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왜곡으로 고립과 차별 느껴
‘지금 광주의 청년에게 5·18이란?’을 주제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의 36번째 월요대화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5·18민주화운동(5·18)의 대표 키워드를 작성하고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청년이 경험한 5·18에 대해 논의했다. 직접 5·18을 겪지 않은 청년세대의 5·18 경험은 서로 다양했다.
연대와 희망의 5·18
김꽃비 문화기획자는 전야제를 통해 5·18을 경험했다. 그는 “교수님을 따라 전야제에 처음 참여했었다”며 “그곳에서 만났던 분들의 얼굴, 눈빛, 이런 것들이 너무 인상적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그 뒤 “지역의 문화기획자로서도 5·18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대 법학과 김아령씨에게 5·18은 광주의 모든 학생들이 공유하는 문화다. 그는 “광주의 학교들은 매년 5월이면 급식으로 주먹밥이 나오고 학교 재량에 따라 5·18 백일장 대회를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5·18을 겪진 않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5·18에 대한 공감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광주 학교의 계기교육이 저에게 통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3살부터 19살까지 경기도에서 살았던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김하림씨는 광주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제삿날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었다”며 이를 통해 “5·18이 결코 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왜곡과 고립 속 5·18
청년세대에게 5·18이 그저 인상 깊은 경험, 좋은 경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호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남주성씨는 “온라인 상에서 어쩌다 광주 출신인 게 드러나면 바로 입에 담을 수 없는 비하발언을 듣기도 한다”며 “광주에서 태어났을 뿐이고, 부모님이 광주 사람일 뿐인데 알 수 없는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5·18을 겪은 아버지는 당시 광주가 고립되어있었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현재 청년 세대는 5·18 왜곡과 관련한 광주 지역 차별로 인해 고립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병호(독어독문·19)씨는 직접 느꼈던 2021년도의 우리 대학 분위기를 5·18과 연관시켜 이야기했다. 그는 “21년도 우리 대학은 전반적으로 정치적인 분위기에 대한 백래시가 굉장히 심했다”며 “에브리타임에서는 사범대에 그려진 5·18 벽화를 두고 ‘빨갱이가 그린 거 아니냐’ ‘빨리 지워버려야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또 “타지역 사람들을 만날 때 광주에서 왔다고 하면 ‘라도(전라도를 줄인 말로 조롱의 의미)네’ ‘뭐야 폭동이네’ 이런 말들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경남 5·18기념재단 연구실장은 “우리가 짐작한 것보다 5·18의 스펙트럼이 넓다”며 “광주 안에서조차 강한 긍정과 강한 부정(혐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청년들에게 5·18정신을 이양해주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오늘 대화에서 5·18은 획일이 아닌 다양성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남과 나의 차이를 알아가고, 이를 통해 세대를 넘어 나-들의 5·18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우리 대학 5·18연구소 용봉관에서 열린 월요대화에는 △유경남·박성완·김문근·김꽃비 청년 △오병호·이의진·김하림·김아령·남주성 대학생 △민병로 우리 대학 5·18연구소장 △정다은 광주시의회 특별위원회 위원장 △이명노·채은지 광주시의원 △공진성 조선대 정치학과 교수 △박용수 광주시 민주평화인권국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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