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이십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나에게 쏟아질 수 있는 비난 섞인 히스테리 가운데 가장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싶은 것은 바로 ‘노처녀 히스테리’이다.

수년 째 다니고 있는 학교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대인 관계 때문에 얻게 되는 마음의 병들이 밖으로 삐져 나오게 되면 어김없이 받게 되는 진단이 바로 노처녀 히스테리인 것이다. 결혼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도 아니고, 애인이 없어서 남들이 데이트하는 장면만 봐도 화가 나고 짜증을 부리는 것도 아닌 바에야 그런 진단이 내게 부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지만 사실 우리 사회에서 결혼 적령기라는 울타리 안에 머물고 있는 한 그 족쇄를 풀어낼 방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유난히 여성에게 붙여지는 히스테리라는 말은 히포크라테스 시절부터 사용되었다. 고대에는 알 수 없는 그 병의 원인이 여성의 자궁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스어로 자궁이라는 뜻을 가진 ‘hystera’를 따서 병명을 붙였으니 이쯤 되면 히스테리가 여성들에게만 보여지는 여성 특유의 이상한 병이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중세에는 히스테리가 마법이나 마귀의 꼬임에 빠진 여성들이 잘 걸리는 병이라고 판단하여 마녀사냥의 재물로 쓰기도 했다. 그러나 히스테리를 정신병의 하나로 본다면 모든 인간에게 나타날 수 있는 병이다. 어떤 사람의 성격이나 심리 상태를 이상적인 병증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히스테리’만큼 뚜렷하게 남성과 여성의 병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도 다시 없는 것 같다.

주로 여성에게 붙여지는 특징적인 병증인 히스테리라는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할 남성은 없을 것이며 ‘히스테리’라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히스테리 증상은 여성들에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감정의 기복이 심하거나 남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해 안달이 난 성격 장애가 여성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프로이트를 비롯한 남성 중심의 정신 분석 학자들에 의해 현대에 와서 더더욱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배가시켰던 것뿐이다.

자기가 처한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 히스테리라고 한다면 '자궁'이 없는 남성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이라는 것이다. 공부에 대한 어려움과 스트레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학교 히스테리’, 전쟁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 때문에 생기는 ‘군대 히스테리’나 ‘전장 히스테리’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누구에게서나 발현될 수 있는 종류의 성격 장애 정도로 혹은 일시적인 상태에 대한 의미로 쓰일 수 있는 용어라는 것을 되짚어 볼 때, 히스테리라는 병명을 소수의 여성들의 행동을 비난하는 어투로 사용하거나, 여성들의 성격 장애를 비난하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로 한정지어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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