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보다 주민 행복 우선인 ‘주거형 개발’ 마을
“학생들에게 장학금 주려고 쓰레기 줍고 모아”

삽화 이지민
삽화 이지민

광주만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장소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전대신문>이 여러분의 문화도시 광주 탐방을 함께한다. 다섯 번째 순서는 청년과 어르신이 함께 꿈꾸는 곳, 청춘발산마을(마을)이다.

“적어도 굶을 일은 없는 마을.” 이는 청년활동가 송명은(36)씨가 처음 마을에 왔을 때 내린 정의다. 송씨는 “어르신들은 청년이 밥을 안 먹었다고 하면 집에 데려가서 밥을 차려주신다”며 “언제나 청년들의 끼니를 걱정하신다”고 말했다. 처음에 낯설었던 ‘공동체 문화’는 발산마을에서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방직 공장이 있던 서구의 발산마을은 1970년대 섬유 생산 사업이 활성화되며 공장에서 일하는 젊은이들로 가득 찼었다. 그러나 방직 산업이 쇠퇴하며 청년들의 발길이 끊겼고 마을은 활기를 잃었다.

낙후되었던 마을은 2015년부터 진행된 ‘도시 재생 사업’으로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마을에 청년들이 들어와 다양한 사업에 도전하고, 어르신과 상생하며 마을공동체를 활성화시켰기 때문이다. 청년과 어르신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달 25일과 28일, 청춘발산마을을 방문했다.

청춘발산마을 입구에 있는 표지판의 모습이다. 표지판은 △청춘빌리지 △청춘샌드위치 △108계단 △샘몰경로당 등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다.
청춘발산마을 입구에 있는 표지판의 모습이다. 표지판은 △청춘빌리지 △청춘샌드위치 △108계단 △샘몰경로당 등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다.

 

“주민의 행복이 최우선”

발산마을에 도착해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마을이 왜 이렇게 조용하지?”였다. 관광객도 보이지 않았고, 가게들의 문이 닫혀있었기 때문이다. 의문을 가지고 마을을 살피다 별빛발산커뮤니티센터(센터)에서 한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센터 테라스에 있던 유재명 센터장은 “발산마을은 주민들의 휴식을 위해 주말에는 가게를 열지 않는다”며 마을이 조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마을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실망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발산마을은 관광지를 만드는 ‘관광형 개발’이 아니라 주민 삶을 가꾸는 ‘주거형 개발’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의 목적은 수익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행복이다”고 전했다.

 

빈병과 폐지 모아 학생 장학금 마련하기도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청년과 노인이 함께 놀고 이야기하는 곳, 샘몰경로당(경로당)을 찾았다. 마을에서 50년째 살고 있다는 김금례(75)씨는 “청년들이랑 같이 밥 먹고 놀고 손뜨개 수세미도 만든다”고 말했다. 경로당에는 각종 보드게임과 직접 만든 수세미가 쌓여 있었다. 이양춘(78)씨는 “청년들이 찾아오면 이야기하는 재미가 있다”며 “활기가 생겨 좋다”고 말했다.

경로당 마당에 쌓여있는 빈 병과 폐지는 ‘행복 줍기’ 활동의 모습이다. 김씨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려고 쓰레기를 줍고 있다”며 “마을도 깨끗해지고 학생들도 도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도시 재생 사업을 하면서 마을을 가꾸기 위해 시작했던 쓰레기 줍기 활동이 마을 학생을 돕는 ‘행복장학금’으로 이어진 것이다. 주민들은 모은 쓰레기를 고물상에 팔아 얻은 수익으로 장학금을 마련한다.

 

마을 활동 발전시켜 사업 도전하는 청년들

청년활동가 송씨는 마을 주민들이 주운 쓰레기를 보고 업사이클링 사업에 도전했다. 청춘발산협동조합(협동조합)의 대표인 그는 “행복 줍기를 발전시켜 조합원들과 ‘플라스틱 정류장’ 사업을 하고 있다”며 “쓰레기를 모으는 것에서 더 나아가 마을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병뚜껑을 녹여 치약 짜개, 키링을 만드는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지역 예술인과 어르신들이 함께 예술 활동을 할 기회도 제공한다. 지역 예술가가 만든 노래를 어르신들이 부르는 등의 방식이다. 마을 곳곳에서 어르신들이 만든 미술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송씨는 “발산마을 청년들은 어르신들의 돌봄과 응원으로 성장했다”며 “우리가 그랬듯이 누구나 주민이 될 수 있는 동네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산마을과 방직공장을 잇는 뽕뽕다리의 모습이다. 과거 다리가 공사장 안전 발판으로 쓰이던 구멍이 뽕뽕 뚫린 철판으로 제작돼 이 이름이 붙었다. 지금의 뽕뽕다리는 안전한 소재로 당시를 재현한 다리다.
발산마을과 방직공장을 잇는 뽕뽕다리의 모습이다. 과거 다리가 공사장 안전 발판으로 쓰이던 구멍이 뽕뽕 뚫린 철판으로 제작돼 이 이름이 붙었다. 지금의 뽕뽕다리는 안전한 소재로 당시를 재현한 다리다.
글 싣는 순서

문화도시 광주, 그 이야기를 따라서

1. 무등산

2. 양림 역사문화마을

3. 옛 전남도청 일대

4. 망월동

5. 청춘발산마을

6. 고려인마을

7. 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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