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편의 응모작 중 「아는 사람 얘기」가 상대적으로 발군이었다. 우수한 문장력과 구성, 입체적 인물 형상화, 보편적 주제 의식 등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동시대 우리 사회의 민감한 문제를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작가 특유의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아는 사람 얘기」는 창작의 고뇌에 휩싸인 소설가 지망생의 이야기를 중심축에 놓고, 군대 후임이자 이주노동자 2세인 ‘그 녀석’의 삶을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 녀석’의 불우한 가정사 및 정체성의 혼란과 소외감, 피를 나누지 않은 남매 사이에서 불거지는 미묘한 감정, 창작에 대한 열망과 표절을 둘러싼 윤리적 딜레마 등이 흥미롭게 얽히면서 작품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서사 구조와 문체 또한 비교적 우수했다. 시간의 순차적 흐름과 회상을 오가는 교차 서술 방식이 긴장감을 높이고,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문장들은 인물들의 내면을 세심하게 포착해낸다. 소설 속 소설이라는 형식 역시 흥미로웠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소설 쓰기’라는 메타적 주제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깊이 있게 드러난다는 점이었다. 창작의 고통과 좌절, 모방과 표절의 불순한 욕망에 대한 질문 등은 글쓰기에 매진하는 모든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물론 타인의 글을 훔치고자 하는 욕망에 관한 모티프는 소설사 전반을 통틀어 반복되어 온 것이기는 하나 삶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에서조차 최초의 실수를 만회하는 윤리적 결단 및 글쓰기로 희망을 찾으려는 주인공의 간절함이 독자의 공감을 산다.

대다수 투고작에서 소설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관한 치열한 고민이 엿보이지 않았다. 자연이나 가족 등의 타자가 서술자 또는 주인공의 자기 확인을 위해 편의적으로 동원되거나 작위적인 만남 또는 우연적 사건의 연속에 입각한 투고작이 많았다. 익숙한 일상에서 익숙한 의미를 확인하는 데 자족하는 단편들이나 자신이 추구하는 대의에 경도되어 소설적 형식이나 문체에 관한 고민 없이 그저 질주하는 투고작 역시 아쉬웠다. 여러모로 관념적이고 미숙하지만 ‘남과 다른 자기 세계’를 구축하려는 패기를 격려하고 싶어 가장 이채로운 세계를 개성적으로 구축한 「타나토스」를 가작으로 선정한다. 수상자들을 축하한다.

조형래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조형래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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