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부담 적어 간식으로 제격
바삭한 튀김과 새콤한 양념의 조합!
흔히 호남 지방은 ‘맛의 고장’으로 일컬어지곤 한다. 예로부터 농업, 임업, 수산업이 골고루 발달된 덕분에 식량자원이 풍족했던 호남 지역 특성상 음식문화 역시 자연스럽게 발전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일상 속 식탁은 대체로 정해진 음식을 반복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기자 역시 서울에서 광주로 온 지 2년이 지났지만 바쁜 대학 생활 속 김치찌개와 같은 익숙한 식단에 머무르고 만다. 이에 광주·전남만의 음식을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맛의 고장’ 남도의 식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한다.
1677호를 보면 우리 대학 상대에서 상추튀김 야시장을 한다는 기사가 있을 것이다. 이 기사를 보기 전까지는 상추튀김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아니, 대학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모르는 친구들이 더 많았다. 말만 들었을 때는 진짜 상추를 튀겨먹는 음식인 줄 알았다. 이름과는 다르게 상추튀김은 오징어튀김이나 채소 튀김을 상추에 싸서 양념간장을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상추에 싸서 먹는 튀김의 종류는 정해진 것이 아니며, 오징어튀김이나 채소 튀김 외에도 다양한 튀김을 싸서 먹는다고 한다.
현재 상추튀김 가게 중 제일 오래된 매곡동에 위치한 ‘현완단겸 상추튀김 매곡점’을 가보았다. 여러 일정이 겹쳐 상무본점을 가지 못한 것은 아쉽기도 하다. 첫 인상은 음식점이라기보다는 분식집에 가까워 보였다. 한 끼 식사보다는 간식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서인지 매장 취식보다 배달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을 학생들에게 제격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물가에 단돈 8천원으로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분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추튀김 이외에도 떡볶이 같은 분식도 같이 팔고 있었다.
알싸한 양념이 느끼함 잡아줘
주문하고 나니 오징어튀김 한 접시와 상추가 식탁 위로 올라왔다. 상추는 셀프바에서 무제한으로 추가할 수 있다. 평소에 상추쌈을 쌀 때 상추를 두 장씩 올려먹는 습관이 있어서 상추가 부족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그런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오징어튀김 한 점과 간장에 절여진 양파와 고추를 올려 한 쌈 싸먹으면 부드러운 상추와 바삭한 오징어튀김의 식감이 어우러져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선한 상추와 알싸하고 새콤한 양념의 맛이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줘서 끊임없이 먹게 된다.
가게 벽면을 보니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절인 양파와 고추를 얹혀서 먹으라고 써져있었다. 이 양념간장은 풋고추를 썰어 넣어 매콤한 맛을 내서 만드는데, 고춧가루를 살짝 섞어 매운맛을 더 내기도 한다. 이렇게 만든 장에 양파를 추가해서 절인 다음에 간장을 빼고 올려 먹는 것이 이 가게가 추천하는 방식이다. 중간에 조금 입이 느끼해졌다 싶을 때 양념을 한가득 올려 먹으니 간장 특유의 감칠맛 덕분에 남아 있던 튀김까지 내 뱃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상추에 튀김을 싸먹는다는 것은 서울 사람 입장에서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필자와 비슷하게 서울에서 왔다는 김인기(33)씨는 “상추에 튀김을 싸서 먹어본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면서 “담백하면서도 양념이랑 잘 어울려서 맛있었다”고 말했다.
밥 대신 튀김 싸먹는 데서 유래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 따르면, 1970년대 김찬심 할머니가 옛 광주우체국 뒤에서 튀김장사를 할 때 한 사람이 도시락과 상추를 가져왔는데 밥이 부족하여 밥 대신 튀김을 상추에 싸서 먹었던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이후 광주 내 마차나 분식점에서 오징어튀김 등 다양한 튀김류에 상추와 양념장을 함께 내어 상추튀김이라는 이름으로 팔게 되었다. 1990년대까지 광주에서 크게 유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대 이후 패스트푸드와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많아지면서 많이 사라졌지만 지금도 곳곳에 상추튀김 분식집이 듬성듬성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