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50% 정도만 이루어져
인턴 101명 전부 임용포기서 제출
“이러다 큰일 생길까 걱정”
의료 공백 메꾸는 PA 간호사
#ㄱ(58)씨는 며칠 전 전남대학교병원(전남대병원) 응급진료를 볼 수 없어 애를 먹었다. ㄱ씨의 어머니 ㄴ(90)씨는 혈관이 자주 막히고, 말초신경에도 문제가 있어 최근 수술을 했다. 그러나 수술 이후에도 꾸준히 병원을 다니며 진료를 받고 약을 먹어야 한다. 며칠 전 약을 먹다가 갑자기 ㄴ씨가 의식을 잃자 ㄱ씨는 곧장 전남대병원에 전화했다. 그러나 간호사는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전화를 받았다. 받은 후에도 계속 다른 곳으로 전화를 돌렸다. 결국 ㄱ씨는 4명의 간호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나서야 응급조치를 안내받았다. ㄴ씨는 위기를 넘겼으나 ㄱ씨는 어머니에게 또 그런 일이 생길까 여전히 불안하다.
#ㄷ씨는 지난달 29일 진료를 받으러 목포에서 전남대병원으로 왔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에 진료 예약이 되어있어 오전 8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ㄷ씨가 실제 진료를 받은 시간은 예약 시간보다 3시간이 더 지난 후였다. ㄷ씨는 진료를 마친 오후 3시경 다시 목포로 향했다.
지난달 29일과 지난 1일 방문한 전남대병원 곳곳에는 전남대병원장의 ‘현 의료상황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안내문에는 “전남대병원은 외래 입원 응급실 중환자실 등 진료는 최대한 현상 유지를 원칙으로,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라며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전남대병원에서 근무하던 인턴 총 101명도 모두 임용포기서를 제출하며 병원에 남아있는 전공의는 단 10명이 되었다.(4월 2일 기준) 전남대병원의 병동 가동률은 약 50%다. 전남대병원 대외협력팀장은 “전공의는 사직서 제출을 통해 대부분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확히 확인하고 수리된 것은 아니나 인턴들 전체가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병원 복도에서 안내문을 읽던 ㄹ씨는 “빨리 이 상황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병원 다니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면 다들 진료 대기가 오래 걸려 힘들다고 한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다”고 토로했다.
심장센터에서 만난 ㅁ씨 또한 약을 처방받지 못할까 봐 일주일 전 직접 전남대병원에 문의하기도 했다. 심근경색이 있어 2년째 심장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ㅁ씨는 “뉴스를 보면 전공의도 병원에 안 나오고, 교수들도 사직서를 모은다고 해서 심란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방문한 순환기내과에는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환자들로 병원이 가득 차 있었다. 검사대기안내 화면의 ‘동맥경화검사’를 기다리는 환자는 14명이었다. 자리에 앉아 대기 중이던 ㄱ씨는 “앞으로도 병원에 올 일이 많은데 걱정이다”며 “병원에서는 웬만한 검사는 그냥 미루거나 다음에 오라고 한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 대해서는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지만 이러다가 큰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하나 싶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의료 공백으로 환자 없는 병원
의료진의 수가 줄고 의료 공백이 생기면서 병원에는 사람이 줄었다. 병원에 입원 중이던 ㅂ씨는 지난달 17일 병원에 입원해 19일에 수술을 받았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병원에 사람이 줄어드는 것을 체감한다”며 “병원에서는 의료진이 없으니 개인병원으로 가라며 환자들을 퇴원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3일 뒤 퇴원한다는 ㅂ씨는 “집에서 회복하고, 진료는 계속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수도 자연스레 줄었다. 지난 2일 전남대병원에서 만난 직원 ㅅ씨는 “요새 병원에 환자가 별로 없는 편이다”며 “환자들이 병원에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요새 전화로 여러 문의를 하거나 불만을 표하는 환자가 많다”며 “욕을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대병원에서는 병동 운영 중단 후 폐쇄된 △비뇨기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모두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병동 운영을 중단하고 폐쇄한 과는 아직 4곳뿐이다. 최권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부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은 “내과 쪽은 환자가 70~80% 정도 차 있고, 외과는 되려 환자가 약 30% 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 업무 떠맡는 PA 간호사들
현재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은 교수와 ‘PA 간호사’들로 메꿔지고 있다. PA 간호사는 의사 면허 없이 의사로서 가능한 업무 일부를 위임받아 진료보조를 수행하는 인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행 의료법상 이는 불법이다. 최 비대위원장은 “간호사 입장에서는 걱정도 크고 업무량도 많아서 힘들 것”이라며 “의료사고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전남대병원의 간호사 수는 변동이 없었다. 최 비대위원장은 “전남대병원이나 조선대병원은 환자 수와 별개로 간호사 수가 고정적으로 정해져 있다”며 “널널한 병동과 아닌 병동이 있어 간극이 크다”고 말했다.
전남대병원 대외협력팀장에 따르면 현재 수술은 기존의 50% 정도만 이루어지고 있다. 최 비대위원장은 “수술할 때 어시스트 해주는 전공의 수가 부족해서 수술이 조금씩 미뤄지거나 약간의 차질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응급환자를 받는데 큰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 환자들도 모두 아직은 수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전남대병원에는 정부에서 지원한 인력인 군의관·공보의 총 11명이 파견 및 배치된 상태다.
한편 지난달 29일과 지난 1일 전남대병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교수, 간호사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 의사를 밝혔다. 전남대병원 대외협력팀장은 “현재 의료진 인터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외래 진료를 축소하고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대병원은 주 52시간 근무를 각 진료과와 교수의 재량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