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문과 캠퍼스 곳곳 물바다
경미한 누수 제외 총 41건의 피해
지난 7월 17일, 광주에 단 하루 동안 426.5㎜의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이 호우경보를 발령하는 기준이 3시간에 90㎜ 이상임을 고려하면 이날의 강수량은 사실상 재난 수준이었다. 우리 대학 후문과 정문 부근, 즉 북구청부터 신안교까지 이르는 구간은 특히 피해가 심각했다. 1층에 있는 건물이라면 물이 들어차지 않은 곳이 없었고 도로가 흙탕물에 잠겼다.
오후가 되자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오전부터 오던 비는 오후가 되자 가슴까지 올 정도로 차올랐고 차가 지나다닐 수 없어 거리가 통제됐다. 우리 대학 정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노수진 ‘금커피별빙수’ 사장은 “물이 너무 빨리, 갑자기 들이닥쳤다”고 말했다. 당시 노 사장은 흙탕물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보고 손님들에게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이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고 손님들에게 설명을 하는 사이 가게 안은 순식간에 침수가 됐다. 노 사장은 “손님들이랑 같이 2층으로 대피했다”며 “수압 때문에 문이 안 열려 119에 구조 요청을 했었다”고 말했다.
복구 안 된 가게 여전
빗물은 식당, 편의점, 복사집, 광고집 등 업종 가릴 거 없이 모든 가게에 피해를 줬다. 폭우가 내린지 2주 가까이 지나 찾아가 본 광고제작업체 '공간인쇄복사'는 아직 복구가 덜 되어 일부만 영업 중인 상태였다. 김진덕 대표는 “빗물이 들어올 때 옮길 수 있는 것들은 옮겼지만 커다란 인쇄 기계를 옮길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가게 옆에는 침수되었던 기계들을 말리는 공간이 있었다. 곰팡이 냄새가 희미하게 나는 공간이었다. 김 대표는 “기계 밑을 보면 아직도 물이 있다”며 “다 마르기 전에는 기계를 돌릴 수 없기에 일부 영업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찾아간 다른 복사집들도 침수로 인해 기존의 프린트를 버리고 새 기계를 들이는 중이거나, 망가진 부분을 고치는 중이었다.
체육교육관, 연구시설 지하까지 물 차
피해를 입은 건 우리 대학 캠퍼스도 마찬가지였다. 귀가 시간대인 6시 무렵에도 물은 빠지지 않았다. 특히 스포츠센터 앞과 공과대 거리 등은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바다가 됐다. 당시 정문 앞에서 부모님을 기다리던 인문대 학생 ㄱ씨는 “집에 가야하는데 길이 잠겨 지나갈 수 없다”며 “부모님이 차를 타고 데리러 오신다고 했지만, 차도 지나갈 수 없는 상황 같아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설과 집계에 따르면 이날 우리 대학은 경미한 누수를 제외하고 총 41건의 피해가 있었다. 실외의 경우 △우리 대학 정문 △종합운동장 △대학본부 진입로 △스포츠센터 입구 △사대부중·고 △수목원 등이 침수됐다. 대부분의 실내 피해는 균열이나 방수 불량으로 인한 누수 문제가 많았지만, 체육교육관 지하 1층, 친환경농업연구센터 지하 전기실 등 지하의 경우 침수가 된 곳도 있었다.
시설과는 호스와 배수펌프 등으로 물을 빼내는 등 조치를 취했다. 현재는 마감재 파손, 배수로 불량 등 긴급조치만 진행해 놓은 상태로 제대로 된 보수 공사는 예산 확보 뒤 진행할 예정이다.
이렇게 폭우 때문에 신안동이 잠긴 게 이번만은 아니다. 5년 전 2020년 8월에도 광주에는 도로가 침수될 정도의 폭우가 왔었다. 당시 일 강수량 259.5mm로 지난 7월 17일 일 강수량 426.5mm보다는 적지만 그때도 도심 곳곳이 침수되고 우리 대학 정문 앞 상가들은 수해를 입었다. 김진덕 대표는 지난 7월 30일 “5년 전에도 이렇게 큰 비가 온 적이 있었다”며 “그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 지원금을 받았는데 지금은 소식도 없고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문에서 컴퓨터 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래정 ‘한성컴퓨터’ 사장은 “5년 전에도 이렇게 비가 왔었지만 이렇게까지 심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복구 끝나기도 전 다시 피해
지난달 3일과 4일 사이 밤, 기록적 폭우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간당 134mm의 비가 또다시 내렸다. 신안동은 기다렸다는 듯이 침수됐다. 일부 가게들은 복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피해를 보았다.
우리 대학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재학생 ㄴ씨는 “지난 7월 17일 온 비가 살면서 본 비 중 가장 많이 온 것 같았다”며 “그때의 충격이 있어 한동안은 비 소식만 들리면 학교가 물에 잠길까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5년 전 폭우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던 광주 북구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특별재난지역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재난 발생으로 인한 생활기반 상실 등 극심한 피해의 효과적인 수습과 복구를 위해 국가적 차원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재난에 대해 정부가 사고 수습을 지원하는 제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