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골목 속 책방 찾아 삼만리

1. 소년의 서

2. 러브앤프리

3. 책과 생활

 

조명받지 못한 것들 불러보는 활동해
“비슷한 주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단순한 공간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서점 이상의 가치를 가진 독립서점들을 <전대신문>이 소개한다. 첫 번째 순서는 조명받지 못한 것들에 대해 알아보는 공간, 금남로 광주극장 골목에 위치한 ‘소년의 서’다.

지난 2일 책방 ‘소년의 서’에서 정은정 광주환경운동연합 조직홍보국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책방 ‘소년의 서’에서 정은정 광주환경운동연합 조직홍보국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광주 문화의 거리 골목에는 온통 초록색으로 뒤덮인 작은 독립서점, ‘소년의 서’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성 △환경 △인문 등으로 분류된 책들이 빽빽이 진열되어 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독서 모임과 같은 여러 활동이 이루어지는 탁자가 서점 가운데 위치해 있다.

대표 임인자씨는 한 권의 책 <살아남은 아이>를 판매하기 위해 소년의 서를 열었다. 이 책은 강제수용소 내 직원의 구타로 원생이 사망하고 인권유린이 일어난 ‘부산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룬 책으로 당시 ‘소년’이었던 한종선씨의 증언이 담겨 있다.

임씨는 “소년의 서에서 소년은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라며 “이제까지 호명되지 않은 것들, 성인과 동일한 존재이면서도 완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서점은 그런 소년과 같은 것들,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호명하는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소년의 서에서는 매달 주제를 정해 독서 모임을 연다. 지난 2일에는 축제와 쓰레기에 대한 강연이 열렸다. 이 강연은 △공공기관의 일회용품 사용제한 조례 △일회용품 사용실태조사 △다회용기 활성화 사례 등을 소주제로 했다.

금남로 광주극장 골목에 위치한 책방 ‘소년의 서’의 내부 모습.
금남로 광주극장 골목에 위치한 책방 ‘소년의 서’의 내부 모습.

매번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김주원(32)씨는 “문화예술공간이라는 세련된 공간에서 더럽고 기피하는 대상으로 여겨지는 쓰레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흥미롭다”며 “비슷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과 가까이 모여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을 펼친 정은정 광주환경운동연합 조직홍보국장은 “마주 앉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강의 형식이 소통을 더 원활하게 했다”고 말하며 “마을 단위로 이런 작은 강연들이 더 많이 열리면 좋겠다”는 의견을 표했다.

임씨는 독립서점이 등장한 이후로 △독서 모임 △저자와 함께하는 북토크 △책 전시 △공부 모임 같은 역할을 하는 등 서점이라는 공간이 수행하는 역할들이 굉장히 다양해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일반적인 문화 공간과는 달리 서점은 일상에 깊게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이라며 “독립서점은 복합문화공간 중에서도 일상적인 문화 공간이다”고 말했다.

유인해(35)씨는 “서점 주인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며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기에 이곳에 들러 자주 조언을 구한다”고 말했다.

올해 소년의 서는 △5월에는 5·18민주화운동 △6월에는 성소수자들의 자긍심 △9월에는 제도 밖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제공했다. 용산 참사 17주기를 기리는 책과 소년의 서에서 직접 집필한 도서 <충장로 오래된 가게>를 전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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