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이지민(조선대 시각디자인학과)
삽화 이지민(조선대 시각디자인학과)

광주 곳곳에는 광주만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장소들이 있다. 곳곳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자 <전대신문>이 여러분의 문화도시 광주 탐방을 함께한다. 탐방의 세 번째 순서는 5·18민주화운동(5·18)의 최후 항쟁지, 옛 전남도청 일대다.

옛 전남도청(구도청)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작년부터 복원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0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구도청 자리에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을 결정하고 2015년 완공되며 5·18 최후항쟁지였던 구도청은 본래의 모습을 잃었다. 이후 전일빌딩245(전일빌딩)의 철거도 논의됐지만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로 철거가 아닌 리모델링이 진행됐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헬기 사격 흔적이 발견되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고, 5·18 사적지 복원 사업이 다시 진전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들의 꾸준한 복원 농성에 구도청 복원 사업도 다시 진행되고 있다.

 

구도청은 복원 공사 진행 중

지난달 30일 공사중인 옛 전남도청의 모습.
지난달 30일 공사중인 옛 전남도청의 모습.

5·18민주광장 너머에는 구도청 복원 공사 현장이 있다. 공사 중인 구도청 건물 외벽의 “5·18 최후항쟁지! 옛 전남도청” “오래 기다리신 만큼 제대로 복원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공사 중이라 내부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5·18 당시 사진들이 외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구도청은 지난 2015년 이명박 정부의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아시아문화전당이 건립되며 훼손됐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등 시민단체들은 ‘옛 전남도청 보존 범시도민대책위’ ‘옛 전남도청 복원 지킴이’를 구성해 지난 2016년부터 9년째 복원을 기다리는 농성을 하고 있다.

5·18민주광장에서 만난 정주호(29)씨는 구도청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정씨는 “복원되어 정말 다행이다”며 “역사를 지킬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사 계획도에 따르면 복원되는 구도청 건물은 △본관 △별관 △회의실 △경찰국 본관 △경찰국 민원실 △상무관 6곳이다. 복원 후 구도청 일대는 1980년 당시 5·18 최후항쟁의 서사를 기억·교육·추모하는 전시·체험 공간으로 거듭난다.

 

헬기 사격 증명하는 전일빌딩 탄흔

지난달 30일 전일빌딩245에서 해설을 듣는 방문객들. 해설사는 "건물 내외부에서 탄흔이 245개 발견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전일빌딩245에서 해설을 듣는 방문객들. 해설사는 "건물 내외부에서 탄흔이 245개 발견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구도청 건너편에 위치한 10층 높이의 전일빌딩은 1980년 당시 구도청 일대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전일빌딩의 9층과 10층에는 5·18 전시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오후 4시에 방문한 기자는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동행할 수 있었다. ‘전일빌딩245’의 245는 건물에서 발견된 탄흔의 개수다. 2016년 9월부터 2017년 3월까지 건물 내부에서 177개, 외부에서 68개의 탄흔이 발견됐다. 탄흔들은 모두 붉은 표시와 번호가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 탄흔들의 각도는 위에서 아래로 쏜 모양인데, 당시 전일빌딩이 가장 높은 건물이었기 때문에 이는 헬기 사격의 명백한 증거가 되었다.

함께 해설을 들으며 관람한 김송이(32)씨는 “5·18에 관심이 있어 대구에서 찾아왔다”며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함께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9층에서는 5·18 당시를 재현한 헬기 사격 모형과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움직이는 헬기 모형과 생생한 영상에 당시의 공포가 느껴졌다. 부산에서 온 조현민(27)씨는 “5·18 당시 총격이 있었던 것은 알았지만 헬기 사격은 처음 알았다”며 “5·18 역사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민중항쟁의 목격자, 5·18 시계탑

전일빌딩과 구도청 사이에는 5·18 당시 시민들이 모이던 5·18 시계탑(시계탑)이 있다.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Jürgen Hinzpeter)는 1980년 <시계탑은 알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5·18 참상을 최초 보도했고 이는 5·18이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시계탑에서는 매일 오후 5시 18분 5·18 희생자를 추모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온다. 오후 5시 30분경 시계탑에 방문해 음악을 듣지 못한 점은 정말 아쉬웠다.

시계탑 앞에서 만난 독일인 마이크(Mekie)씨는 “광주의 역사를 배우기 위해 왔다”며 한참 동안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글 싣는 순서

문화도시 광주, 그 이야기를 따라서

1. 무등산

2. 양림 역사문화마을

3. 옛 전남도청 일대

4. 망월동

5. 청춘발산마을

6. 고려인마을

7. 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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