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외국어 상담 불가능
자국 언어로 상담받게 지원해야
현재 우리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대학원생과 학부생을 합쳐 총 1,300명가량 된다. 교육부가 지난해 8월, 2027년까지 대학에 유학생 3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움에 따라 우리 대학 또한 외국인 유학생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유학은 견문을 넓히고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등 유익한 점이 많지만 고립 등 취약한 환경에 놓일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들의 심리 지원이나 정신건강은 사회적으로 아직 개인적 차원에만 머물러 있다.
지난 5월 23일에는 우리 대학 유학생 ㄱ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이후 우리 대학 국제 학생회 'CISA'는 '전남대학교 정신건강 인식의 구조적 변화를 위한 지지 및 청원 요구'라는 이름의 청원서를 작성하고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지난 6월 27일에는 유학생을 추모하는 집회도 진행됐다. 당시 집회에 참여한 한 유학생은 “관계자들로 하여금 이 일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학생 복지를 높이고자 하게 된 집회였다”고 말했다. <전대신문>이 약 2주 동안 여러 유학생들을 만나며 그들이 어려워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크고 작은 언어 장벽 존재
외국인 유학생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적 장벽이었다. 작게는 수업 중 교수의 말을 잘못 알아듣는 것부터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상담사가 없어 상담을 포기하는 것까지 언어가 불러일으키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었다.
중국에서 온 한설교(한국어교육학협동과정 석사과정)씨는 “지난 학기 수업 때 교수가 ‘스터디그룹’이라는 영어 단어를 말했는데 중국식 발음으로만 알았기에 한국식 발음으로 들으니 어떤 뜻인지 몰라 당황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스터디그룹인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네팔에서 온 ㄴ씨는 "배가 고파 밥을 먹으려 했는데 한국어로 메뉴 주문을 할 줄 몰랐다"며 "차마 식당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문화와 언어로 소통하는 게 중요"
언어 문제는 외국인 유학생이라면 흔히 겪는 문제이나 이는 심리적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장구주(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과정)씨는 우리 대학 중국인 유학생회 대표로 유학생 심리 상황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유학생 심리 지원은 같은 언어나 문화 배경에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며 "우리 대학도 학생 심리 지원을 하고 있지만 언어적으로 소통이 잘되지 않아 유학생에게 많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직접 심리 센터를 찾아가도 언어적 장벽으로 도움받지 못할 수 있다. 장씨는 "작년에 심리학과 교수가 중국인 제자를 지도하면서 다른 유학생들에게도 심리 상담을 했다"며 “몇 번 하다가 언어 때문에 그만두셨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정신과 의사나 상담가를 찾는 건 어렵다"며 유학생들이 편한 언어로 상담할 수 있게 "대학에서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자발적으로 심리 센터를 찾아가는 데 익숙하지 않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우리 대학 CISA 소속이자 방글라데시에서 온 유학생 ㄷ씨는 "공유하지 않는 외국인 학생의 삶은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건 "ㄱ씨가 아무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지 않았던 것이다"며 "사망 원인이 심리적 문제인지 가족 문제인지 혹은 개인적인 문제인지 우리는 모른다"고 말했다.
학과마다 천차만별인 유학생 상황
우리 대학 국제협력부가 외국인 유학생과 관련해서 하는 업무에는 대학 입시와 체류, 비자 관련 지원 등이 있다. 직원은 3명뿐이며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총 5명이 유학생 약 1,300명을 대상으로 행정지원을 한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생활지도나 학습지도는 학과(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그렇다 보니 각자의 상황도 학과(부)마다, 연구실마다 천차만별이다.
'차별을 받거나 권리가 침해당했던 적이 있냐'고 묻자 유학생 ㄷ씨는 "친구와 그의 연구실 동료들이 연구소를 그만두고 한국을 떠나야 했던 일이 있었다"며 "교수가 그들에게 매우 무례하게 행동했고 매일 일하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그에 반해 장씨는 "청원서의 내용은 내 상황과 다르다"며 "우리 학과 사람들은 다 착하고 잘 챙겨준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학과 상황은 어떤지 모르겠다"며 "유학생들의 사정은 학과마다 많이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