적인 장려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근래 외부기관 연구비가 대체로 작지 않은 대학의 대응투자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대학 전체를 위한 한정된 예산 안에서 이를 슬기롭게 운영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학생들의 취업률 제고를 위해서는 취업정보실을 운영하고, 외국어 능력 향상과 취업 면접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한다. 이와 함께 교육인적자원부 지원 국제교류원(가칭) 설립을 추진해 글로벌 캠퍼스의 구심점으로 삼고 세계 속의 대학으로 발돋움하는 기회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 한다. 이를 현실화하고 또한 국제적으로 유수한 기관과의 교류 목표가 구현되려면 기반 시설과 제도가 먼저 갖추어질 뿐 아니라 교수의 교환방문과 학생의 교류 및 학점 인정 등이 실제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학의 핵심은 교육과 연구라지만 이 두 가지 가운데 한 가지를 고르라 한다면 응당 교육일 터이다. 따라서 교육의 가장 기본 시설이 되는 학생 강의실 문제는 대학에서 가장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 대학에서 어느 강의실이 있어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흡족하랴? 안타깝게 홍보자료에도 학생 강의실 신축 또는 재개발에 관한 언급은 없다. 실례로 정 총장이 선거공약에서 내세웠던 의대 캠퍼스 재개발은 그 엄청난 예상 규모에 비하여 두 해가 지나도록 전혀 가시화되지 않은 채로 남은 실정이다. 그간 복지시설 확충을 위한 성과가 있다지만 강의여건이 우선 갖추어진 다음에라야 그외 복지 부분의 것들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세계 속의 명문대학”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가졌던 개교 50주년 행사에 대해서는 실로 그 규모와 쓴 비용에 견주어 본다면 자료에 언급된 것처럼 “성공적 마무리”라 하기 이르며 이제 도리어 시작이라 본다. 행사 이후 과연 구호에 합당한 마무리를 위한 후속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볼 일이다.
우리는 지난 해 취임 1주년을 맞았을 때도 본란을 통하여 앞으로 공약대비 추진성과를 밝히고 전망을 제시하도록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내놓은 홍보자료에 공약대비 추진결과를 밝히거나 미진한 부분을 제시하지 않았음은 심히 유감스럽다. 정녕 그의 공약대로라면 정 총장의 4년 임기만으로도 우리 대학은 가장 우수한 대학의 하나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 보였기 때문이다. 정 총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광주․전남의 거점 중심 대학으로서 나름대로 역할은 해 낸 것 같다”고 소감을 피력한 바 있다. 이제는 지역 거점대학으로서 위상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국제화, 세계화를 향한 발 빠른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전대신문 사설(9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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