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 동아리 인력난에 27년 이어온 행사 역사 속으로
“용지에서 보트를 타다 키스를 하면 둘은 헤어지게 된다.”
우리 대학 홈페이지 속 용지 소개란에 적혀있는 이야기이다. 용지와 보트의 조합이라니. 2020년대에 우리 대학에 입학한 학생에게 이는 무척 낯선 이야기일 것이다. 1년에 딱 한 번, 우리 대학 용지를 유람할 수 있는 행사가 있었다.
우리 대학 대동제 특별행사 ‘러브 보트’는 학생이 보트를 타고 직접 노를 저어 용지를 유람할 수 있는 체험 활동이었다. 스킨스쿠버 동아리 ‘씨폭스(SEAFOX)’의 주관으로 운영되던 이 행사는 동아리의 특색과 용지 경관의 장점이 결합한 행사였다.
1991년 씨폭스 동아리원이었던 김상현(경제·91)씨는 “러브 보트는 1986년 대동제에서 처음 시작해 2012년까지 매년 이어졌다”며 “1986년부터 1993년까지 오리 배를 운영했지만, 무게 때문에 운반이 어려워 1994년부터는 보트로 운영했다”고 러브 보트의 역사를 전했다. 학생들이 용지를 유람하는 동안 씨폭스의 동아리원들이 슈트를 입고 안전요원으로 대기하며 수초에 걸려 이동하지 못하는 보트를 돕거나, 물에 빠져 위험한 사람이 없도록 했다.
러브 보트는 우리 대학 캠퍼스 커플(C.C)들의 이색 데이트 코스로 사랑을 받았다. 1994년 발행된 <전대신문>에 실린 ‘대동풀이 이모저모’ 기사<제1110호(1994.10.4.발행)>에는 “94 용봉 대동제에서 러브 보트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이틀 만에 보트 이용료를 50%나 인상했으나 이에 아랑곳 않고 북새통을 이루었다”는 일화가 소개되기도 했다.
학내 구성원은 물론 시민들의 인기를 끌며 무려 27년간 이어졌던 러브 보트는 아쉽게도 2012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2016년 대동제에서 4년 만에 잠깐 부활하기도 했지만 이는 단발성 행사로 기획되었고 이후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2016년 씨폭스의 동아리원이었던 선현국(자율전공·16)씨는 “동아리원이 전과 비교해 많이 늘어난 것과 과거 전통을 되살려보자는 의지가 맞물려 당시 행사를 잠시 되살리게 되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러브 보트가 사라진 것은 수초 제거 작업 진행의 어려움이 주요한 이유로 작용했다. 김상현씨는 “용지에 보트를 띄우려면 씨폭스의 동아리원들이 일주일간 수초 제거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며 “물이 더럽고 풀이 매우 억세서 작업이 정말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 고단한 작업을 위해서는 축제 일주일 전부터 매일 동아리원 30여 명이 돌아가며 수초 제거 작업을 해야 하는데, 동아리원수가 매년 감소함에 따라 이를 수행할 여력이 부족해졌다는 것이 당시 동아리원들의 설명이다. 실제 러브 보트의 마지막 해인 2012년에는 활동하는 동아리원수가 12명밖에 되지 않아 행사 진행에 부담을 겼었다.
김상현씨는 “보트 행사를 시작하면 졸업한 동아리 선배들이 찾아와 선후배 간의 정도 나누고, 한편으로는 전대생들이 추억을 쌓을 수 있었던 용봉캠퍼스만의 낭만이었는데 이런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어 아쉽다”는 마음을 전했다.
우리 대학 민주길 소개에 따르면 용지는 1971년 향토사단인 31사단의 장비를 지원받아 조성된 인공호수이다. 용지는 단순히 ‘대학 내 인공호수’라는 개념을 넘어 대학 구성원과 지역민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용지를 지나며 작은 힐링을 한다는 정희진(정치외교·24)씨는 “나에게 용지는 사계절의 변화를 눈과 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주로 용지에서 산책을 한다는 조연루(경영·24)씨는 “용지를 크게 한 바퀴 걸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용지는 우리 대학의 대표적 산책로”라고 추천했다. 꽃을 좋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용지를 찾는다는 강정오(55)씨는 “오늘도 용지에서 연꽃을 감상 중이다”며 “용지는 풍경이 아름다워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 용지에는 더 이상 보트가 떠다니지 않지만 용지는 여전히 우리 대학 구성원과 지역민에게 ‘숨 쉴 공간’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