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 욕망 3부작 마지막 작품 나올 듯”
작품 아우르는 개념…인간 ‘자유의지’
소설 쓰기 전 5가지 질문 던져

<전대신문> 창간 70주년을 맞아 이어가는 ‘이 시대 여성작가를 만나다’ 기획의 마지막 여성작가는 정유정 소설가다.

정 작가는 지난 2007년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장편 3부작으로 유명한 그는 악의 3부작이라 불리는 △<7년의 밤> △<종의 기원> △<28>을 집필했으며, 욕망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은 <완전한 행복>이다. 이외에도 <진이, 지니> <내 심장을 쏴라> 등의 작품이 있다. 지난 8월에는 욕망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인 장편 <영원한 천국>을 발표하며 3년 만에 독자와 만났다.

지난달 16일 광주문학관에서 <영원한 천국> 북토크를 마친 정 작가와 카페 탐앤탐스에서 대화를 나눴다.

자유의지. 단어 그대로 ‘자유’롭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에 대해 쓰는 것은 정 작가의 소설을 아우르는 유일한 것이다. 빗나간 자유의지, 서글픈 자유의지, 존엄한 자유의지 등. 그는 “20대를 자유의지 없이 살아서 그런지 한이 맺힌 것 같다”며 “파괴적인 욕망을 그리는 소설에서는 대체로 빗나간 자유의지를 다룬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인간에 대한 철학적 가치관을 설립했다. 이는 ‘자연주의’와 이어진다.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을 묻자 작가는 “복잡한 존재죠. 인간이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의 소설들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아우르고 있지만 작가는 아직도 인간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는 못했다.

자유의지를 보여주는 작품 속 인물들, 심리적 깊이감은 작가 본인에게서 찾는다. 그는 “스스로를 인물의 위치에 두고 빙의되다시피 해야 알 수 있다”며 “결국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법뿐”이라고 전했다. <종의 기원>에서 사이코패스로 등장하는 인물 ‘유진’을 그리는 동안 그는 사이코패스의 눈으로 세상과 가족을 바라보려 했다. 정 작가는 “거기서 죄책감이 생기면 안 된다”며 “너무 몰입하면 뇌에 어느 정도 손상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히말라야를 등반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몸을 혹사시키는 이유도 손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정 작가는 당시 소설을 쓸 때의 사례를 말해주며 “남편을 세워 놓고 칼로 찌르는 연습도 했었다”고 말했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지 말고 자기 욕망에 집중하라. 이는 그가 올해 발표한 <영원한 천국>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해당 소설은 유빙으로 둘러싸인 세계와 가상현실 ‘롤라’를 배경으로 한다. 작가가 일본 훗카이도와 이집트를 배경으로 취재하며 쓴 작품이다.

 

“예·아니오로 답변 가능한 질문, 소설적 질문 아냐”

정유정 작가가 지난달 16일 광주문학관에서 진행된 신작 〈영원한 천국〉 북토크 후 사인회에서 시민과 악수하고 있다.
정유정 작가가 지난달 16일 광주문학관에서 진행된 신작 〈영원한 천국〉 북토크 후 사인회에서 시민과 악수하고 있다.

△진화 심리학 △진화 생물학 △고생대 인류학 등 과학책을 좋아하는 정 작가는 책을 통해 가장 많은 영감을 얻는다. 최근에는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원인을 고민하여 사피엔스의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다. 이러한 영감이 질문으로 바뀔 때가 소설의 시작이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곧 소설이 된다. 정 작가는 “예 혹은 아니오로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소설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쉽게 답변이 나오는 질문은 소설적 질문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본격적인 소설을 집필하기 전 큰 틀의 플롯을 짜고, 시놉시스를 쓰며 5가지 질문을 던진다. 질문에 부합하는 답변을 쓰면 대략적인 스토리가 나오는데 이를 ‘개요’라 부른다. 첫 번째 질문은 ‘주인공은 누구인가’다. 인물의 직업, 성별 등이 정해지면 두 번째로 ‘주인공의 욕망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외형이 아닌 주인공의 내면, 진짜 캐릭터를 묻는 것이다. 정 작가는 “주인공의 외형과 실제 내면의 욕망, 소설은 이 충돌에서 나오는 힘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주인공의 욕망은 내면과 겉으로 드러나는 욕망이 반드시 달라 충돌해야 한다.

세 번째 질문은 ‘주인공이 욕망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장애물은 무엇인가’다. 장애물은 세 번 나타나야 한다. 그리고 네 번째로 ‘주인공은 이 장애물을 어떻게 뛰어넘는가’에 답하며 사건을 해결시킨다. 마지막 질문을 통해서는 결말을 정한다. ‘주인공은 욕망을 성취했는가’이다. 그는 “다섯 가지 질문에 답하고 나면 어떤 주인공으로 어떤 이야기를 쓸지 등 A4 3~4장 분량의 대략적인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10년째 어려운 소설 쓰기

데뷔한 지 올해 17년인 정 작가. 그는 “막막하기는 똑같다. 소설이라는 것이 절대로 쉬워지질 않는다”고 말한다. 여전히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는 무섭다. 쓰면서도 이 소설을 끝낼 수 있을지, 소설의 5분의 4가 끝날 때까지도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그는 “다른 작가들도 비슷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나아진 것은 쓰기에 있어 기술적인 부분이다. 정 작가는 “기술적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며 강약을 주는 것에 있어서는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쓰기의 루틴도 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듯 글을 쓴다. 새벽 5시쯤 일어나 메탈 음악을 들으며 잠을 깬 후 말이 되든 안 되든 억지로라도 소설의 진도를 나간다. 오후에는 말이 안되는 부분을 고친다. 오후 5시가 되면 운동을 간다. ‘쇠질’을 좋아한다는 그는 헬스장에서 운동하거나 달리기를 하거나 2~3시간을 투자해 일주일에 6일 운동을 한다. 정 작가는 “스트레스 푸는 데는 운동이 최고”라며 “나이가 들면 체력전”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기록은 날아갈 수도 있어…종이책 필수

‘종이’의 물성에 대해서는 “종이책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여전히 종이, 종이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존재한다. 정 작가는 “어느 순간 서버에 문제가 생기거나 혼란이 생기면 온라인을 통한 것들은 기록이 날아갈 수도 있다”며 “종이책은 있어야 하지만 종이책과 E-book의 위치가 뒤바뀔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작가의 욕망은 하나다. 힘 있고, 의미 있고, 재미있는, 문학적으로 아름다운 이야기.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궁극의 이야기’다. 그는 “궁극의 이야기 한 편을 죽기 전에 꼭 쓰고 싶다”면서도 “못 쓸 가능성이 더 크지만 그런 욕망을 가지고 소설 한 권을 낼 때마다 욕망에 한 단계 다가간다고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독자들을 향해서는 “3년쯤 후에 다음 소설이 나올 것 같다”며 “한층 더 성숙하고 깊어진 이야기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끝으로 6회 연재한 ‘이 시대 여성작가를 만나다’ 기획을 끝맺습니다. 기획을 빛내주신 최진영, 박연준, 백수린, 정세랑, 조예은, 정유정 총 6분의 작가님과 독자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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