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을 받았을 때는 한창 교육을 받고 숙소로 이동하던 도중이었습니다. 집이 아닌 타지에서 이런 연락을 받으니 어찌나 기뻤는지요. 당선 소감으로 무슨 말을 쓸지 한참을 고민했는데, 일을 하면서 점점 언어능력이 퇴화하는 게 느껴집니다. 내 생각이 아니라 남의 생각을 적고, 남의 손을 거쳐서 남의 글이 되어 세상에 나갑니다. 그래도 재미는 있습니다.
내가 머릿속으로 자주 하는 놀이가 있습니다. 남의 관점에서 바라보기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급식실, 중학교의 체육관, 3월 입학식 때 고등학교 교문을 지나는 순간. 이런 식으로 상상하다 보면 완전히 그 시절로 몰입해 한참을 멍때리곤 했습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여러 사건을 겪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풍경들을, 사건들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지나가던 이들의 시선에서 보는 풍경은 어떨지 상상했습니다.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는데 이들의 시선은 어디로 향해 있었을까요?
그리고 계속해서 글을 적었습니다. 학생 때 생각하던 ‘나 글 좀 잘 쓰지 않나?’라는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옅어졌습니다. 많은 고꾸라짐이 있었습니다. 좋지 않은 결과가 있을 때마다 다시 글을 썼습니다. 글쓰기가 지우개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에 대한 의심을 지워나가는 지우개. 근데 뭐, 여느 지우개가 그렇듯 흔적이 남았습니다. 쌓여가는 종이 뭉치와 깊어가는 한숨 속에서 나는 힘이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 <전대신문> 문예작품현상공모 당선 소감을 읽곤 했습니다. 나는 지식이 부족하고 교양도 미처 쌓지 못해서 아는 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김현중 작가의 <마음의 지배자>입니다. 타인, 심지어 이종의 생명체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깊이 있는 서술, 그리고 생생한 묘사가 내 맘을 휘감았습니다. 재미도 있으니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선생들은 삶을 모두 기억하나요? 혹시 죽일 듯 복수하고 싶었던 이가 있나요? 그이의 이름은 기억나나요. 나는 죽일 듯 싫어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그를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이렇듯 내 삶의 대부분이던 것들이 지금은 많이 희미해졌습니다. 지금 선명하던 색들도 언젠가는 희미해지겠지요. 나는 그 희미해진 것들을 위해 글을 계속 쓰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